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여론 트렌드] 헌정질서 논란의 민심, ‘대통령 권한대행 헌재 재판관 지명’ 여론이 던지는 구조적 질문

2025-04-14     김 규운 기자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지명 논란에 이재명, “한덕수, 자기가 대통령 된 줄 아나” 사진=2025 04.08   , kbs , 대한민국 정부  유트브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 규운기자]국민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권 행사에 동의하지 않았다. ‘여론조사 꽃’의 전화면접조사 결과, 응답자 과반 이상인 53.2%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지명에 대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이는 단순한 찬반 여론을 넘어, 한국 정치의 헌정 질서와 권력 작동 원리에 대한 근본적 신뢰 위기와 제도적 경계의 재설정 문제를 드러낸다.

국민 절반 이상의 거부감, 권력 행사 정당성의 경계선 드러내

한덕수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을 지명한 결정은 법적 가능성 여부를 넘어 정치적 정당성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번 조사 결과, 응답자의 53.2%는 “권한대행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응답했으며, “할 수 있다”는 응답(42.6%)보다 10.6%포인트 높았다. 이 결과는 단순한 법리 검토를 넘어, 국민 다수가 헌법기관 지명 권한은 국민 직접 선출을 통해 부여받은 권한이라는 본질적 인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헌정 사상 최초의 권한대행 지명권 행사라는 사실 자체가, 오히려 한국 정치의 제도적 경계선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묻는 구조적 실험으로 전이된 셈이다.

권역별·세대별 민심 —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본능적 방어 기제

권역별 여론을 보면,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인 대구·경북(62.3%)과 부·울·경(50.7%)을 제외한 모든 권역에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응답이 우위를 보였다. 특히 호남권에서는 무려 77.3%가 지명권 행사에 반대했다. 서울(55.7%), 수도권(52.3%), 충청권(53.4%)에서도 같은 인식이 확인됐다.

세대별로는 50대 이하 대부분 세대에서 권한대행 권한 행사에 대한 반대가 우세했다. 40대·50대에서는 약 70%가 이를 부정했다. 이는 젊은 세대일수록 정권 정당성 문제와 권력 행사 정합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한국 정치 구조의 특성과 맞닿아 있다.

사진=‘여론조사 꽃’,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당 지지·이념 성향별 극단적 양분 — 구조적 대립의 고착

정당 지지층과 이념 성향별 응답은 이번 조사에서 한국 정치 대립 구조의 전형적 이중화를 그대로 보여줬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84.4%가 반대했으며, 국민의힘 지지층의 88.1%는 찬성했다. 이념 성향별로도 진보층(79.1%)과 중도층(59.5%)은 반대, 보수층(72.0%)은 찬성이라는 구도가 선명하게 갈렸다.

눈여겨볼 부분은 무당층의 선택이다. 무당층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응답이 52.1%로 “할 수 없는 일”(32.9%)보다 높았다. 이는 무당층이 제도 정치 논란에 대해 상대적으로 실용적 접근을 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러나 동시에, 무당층을 제외한 대부분 집단에서는 권한대행 권한 행사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 의문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음을 의미한다.

권력의 정당성은 법적 가능성을 넘어선 정치적 신뢰에서 결정된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 정치가 마주한 헌정 질서 논란의 본질을 여실히 드러낸다. 법적 가능성 여부와는 별개로, 국민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지명이라는 행위를 본능적으로 거부하거나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헌법적 권력 행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법조문 해석’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정치 권력은 결국 사회적 자본 위에서만 정당성을 갖는다. 법리적 정합성만으로 권력 행사가 정당화되지 않는 이유는 권력의 근원적 정당성이 국민 주권에서 기원하기 때문이다. 권한대행 체제에서 헌정 기관 인선이라는 ‘상징적 권한’을 행사하는 결정이 사회적 논란에 휘말린 것은 한국 정치 시스템이 가진 신뢰 자산의 취약성과 제도적 경계에 대한 재설정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이번 사태는 제도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감수성과 신뢰 자본의 위기에서 비롯된 구조적 현상이다. 앞으로 한국 정치가 풀어야 할 과제는 법리적 충족만이 아닌, 정당성 확보와 신뢰 회복을 위한 정치적 설득과 민주적 책임성의 재구성이다. 권력 행사의 본질적 조건은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명분과 설득력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확인시킨 여론조사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주)여론조사꽃에서 2025년 4월 11일부터 4월 12일까지 CATI방식으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1,002 명이 참여했으며, 응답률은 14.4 %를 기록했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