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트렌드] 연극의 본질을 향한 회귀, ‘Theatre M.I.R’의 단막극 실험  

'오버소울 햄릿'과 '정류장'으로 묻는 오늘날 인간의 존재와 관계

2025-04-14     임우경 기자
THEATRE ATMAN과 MIR 레퍼토리 극단이 선보이는 흑백 코미디와 인공지능의 교차점/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Theatre M.I.R’가 2025년 봄, 대학로에서 두 편의 창작 단막극을 통해 동시대 연극이 던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오버소울 햄릿'과 '정류장'은 장르와 소재는 다르지만 모두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이면을 묻는 작품들이다.  

이 두 작품은 ‘드림시어터 창작단막극축제 뿔난이들’(4월 19~20일)과 ‘제1회 스카이씨어터 코메디 페스티벌’(4월 23~27일)에 연이어 출품되며, 실험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연극 무대 위에서 새로운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  

'정류장'은 익숙한 일상 속에 숨겨진 불편한 낯섦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이재상 연출이 극본을 집필하고 배우 양창완, 양은영, 유무선이 출연해 극의 긴장감을 밀도 있게 풀어낸다.

“외진 곳의 한적한 정류장. 한 노인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곧 길을 잃은 청년(유무선)과 의문의 여인(양은영)이 등장하며, 노인(양창완)이 기다리던 대상이 과연 누구이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관객에게 질문한다.  

'정류장'은 시놉시스만으로도 고요한 불안을 자아낸다. 고정된 장소에서 전개되는 폐쇄적 구조, 그리고 등장인물 간의 긴장감은 블랙코미디의 형식을 빌리면서도 점차 실존적 사유로 깊어진다. 극은 단순한 관계 드라마를 넘어서 중년 이후 인간 존재의 목적과 정체성, 그리고 기대와 실망의 반복을 고찰한다.  

양창완, 양은영, 유무선이라는 삼인극 구도는 연극 무대에서 감정의 압축과 역학 구도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이상적인 배치다. 특히 청년과 중년, 그리고 노년이라는 세대적 상징 구조는 연극의 질문을 더욱 입체화시킨다.  

Theatre M.I.R는 제1회 스카이씨어터 코메디 페스티벌’(4월 23~27일)에 공연을 선보인다./사진=Theatre M.I.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버소울 햄릿'은 연극과 현실, 주체와 타자의 경계를 허무는 부조리극으로, 이한솔이 극본을 쓰고 이재상이 연출을 맡았으며, 배우 엄지용과 유무선이 출연해 긴장감 넘치는 심리적 대립을 그려낸다.

셰익스피어의 햄릿 한 장면을 연습하던 젊은 배우(유무선). 그에게 다가오는 낯선 노인(엄지용). 그리고 그 노인의 손에 쓰러졌다가 다시 깨어난 배우는, 더 이상 연습실에 있지 않다.  

'오버소울 햄릿'은 AI배우라는 상징 설정을 통해 연극성과 현실, 존재와 허상의 경계를 허문다. 배우는 자신이 연기자가 아닌, 조종당하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의심하고, 노인은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부조리극이 아니다. 기술과 인간, 대사와 의식, 현실과 환상을 뒤섞으며, 관객에게 일종의 철학적 연극 체험을 제공한다.  

노인의 존재는 파괴자인 동시에 창조자이며, 젊은 배우는 자율적 주체와 프로그램 사이에서 끊임없이 해석된다. 엄지용과 유무선, 두 배우 간의 긴장감은 극의 몰입도를 결정짓는 핵심 축으로 작용할 것이다.  

연극적 실험, 그리고 존재를 묻는 서사  

Theatre M.I.R는 2008년 창단 이후 꾸준히 고전과 현대를 넘나들며, 인간의 내면을 다층적으로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2025년, ‘극단 M.I.R’에서 ‘Theatre M.I.R’로 표기 방식을 변경하며 글로벌 지향의 정체성을 강화한 이들은, 이번 단막극 2편을 통해 짧지만 강력한 질문을 던지는 연극의 본질적 힘을 다시 상기시킨다.  

'정류장'은 우리의 익숙한 현실이 얼마나 낯설고 기이할 수 있는지를, '오버소울 햄릿'은 무대와 존재 사이의 혼란 속에서도 인간이 얼마나 절박하게 자신을 증명하려 하는지를 그려낸다.  

둘 중 어느 것도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오늘날 연극이 갖는 고유의 미덕이다.  

"당신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당신은 지금, 누구의 대사를 살고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연극은 다시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