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트렌드②] 팬덤 감정소비의 역전, 브랜드 정체성과 충돌

2025-04-21     홍은희 기자
'르세라핌과 함께 그냥 한 번 미쳐보자' 르세라핌, 6개월 만에 '크레이지'로 컴백 사진=2024.08.05 공식 인스타그램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홍은희기자] 4월, 걸그룹 개인 브랜드 지수의 일제 하락은 단순한 팬덤 피로 현상을 넘어선다. 브랜드평판 상위권 인물들의 커뮤니티지수와 소통지수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전환력이 떨어졌다는 사실은, 팬덤의 소비 구조가 기존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감정소비의 축이 바뀌고 있고, 그 변화는 기존 브랜드 정체성과 점점 충돌하고 있다.

팬덤은 더 이상 무조건적이지 않다

과거 걸그룹 팬덤은 콘텐츠에 대한 충성 소비를 전제로 형성되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팬덤은 ‘소유의 감정’에서 ‘거리두기의 정서’로 이행 중이다. 제니 브랜드의 경우, 긍정 비율 92.59%에 달하는 이미지 호감에도 불구하고 소통지수는 1,869,846점에서 멈췄다. 이는 참여지수나 커뮤니티지수와 비교해 매우 낮은 수치이며, 브랜드 전환의 핵심 축인 ‘정서적 반응’이 구조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현상은 팬덤의 ‘정체성 소진’과도 연관된다. 장원영 브랜드 역시 참여지수 1,270,156점, 커뮤니티지수 1,963,181점을 기록했지만, 전체 브랜드평판지수는 전달 대비 절반 가까이 무너졌다. 콘텐츠 자체보다는 인물과 상징성에만 집중된 팬덤 구조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경고이자, 감정 소비의 방향이 기존 브랜드의 정체성과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감정소비의 이중 구조, 팬덤 내부에서의 분열

감정소비는 이제 단일하지 않다. 팬덤 내부에서조차 감정 소비는 ‘열정적 지지’와 ‘비판적 애정’으로 나뉘고 있으며, 그 균열은 브랜드평판 지수의 비선형 변화를 촉발한다. 에스파 카리나는 높은 미디어 노출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 반응이 일정 수준 이하에 머물렀다. 이는 피로감을 수반한 관심의 흔적이며, 곧 ‘무관심’이라는 심리적 단절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특히 중위권에서 활약 중인 르세라핌 김채원, 우주소녀 엑시, 아이브 리즈는 팬덤 내부의 감정 밀도가 일정함에도 불구하고 상위권으로의 상승이 제한되고 있다. 이는 감정 소비의 지속 가능성이 팬덤 규모와 별개로 측정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소수 정예’ 팬덤만으로는 브랜드 확장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드러낸다.

아이브 장원영, 솔직 고백 "보상 없는 고통은 없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사진=2025 01.13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인스타그램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브랜드 정체성은 더 이상 고정되지 않는다

현재 걸그룹 브랜드 전략은 ‘아이덴티티의 반복’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 정체성이 고정될수록 감정 소비의 다양성은 줄어든다. 제니, 장원영, 카리나 모두 공통적으로 고유한 이미지와 정체성을 구축해왔지만, 그 이미지가 장기간 유지되면서 오히려 브랜드로서의 유연성이 떨어졌다. 브랜드가 동일한 서사와 연출로 반복될 때, 팬덤은 결국 감정적으로 분리되기 시작한다.

이는 걸그룹 브랜드가 단순한 ‘스타’가 아니라, 감정의 동반자이자 사회적 상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브랜드 정체성은 지속적으로 갱신되어야 하며, 감정 소비를 자극하는 다양한 서브 아이덴티티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정체성은 고정된 상징이 아니라, 유통 가능한 감정의 형식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팬덤 전략, ‘감정의 포트폴리오’로 전환해야

지금 걸그룹 브랜드가 맞이한 감정소비의 한계는 브랜드 구조 자체의 재편을 요구한다. 단일한 콘텐츠, 반복되는 미디어 노출, 정형화된 팬덤 소통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시장의 감정을 움직일 수 없다. 브랜드는 개별 소비자와의 정서적 동기화를 설계해야 하고, 팬덤은 단순한 충성 집단이 아닌 ‘감정 협상자’로 재규정되어야 한다.

팬덤은 브랜드를 소유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의 흐름을 중재하고 재구성하는 집단이다. 이제 걸그룹 브랜드는 단일한 메시지 대신, 팬덤이 해석하고 감정 이입할 수 있는 ‘다층적 내러티브’를 필요로 한다. 정체성 고정에서 감정 다양화로, 브랜드 전략은 반드시 전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