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트렌드] 단막극의 귀환: 이 시대를 비추는 '짧고 깊은' 질문들
– 극단 M.I.R의 '오버소울 햄릿', '정류장'이 말하는 연극의 존재론
[KtN 임우경기자] 2025년 봄, 대학로는 다시금 단막극이 피어오르는 공간이 되었다. 극단 M.I.R이 선보이는 두 편의 창작 단막극, '오버소울 햄릿'과 '정류장'은 그 흐름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이 작품들은 단막이라는 형식의 경제성과 긴장감을 극대화해 연극적 본질을 예리하게 드러내며, 동시대 연극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예고한다.
두 작품은 각각 드림시어터 창작단막극축제 ‘뿔난이들’과 스카이씨어터 코메디 페스티벌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1차 공연은 4월 19일(토)~20일(일), 서울 종로구 드림시어터 소극장에서 진행되며, 2차 공연은 4월 23일(수)~27일(일)까지 스카이씨어터 2관 무대에 오른다. 각 회차에는 단막극 두 편이 연이어 상연되며, 관객은 하루에 두 개의 다른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단막극 르네상스: 짧지만 날카로운 예술
최근 연극계는 압축적 메시지 전달과 무대 자원의 효율성을 갖춘 단막극 형식에 주목하고 있다. 창작 단막극 축제 <뿔난이들>과 <제1회 코메디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극단 M.I.R의 이번 출품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두 축제 모두 젊은 창작자 중심의 실험적 콘텐츠에 기반하며, 소극장 중심의 창작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코로나19 이후 관객과의 밀도 높은 교감을 중시하는 소형 공연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본격화됐다. 장르 실험과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단막극이 담아내며, 극장 관객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있다.
<오버소울 햄릿>: 햄릿, 다시 물음을 던지다
이한솔 작가의 <오버소울 햄릿>은 ‘연극의 연극’을 표방한다. 셰익스피어 햄릿을 연기 중인 젊은 배우와 갑자기 나타난 노인의 정체 불명의 대화는 자아의 정체성과 예술의 존재 의미를 모색하는 부조리극 형식을 취하고 있다. 고전을 빌려와 현실을 되묻는 이 작품은, 연극이란 무엇인가, 배우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이는 현재 한국 연극계의 자기성찰적 흐름, 즉 고전의 재해석과 배우 주체성에 대한 탐구와 맞닿아 있다.
<정류장>: 블랙코미디로 읽는 가족과 생존의 서사
이재상 작가의 <정류장>은 익숙한 풍경 속의 섬뜩함으로 관객을 유인한다. 기다리는 남자와 도착한 아내, 그리고 청년. 가족이라는 제도의 균열과 인간의 본능적 두려움, 그리고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코믹하게 풀어내며 블랙코미디의 미덕을 충실히 보여준다. 이는 중년 이후 세대의 고립감과 가족 해체의 현실을 연극적 장치로 승화시킨 것으로, 동시대 사회에 던지는 진지한 통찰을 담고 있다.
‘지방’에서 ‘세계’로: 연극적 정체성을 확장하는 Theatre M.I.R
극단 M.I.R는 ‘기억의 방’, ‘시간의 저편’ 등 창작물부터 ‘바냐 아저씨’, ‘보이체크’ 등 고전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해 온 인천 기반 전문 공연단체다. 2025년부터는 영문 표기 ‘Theatre M.I.R’로 새 출발하며, 일본 극단 THEATRE ATMAN과의 교류, 다국어 협업 <TUKO, TUKO> 등을 통해 연극의 경계를 지역에서 세계로 넓히고 있다.
이는 단막극이라는 형식을 국제 교류의 실험 무대로도 삼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국 연극이 처한 재정적 현실 속에서 ‘짧지만 강한’ 단막극이야말로 새로운 해외 진출 전략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단막극’은 시대를 비추는 현미경
<오버소울 햄릿>과 <정류장>은 단막이라는 형식을 통해 더 선명하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이 시대, 연극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예술은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
단막극은 이 시대의 파편화된 감각을 담는 가장 적절한 그릇이다. 밀도 있는 질문과 빠른 전개, 감정의 몰입을 통해 관객과 즉각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OTT, 숏폼 콘텐츠 시대에 길들여진 대중과의 접점을 다시 열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다.
단막극은 단순히 짧은 극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의 균열을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도구이며, 연극의 본질과 지속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다. Theatre M.I.R의 이번 출품은 그 점에서 올해 연극계가 주목해야 할 좌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