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렌드①] 내란 이후의 정치, 무너진 헌정질서 위에 세워진 대선

정치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2025-04-23     최기형 기자

 

[KtN 최기형기자] 윤석열 파면 이후 조기 대선을 향한 정치권의 움직임은 단순한 지도자 교체 이상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내란 혐의, 권한대행 체제, 통상 협상과 대선 간보기까지, 하나의 정치적 국면이 아니라 복수의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구조다. 국가는 정치적 과오의 대가를 치르고 있고, 그 과정에서 헌정질서의 균열은 더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은 계엄령 발동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면서, 헌법적 가치의 해석을 정치적 방어 논리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계엄령을 ‘가치중립적 수단’이라 표현한 발언은 박찬대 직무대행의 언급처럼, 내란의 정당화를 꾀하는 이념적 재포장을 의미한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국정 안정보다 정치적 존재감 확보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외교와 통상까지 선거 전략의 일부로 흡수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권한대행의 정치화, 대선 플랫폼으로 변질된 국정

한덕수 권한대행은 대통령 출마 가능성을 명확히 부인하지 않으면서 통상 협상과 국정 행위를 정치적 레버리지로 활용하고 있다. 최상목, 안덕근 두 장관이 미국으로 출국한 가운데, 협상 내용은 여전히 비공개 상태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가 미래를 볼모로 삼는 정치”로 규정했다. 협상의 명분보다 권한대행의 존재감이 앞서는 현 상황은 통상 외교의 근본 취지를 흐리게 만들고 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과거 마늘 협상 실패, 무역협회 고액 보수, 대사관 사적 이용 등 한덕수의 이력을 열거하며 공직자의 자격을 다시 묻고 있다. 협상의 진정성과 공공성보다 이미지 관리와 정치적 유불리가 중심이 되는 순간, 국정은 실질적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총리실 내부에 ‘사모 대응팀’이 존재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조직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국무총리실은 선거 캠프로 전락한 셈이 된다. 직권남용 논란은 공무원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직자들이 준수해야 할 공무원 행동강령은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대한 거부를 명시하고 있다.

핵무장 공약의 정치적 오염

국민의힘 일부 예비 후보들이 꺼내든 ‘자체 핵무장’ 공약은 국내 정치의 극단화뿐 아니라 외교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는 전략적 위험 요소다. 박찬대 직무대행은 이 공약이 국제 비확산 체제를 정면으로 위배하며, 대한민국 외교의 근간인 비핵화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동맹의 기반을 흔드는 이 같은 입장은 단기적인 정치적 효과만을 노린 접근이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건진 게이트’를 새롭게 제기했다. 검찰은 윤석열, 통일교, 건진법사 간의 자금 거래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며, 다이아몬드 목걸이 제공 정황과 관봉 현금 5천만 원의 출처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정치와 종교, 금전이 얽힌 이 구조는 단순한 비위 차원을 넘어 권력형 부패의 반복 가능성을 보여준다.

경제 외교의 공백, 정치적 목적에 희생되는 산업 전략

홍성국 최고위원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국익의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접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협상은 관세를 넘어 금융, 농업,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고차 방정식이다. 하지만 각 부처가 따로 대응하는 구조에서 전략적 시너지는 실종되고 있다. 미국, 일본, 동남아 국가들과의 공조 가능성도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

중국산 저가 공산품, BYD·CHL 등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한국 시장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 보호 전략은 대선 정국에 가려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산업 생태계를 방어할 주체는 분산돼 있고, 협상 테이블의 중심에는 국익보다 정치 일정이 놓여 있는 모양새다.

민주주의의 복원은 정치의 책임으로 남는다

윤석열의 내란 혐의, 한덕수 체제의 정치화, 보수야당의 극단적 공약, 그리고 고립된 외교전은 한국 정치가 반복적으로 마주해온 구조적 결함을 노출하고 있다. 권력의 사유화, 공직자의 책임 회피, 외교와 안보의 정략적 활용은 제도 민주주의를 기능 부전 상태로 몰아넣는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특검 재발의를 예고하며, 사법적 진실 규명과 정치적 책임 구조 복원을 병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제도 개혁이 없는 특검은 정치적 이벤트로 소모될 수밖에 없다. 대선은 결국 정치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기회이며, 정치가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헌정 위기는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