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트렌드②] 병렬형 발전, 지역에서 다시 쓰는 에너지 질서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운영 구조다

2025-04-22     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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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박준식기자] 에너지 전환의 흐름이 기술 개발에서 운영 권한의 재편으로 옮겨가고 있다. 병렬형 발전 구조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에너지를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고 누가 운영하며 어디에 귀속시킬 것인가에 대한 구조적 제안이다. 이 전환은 단순한 공급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중앙집중형 산업 체계에서 벗어나 에너지 주권을 지역 단위로 분산시키려는 정치적 조정에 가깝다.

지역이 에너지를 구성하는 방식

전북 전주시의 마이크로그리드, 충북 단양의 태양광 자립 플랫폼, 경남 산청군의 분산형 전력망 구축은 모두 지역이 주도해 구성한 에너지 운영 모델이다. 이들은 기술을 이전받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내에서 생산과 저장, 소비의 흐름을 설계하고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구조를 시도하고 있다.

신안군이 추진 중인 영농형 태양광 프로젝트는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발전 설비만 설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농업과 병행 가능한 생산 환경을 유지하며, 날씨와 작물 생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전량을 예측하고 저장 용량을 조절한다. 기술, 경제, 공간의 세 요소가 하나의 유기적 구조로 통합되는 방식이다.

한화큐셀의 고효율 셀 기술과 야스의 장비 공급 역량은 이러한 구조를 현실로 만드는 기술적 기반이다. 생산된 전기는 지역 내 소비를 중심으로 배분되고, 수익 구조는 참여자에게 분배된다. 에너지를 둘러싼 권한이 중앙이 아닌 지역 내부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운영 구조다

재생에너지 기술은 이미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 문제는 이 기술을 어디에서, 누구의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가다. 병렬형 발전 구조는 전력망의 효율보다 운영 주체의 전환을 핵심에 둔다. 기술은 분산되었지만, 제도는 여전히 중앙에 집중되어 있다. 이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전환의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종속 구조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에너지 분권 전략은 이런 구조를 뒤집으려는 시도다. 지역이 운영하고 중앙이 지원하는 방식, 기술보다 구조를 먼저 설계하는 접근이다. 재생에너지를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권한 구조 안에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에너지는 더 이상 기술 개발의 대상이 아니다. 생산과 소비의 흐름을 설계하고, 운영 권한을 재배분하며, 그 구조 안에서 지역이 주도권을 갖는 방식이 필요하다. 병렬형 발전은 그 방향을 구체화하는 전략이며, 한국형 에너지 전환이 기술을 넘어 구조로 나아갈 수 있는 첫 조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