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트렌드①] 지드래곤의 눈으로 우주를 응시하다

AI와 위성기술로 감정을 시각화한 실험… 기술이 감성을 재현하는 시대, 예술은 어디에 놓이는가

2025-04-16     임우경 기자
굿모닝 미스터 지드래곤, 미디어아트 설치 모습. 사진=KAIST 아트앤 테크놀로지 센터,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인간의 감정은 우주로 송출될 수 있을까. 지난 4월 9일 KAIST 아트앤테크놀로지센터가 공개한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지드래곤’은 이 질문을 기술적 방식으로 구성한 복합 예술 실험이다. 지드래곤의 홍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된 AI 이미지가 위성 안테나에 투사됐고, 그의 곡 ‘홈 스위트 홈’이 KAIST 우주연구원의 기술을 통해 우주 공간으로 전송됐다.

AI, 홍채 인식, 음향 디자인, 위성기술이 총동원된 이번 프로젝트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진준 교수의 기획 아래 진행됐으며, K-POP 아티스트 지드래곤이 이미지와 사운드의 상징으로 참여했다. 이 실험은 기술이 감정의 형식을 대체하고, 예술이 시스템 안에서 재배치되는 오늘날의 문화 구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감정을 시각화한 기술, 감각은 연출된 구조로

프로젝트는 지드래곤의 홍채를 AI가 해석하고, 이를 생성 이미지로 치환한 뒤, 프로젝션 매핑 기법으로 안테나 구조물에 투사하는 방식으로 연출됐다. 동시에 그의 음악은 천년의 울림을 가진 에밀레종 사운드와 믹싱되어 위성 송출됐다.

이 장면은 감정을 송출하는 예술적 선언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감정의 시각적 기호화이자, 기술적 연출에 가깝다. 감정은 체험되지 않고 재현되며, 음악은 청각적 정서가 아니라 물리적 전송 신호로 바뀐다. 감정은 이 과정에서 하나의 구조물처럼 조립되고, 관객은 감각의 체험자라기보다는 구성된 메시지의 수신자가 된다.

협업이라는 형식 아래, 감정은 상징 자산으로 변환

이번 협업에서 지드래곤은 창작의 공동 기획자이자 감정의 상징 기호로 기능했다. 그가 제공한 생체 데이터와 사운드는 단지 작품의 소재가 아니라, 프로젝트 전체를 감성적으로 ‘포장’하는 중심 축으로 배치됐다. K-POP이 갖는 글로벌 이미지와 대중적 감각이 기술적 실험의 외피로 활용된 셈이다.

협업은 예술적 상호작용이라기보다는, 상징 자산의 교환이자 감정 이미지의 매핑 방식으로 작동했다. 지드래곤이라는 문화 브랜드는 이 작업에서 감정의 전달자이자, 동시에 미디어 구조 안에 배치된 하나의 시각 장치였다.

예술로 명명된 기술, 감성으로 설계된 시뮬레이션

프로젝트는 1984년 백남준이 시도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번 실험은 위성을 통한 예술적 실험이라기보다는, 감정의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기술적 시스템에 가깝다.

예술은 이 구조 안에서 감각의 창조가 아니라 감각의 설계로 기능하며, 자율적 창작이 아니라 미리 정해진 시스템의 순서에 따라 연출된다. 감정은 예술의 기초가 아니라 기술적 조형물의 일부가 되었고, 음악은 감동이 아닌 신호로 치환됐다.

감정은 콘텐츠가 되었고, 예술은 브랜드 전략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굿모닝 미스터 지드래곤〉은 한국문화가 감정을 다루는 방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과학기술은 콘텐츠 생산 수단이 되었고, K-POP은 정서적 브랜딩의 핵심으로 작동했다. 그 과정에서 예술은 더 이상 독립된 창작의 영역이 아니라, 기획된 구조 속에서 전략적으로 배치되는 이미지로 전환됐다.

KAIST의 과학기술은 감정의 데이터화를 수행했고, 지드래곤은 그 감정에 얼굴을 부여했다. 예술은 그 연결고리를 구성하는 연출 도구로 동원됐다. 감정은 시스템 안에 편입되었고, 예술은 기술에 수렴되었다.

‘굿모닝 미스터 지드래곤’은 예술이 감정을 담아내는 공간이 아니라, 감정을 연출하는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기술은 예술의 수단이 아니라, 예술의 구조를 재편하는 힘으로 작용했고, 감정은 예술의 주제가 아니라 감정으로 포장된 콘텐츠로 기획됐다.

이 실험이 남긴 것은 예술의 확장이 아니라, 감정의 전시화이자 예술의 구조적 재배치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 ‘감동’의 위치가 어디로 밀려나고 있는지를 조용히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