[정치 트렌드 기획②] 위헌적 대행 체제: ‘윤석열의 유산’인가, 권한대행의 월권인가
한덕수 총리의 헌법재판관 지명 논란과 대한민국 권력구조의 균열
[KtN 김 규운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대한민국은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권위는 무너졌지만 권력은 남았다. 그리고 그 권력을 행사하는 주체는 선출되지 않은 권한대행, 한덕수다. 최근 그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하면서, ‘내란 수괴의 체제’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비판이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 전반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 사안은 단지 특정 인사의 문제를 넘는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통치의 정당성이 어디서 기인하는가, 그리고 권한대행 체제가 법적으로 어디까지 가능하며 정치적으로 어디까지 용인되어야 하는가를 가늠하는 구조적 질문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의 본질은 '일신전속성'이다
헌법학계 다수의 견해는 명확하다. 대통령의 인사권, 특히 헌법기관 구성과 관련된 권한은 일신전속적 권한으로 해석되며, 권한대행은 이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덕수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위치에서 헌법재판관 지명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강행했다. 그것도 윤석열 체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인사를 통해.
이완규 후보자는 단순한 법제 전문가가 아니라, 내란 직후 삼청동 안가 회동에 연루되었으며, 가족을 해외에 피신시킨 정황까지 확인된 인물이다. 이러한 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한 것은 ‘중립적 사법기관 구성’이 아니라, 정치적 방어체계로서의 헌법기관 구축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게 만든다.
내란의 잔불과 인사의 연쇄
윤석열의 파면은 상징적 사건이었지만, 그것이 곧 체제의 종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 한덕수 권한대행의 작위적 인사권 행사는 ‘윤석열 체제의 연장’이라는 시각에서 비판되고 있으며, 특히 이완규 지명자는 사실상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법률적 방탄에 해당하는 인물로 분류되고 있다.
한덕수는 본인의 정치적 의지보다, 윤석열로부터의 비가시적 지령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는 헌정 파괴 이후에도 정권의 ‘실행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깃발만 바뀐 내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적 정당성 없는 권한, 그것은 정치가 아니다
정치란 단지 행정의 연장이 아니다. 민주주의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그 절차가 위임된 권력을 통해 작동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한덕수 체제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통치를 행사하고 있으면서도, 그 통치를 가능케 한 선거의 정당성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이 체제는 근본적인 정치적 결핍을 안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관 지명권은 ‘대통령제의 상징적 권한’이며, 권한대행이 행사해서는 안 되는 고유한 인사권이다. 이 권한을 통해 구성되는 헌재는 국가 체제의 최종 해석자이며, 이번 인사는 향후 개헌, 특검, 내란 책임 판단 등의 핵심 갈등 국면에서 직접적으로 작동하게 될 ‘판단의 심장’이다. 따라서 이 인사의 편향성은 단순한 월권이 아니라, 헌정 왜곡의 구조적 신호다.
국민의힘의 침묵과 ‘정치적 공동 책임’
권한대행의 행위는 단독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내란 수괴와 정치적 거리를 두지 못한 채,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조차 외면하고 있다.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에도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하고, 특검을 거부하며, 윤석열 체제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내란의 공범으로서의 정치적 책임을 부정하는 행위다.
더 나아가 개헌이라는 새로운 정치 프레임을 띄우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은, 헌정 회복이 아닌 ‘면죄부 구도’로의 이동으로 읽힐 수 있다. 윤석열 체제를 반성하지 않은 채 권력의 새로운 주체가 되기를 희망하는 태도는, 정치적 도덕성과 헌정 질서 수호라는 기본 전제를 무너뜨리고 있다.
권한의 경계가 허물어질 때, 헌법은 침묵하지 않는다
한덕수의 지명 강행은 단지 하나의 인사를 넘어, 대한민국 정치 체제에 구조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비상 체제에서 정상이 아닌 권력이 통치를 시도하고 있는 현재, 헌법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가. 권한대행이 행사하는 작위가 헌법적 침묵을 뚫고 지속된다면, 그것은 헌정 회복이 아니라 정치의 구조적 파열을 의미한다.
윤석열은 파면됐지만, 그의 체제는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 헌정의 복원은 권력을 가진 자가 아니라, 권력을 감시할 국민과 의회, 그리고 정치적 책임을 직시하는 언론과 제도에 의해 완성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권한대행의 ‘책임 없는 통치’가 아닌, 헌법과 민주주의의 ‘정당한 복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