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렌드②] 내란 이후의 ‘정당성’ 붕괴, 정치 혐오를 키운 ‘정당 없는 정당’
[KtN 최기형기자] 2025년 대한민국 정치의 풍경은 ‘정치 없는 대선’이라는 역설에 직면하고 있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정당의 자격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정치의 본질이 사라지고 있다. 선거는 열리지만 정책은 없고, 후보는 있지만 비전은 없다. 이 모든 기형은 ‘내란 수괴 체제’의 후과이며, 국민의힘이 내란과 헌정 파괴의 정치적 공범임을 부정하지 못하는 현재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 정당이라 부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내란의 정치적 책임에 대한 반성과 성찰 없이, 오직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유일한 전략으로 삼는 ‘증오 정치’만이 남아 있다. 대선 경선이라는 이름의 토론회는 공약과 비전이 아니라, 민주당 후보에 대한 조롱과 모욕으로 채워졌고, 내란 수괴 윤석열에 대한 비호는 여전히 금기처럼 작동하고 있다.
정치 혐오를 자산화한 극우 프레임
국민의힘 경선에 등장한 후보들의 발언은 정당의 품격을 가늠하는 기준에서 이미 붕괴를 넘어섰다. 내란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며, 헌재 결정마저 부정하는 정치 논리는 이미 민주주의의 틀을 거부한 지 오래다. “왜 자꾸 윤석열 이야기를 하느냐”는 반문은, 내란 수괴에 대한 공동 책임을 피하기 위한 방패일 뿐이다. 책임의 자리를 부정하는 정당은, 국가 운영의 자격이 없다.
이러한 전략은 우연이 아니다. 극우 유튜브 담론을 정당 담론으로 흡수하고, 혐오의 알고리즘을 선거전략으로 삼아 정치 혐오를 제도화하는 데 성공했다. 상대 당 후보의 생머리, 키높이 구두, 보정 속옷에 집착하는 유치한 인신공격은 여성 혐오와 외모 비하의 코드로 뒤덮여 있으며, 이는 일종의 정서적 무기화다. 유권자를 정치적 판단이 아닌 혐오와 조롱의 감정으로 유도해, 판단 대신 분노를 부추기는 것이다.
정당은 정책을 중심으로 한 담론의 장이어야 하지만, 국민의힘은 ‘증오의 정치’를 유일한 경쟁력으로 포장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선거를 ‘투표’가 아닌 ‘보복’으로 만들고,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을 중단시킨다.
정당의 자격, 정치를 모독하는 경선
한때 집권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지금 내란 수괴 윤석열의 정치적 후계자를 선발하는 '충성 경연대회'로 대선 경선을 전락시켰다. 정당은 민주주의의 중추이며, 공공적 논의를 생산해야 할 플랫폼이지만, 이제는 그 역할을 스스로 폐기하고 있다. 정강과 정책은 실종되고, 존재 이유는 오직 ‘이재명 반대’라는 부정적 기호로 축소되었다.
“정당 없는 정당”, “비전 없는 비전 발표회”라는 비판은 과장이 아니다. 윤석열을 통일 대통령으로 복귀시키겠다는 전광훈 목사의 출마 선언, 그리고 이에 침묵하는 보수 진영 전체는 정당이 아니라 광신적 정치 집단화의 시작을 암시한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여성 기자 폭행에 대한 무반응, 한덕수 권한대행의 자가당착적 대권 꿈까지, 국민의힘은 조직으로서의 정치 도덕성마저 방기했다.
국가 비전 대신 ‘윤 어게인’이라는 정치적 망령을 반복 소환하는 정당은 존재 가치가 없다. 경선이 아닌 충성배틀, 정책이 아닌 유튜브 수사, 이 모든 것이 정치를 조롱으로 만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당의 문제가 아니다. 헌정 체계 전체의 기반이 되는 ‘정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이다.
민주주의 복원은 정당성 회복에서 시작된다
윤석열 체제의 헌정 파괴는 헌법재판소의 파면으로 종결되었지만, 그 잔재는 여전히 권한대행 체제와 국민의힘 내부에 살아 있다. 대통령이 없는 상태에서 권한대행이 헌법상 권한을 남용하고, 국정 책임을 방기한 채 대선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으며, 제1야당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비전 없는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헌법적 정당성의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 내란 수괴 체제의 후예들은 반성과 성찰 없이 다시 권력을 꿈꾸고 있으며, 유권자의 분노를 자극해 책임을 회피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위험한 왜곡이며, 정당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스스로 파괴하는 자해이다.
정치의 복원은 정당성 회복에서 시작된다. 당이 존재하려면,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정책, 그리고 과거에 대한 책임이 필요하다. 이를 피하고 감추는 정당은, 존재 자체가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다.
6월 3일의 대선은 단지 대통령을 뽑는 것이 아니다. 정치라는 이름으로 가장해진 파괴적 구조를 끝내는 기로이기도 하다. 정당의 이름으로, 비전 없는 증오 정치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책임과 성찰을 담은 민주주의의 재출발을 선택할 것인가. 선택은 유권자에게 남아 있다. 그러나 정당성 없는 정당은, 결국 역사 속에서 사라질 운명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