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렌드②] 통상 외교의 사유화, 대행 체제의 붕괴가 시작되었다
관세협상, 누가 국익의 대표자인가
[KtN 최기형기자]한국 정치의 중심축이 무너진 자리에 외교가 놓였다. 윤석열 파면 이후 시작된 권한대행 체제는 한계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통치 기능의 왜곡으로 전이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민생과 경제가 파탄의 위기로 치닫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한미 통상외교의 근본을 흔드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직접 그 중심에 있다.
관세협상, 누가 국익의 대표자인가
4월 24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첫 한미 2+2 경제안보 협의.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한국이 최선의 제안을 가져왔다”며 관세협상의 급진전을 시사했다.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발언은 미국이 제안의 구조와 내용에 만족했다는 신호다. 문제는 한국의 이익이 어디까지 반영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베센트 장관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과 경제부총리 최상목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양측 모두 외교 라인의 실무 책임자이지만, 이번 협상의 의제와 전략은 한덕수 권한대행의 주도 아래 구성된 것으로 확인된다. 파면된 정권의 행정 잔재가 국익의 이름으로 중대한 대미 협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외교의 명분과 정치의 욕망이 충돌할 때
한미 간 관세협상은 단순한 수출입 조건을 넘는 구조적 협상이다. 전기차, 배터리, 철강, 바이오 산업에 이르기까지 한국 산업의 존속성과 직결된다. 윤석열 정권 시기부터 한국 산업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과학법, 공급망 안전화 전략 등 미국 중심 통상규범에 적응해왔고, 이번 2+2 협의는 그 마무리로서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
그러나 권한대행 체제는 통치의 정당성을 지니지 않는다. 대통령이 파면된 상황에서, 중대 통상 협상을 주도할 자격은 정무적으로도, 헌정 질서상으로도 모호하다. 당연히 차기 정부가 구성된 이후 협상을 이어가야 함에도, 한덕수 권한대행은 적극적인 대외 협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행보가 통치 행위인지, 정치 행위인지 불분명해지는 순간, 외교는 국익의 도구가 아니라 개인의 정치적 전략으로 전락한다. 지금 이 순간 한국의 국익이 사유화되고 있는 이유다.
대권의 욕망, 책임 없는 권한 행사로 표출되다
여권 관계자들과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한덕수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설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조용한 출마 준비, ‘권한대행 프리미엄’, 외교·경제 컨퍼런스에서의 존재감 부각, 그리고 정책 메시지의 조율된 노출까지. 통상 외교의 선봉에서 ‘정무적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전략은 명백하다.
단순한 정치 활동이 아니라, 헌정 체계의 일탈이다. 공직자가 선거에 출마하려면 사직해야 한다. 권한대행의 직무 역시 헌법적 신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그러나 지금 한덕수 권한대행은 명시적 선언 없이 정치적 행보를 지속하고 있으며, 대외 협상까지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관세 협상을 정치의 무대로 이용하는 순간, 외교는 국민의 것이 아니라 개인의 것으로 변질된다. 그 결과는 향후 수년간 한국 경제에 되돌릴 수 없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파면된 권력의 그림자, 헌정 질서를 침식한다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는 윤석열 파면 이후 만들어진 헌정의 예외 상태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예외는 점차 일상이 되었고, 이제는 체계의 균열로 이어지고 있다. 권한대행 체제는 명시적으로 제한된 행정 권한을 가진 것이지, 정치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기구가 아니다.
한 권한대행이 관세 협상을 주도하고, 대권 행보를 병행하는 지금의 상황은 ‘임시 권력’이 국정의 전면을 장악하는 구조적 위기를 보여준다. 국가의 정통성이 위임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교 행위가 이뤄지고, 경제 전략이 확정되고 있다. 이 같은 체제는 통치의 지속이 아니라, 정치의 유사 행위다.
대한민국은 지금, 국익의 대표자가 누구인지 묻고 있다. 정당성 없는 권한은 책임 없는 권력으로 이어진다. 외교를 정권 유지의 도구로 이용한 모든 과거는, 훗날 국가적 리스크로 되돌아왔다. 국익의 이름으로 정치를 수행하려는 시도는 반드시 그 책임을 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