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트렌드] 풀어주고 감추는 사법 리더십…한국 사법 시스템은 지금 정상적으로 작동하는가

지귀연 판사의 재판 전략과 정의 실종의 시스템

2025-04-13     최기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내린 지귀연 부장판사는 누구? 사진=2025 03.07 헌법재판소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우두머리 혐의 재판이 4월 14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법정 내 사진·영상 촬영을 전면 불허했다. 대법원 규칙상 촬영 허용 여부는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은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다.

법정 공개 원칙, 국민 알권리, 언론의 감시 기능은 헌법적 가치다. 과거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 때 허용되었던 법정 촬영이, 이번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에서는 차단됐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아니, 무엇이 무너지고 있는가.

사법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사법의 본질적 질문은 단순하다. 법은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가. 그리고 정의는 어디에 남아 있는가. 최근 지귀연 부장판사의 일련의 판결과 결정은 그 질문을 더욱 절박하게 만든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무죄 선고, 배우 유아인 법정 구속,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 석방 결정까지.

특히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 보여준 '구속기간 시간 단위 계산'이라는 파격적 법리 해석은 사법 시스템의 정상적 작동 여부에 근본적 의문을 던졌다. 과거 스스로 공동 집필한 형사소송법 해설서에서 날짜 단위 계산 방식을 명시했던 법관이, 정작 최고 권력자를 앞에 두고는 전혀 다른 법리를 꺼내들었다.

그 법리는 정당했는가. 혹은 필요한 정의였는가.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법은 법적 정합성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공동체적 신뢰, 사회적 정의, 법적 일관성이라는 다층적 원리가 사법 시스템을 지탱하는 토대다.

풀어주고 감추는 사법부…법적 시스템이 스스로 붕괴하는 풍경

오늘날 한국 사법 시스템이 보여주는 장면은 위험하다. 재판부는 권력을 풀어주고, 법정은 진실을 감추고, 절차는 공정성을 가장하지만 실질적 정의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것이 정상 작동하는 법치주의인가. 아니면 권력에 최적화된 탈정의 시스템인가.

지귀연 부장판사가 보여준 재판 전략은 단순히 한 판사의 독창적 법리 해석이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 사법 시스템이 어떻게 '정치로부터 분리된 듯한 형식'을 유지하면서 '권력을 위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구조다.

한국 사법 리더십, 왜 무너지고 있는가

사법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과거 사법 권위는 법정 공개와 투명성을 통해 국민 신뢰를 구축했다. 정치적 사건일수록 법정을 국민 앞에 드러내고, 절차적 공정성을 과시함으로써 권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귀연 부장판사의 결정은 그 공식을 전면 뒤집었다. 지금 한국 사법 리더십은 오히려 '보여주지 않음'을 통해 법정을 통제하고, '절제와 비가시성'을 새로운 사법 전략으로 삼고 있다.

법정이 더 이상 시민적 공공성의 장이 아니라, 권력을 보호하고 정치를 차단하는 통제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법 시스템은 언제 붕괴하는가

사법 시스템은 단숨에 붕괴하지 않는다. 절차를 지키는 듯 보이고, 판결문은 논리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내부에서 법의 공공성과 정의가 지속적으로 침식된다면, 사법 권위는 결국 붕괴한다.

풀어주고 감추는 사법 시스템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국민적 신뢰가 사라진 정의는 사회적 합의를 상실하고, 사법부는 권력과 시민 사이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 사회는 그 위기의 문턱에 서 있다. 재판부의 결정은 기술적으로 정당할 수 있다. 그러나 사법 리더십은 법률 기술자적 정합성을 넘어서는 책임을 요구받는다.

정의란 무엇인가. 권력을 풀어주고 진실을 감추는 것인가. 아니면 법정의 문을 열고 사회적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인가.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한 판결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묻는, 시대적 질문이다. 그 질문 앞에서 사법부는 여전히 침묵을 택하고 있다. 문제는 그 침묵이 더 이상 정의를 지켜주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이다.

법이 지켜야 할 마지막 것은 권력이 아니라 정의다. 사법 리더십이 그 근본을 잃는 순간, 사법 시스템은 무너진다. 한국 사법제도는 지금 그 경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