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렌드 기획②] 기업금융 공급 혁신, 종투사 제도개편의 의미와 한계
리스크 감내 금융의 복원인가, 제도 유인구조의 실험인가
[KtN 박준식기자] 한국 증권업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다. 진정한 혁신은 자본시장의 본질적 역할인 '기업금융 공급자'로서의 존재 가치를 되찾는 데 있다. 금융위원회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개편은 이러한 산업 구조 전환을 위한 유인 설계의 첫걸음이다. 그러나 구조적 장치만으로 시장의 체질 개선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기업금융 생태계의 부재, 무엇이 문제였나
한국 증권업은 기업금융 영역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크게 못 미쳐왔다. IB업무 수익 중 채무보증 비중이 48%에 달하며, 구조조정·M&A·벤처투자 등 고유 리스크 자산에 대한 공급 여력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모험자본 공급 비중은 총자산 대비 2%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자산시장 변동성 확대와 고금리 국면 진입 속에서 단기 수익 지향적 산업 체질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기업의 옥석을 가려 위험을 감내하며 자금을 공급하는 본연의 금융 기능이 반드시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제도개편 핵심, '위험 감내 자본시장' 복원의 설계
금융위원회는 이번 개편안에서 기업금융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제도적 유인구조를 구체화했다.
M&A, 구조조정, 중견기업 대출 지원 확대
SPC 신용공여 제한을 통한 리스크 분산
발행어음 및 IMA로 조달한 자금의 25%를 모험자본에 의무 투자
중소·중견기업 대출, 벤처투자, 하이일드채권 등
원금보장형 중수익 상품 개발
만기·수익구조·상품 설계 유연성 부여
이는 종투사가 단기 수익에 치중하지 않고 본질적 기업금융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정책적 유인 설계로 평가된다.
시장 기대와 현실 사이, 제도의 구조적 한계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제도개편이 당장의 산업구조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리스크 감내 문화가 산업 전반에 뿌리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업 선별 역량과 장기 투자문화 정착은 단순한 제도 설계로 확보하기 어렵다. 글로벌 IB의 성공은 자본과 문화, 리더십이 결합된 오랜 기간의 축적 결과라는 점에서 국내 산업이 넘어야 할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
▶발행어음·IMA 운용자산의 부동산 편중 구조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기업금융 수익성 악화 우려도 상존한다.
제도가 시작일 뿐 산업 변화는 내부 혁신의 몫
이번 제도개편은 분명히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증권업 내부에서 새로운 산업 문화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규제개편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모험자본 공급 역량 강화
리스크 감내 자산 운용의 전문성 확보가 산업 핵심역량이 될 것이다.
▶기업금융 풀라인 전략 구축
M&A, 구조조정, ECM, DCM 등 전방위 기업금융 역량 확보 없이는 글로벌 IB와의 경쟁이 불가능하다.
▶장기 자산 운용 문화 정착
단기 수익 중심의 영업관행 탈피와 장기투자 관점의 시장 생태계 복원이 필요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언급한 "기업금융의 질적 경쟁력 없이는 한국 증권업의 미래는 없다"는 메시지는 이번 정책의 방향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제도의 성공은 구조적 변화 이후에도 증권업 내부에서 '리스크 감내 금융'이라는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것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