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렌드③] 침묵하는 국가, 질식하는 경제: 성장률 –0.2% 시대의 정치적 허구

2025-04-25     최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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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최기형기자] 2025년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2%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경기순환의 하락 국면이 아니다. 4분기 연속 0.1% 이하 성장, IMF의 성장률 전망 1% 하향, 수출 급감, 내수 붕괴가 동시에 맞물린 ‘구조적 침몰’의 전조다. 이 와중에도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권한대행 체제는 국가 리더십의 공백을 정치적 기회로 치환하고 있다.

홍성국 최고위원은 이를 “질식 상태에 빠진 경제”라 표현했다. 터널 속에 갇힌 경제에 숨통을 틔울 정치적 결단은 없었고, 대권의 욕망만이 정치 무대를 점령했다.

1분기 –0.2%, 2분기 더 악화될 전망

경제 침체의 실상은 더 깊다. 지난해 한국의 2.04% 성장률 가운데 정부 기여도는 0.1%에 불과했다. 98% 이상이 수출에 의존한 성장 구조는 2025년 관세전쟁이라는 직격탄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미국의 일방적 통상 조치로 인해 4월 10일 이후 대미 수출은 급속히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이는 2분기 경제에 가시적인 충격을 남길 전망이다. 관세 충격이 본격화되기 전 이미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황에서, 수출 기반이 흔들린 2분기 이후는 ‘연속 역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WTO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무역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했다. 90일 유예기간이 끝난 후 양자 관세가 본격 적용되면, 글로벌 공급망도 동시에 붕괴 위험에 놓인다. 구조적으로 수출에 편중된 한국 경제는 이 격변기에 매우 취약한 상태로 진입했다.

그러나 통화·재정정책의 총체적 대응은 부재했다. 한국은행은 ‘터널의 끝을 기다리자’는 소극적 입장을 고수했고, 정부 재정당국은 “추경만으로 내수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0.8% 이상의 분기 성장률을 향후 3분기 연속 기록해야 연간 1% 성장이라는 목표조차 달성 가능한 구조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분기당 평균 성장률은 0.3%에 불과했다. 경제정책은 실효성보다 형식에 머물렀고, 추경은 상징적으로 남았다.

통상 협상은 국익인가, 대권인가

이 같은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권한대행 체제는 국익이 아닌 정권 창출을 위한 협상에 몰두하고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시정연설에서 관세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한국은 최선의 제안을 들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선’의 실체는 알려지지 않았고, 협상은 다음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원칙마저 무시됐다.

이러한 협상 방식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2000년 마늘 협상 당시, 한덕수 본부장이 이끌었던 졸속 합의는 국내 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남겼다. 중국의 보복 관세에 백기투항하듯 물러서며, 농민들에게 사전 설명 없이 수입자유화 문을 열었던 사건은 지금도 외교·통상 실패의 전형으로 남아 있다. 2025년 현재, 권한대행이 다시 이끄는 협상은 과거의 그림자를 닮아가고 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국정은 손 놓고, 대선 스펙 쌓기에만 집중하는 내란 대행 체제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고, 송순호 최고위원은 “외신 인터뷰로 협상가 이미지를 만들려는 권력의지를 국익으로 위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책임 없는 정권, 대행 체제의 무능

경제 위기 앞에 책임지는 인사는 없다. 윤석열은 파면됐고, 그 빈자리는 여전히 권한대행 체제로 유지된다. 최상목 부총리는 추경의 한계를 언급하면서도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한국은행 총재는 터널 안에서 “기다려보자”는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고, 누구도 경질되지 않았다. 오히려 고장 난 시스템 위에 자신의 대권 구도를 얹으려는 정치권력의 의지만 부각되고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을 수행한 지난 20일 동안, 국정은 수습되지 않았고 협상은 졸속으로 진행되었으며, 야당과의 소통은 단절되었다. 광주와 울산을 돌며 대중 행보에 집중했고, 언론을 통한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경제를 복원하는 총책임자의 모습은 없었고, 국가를 위임받은 대행자의 절제도 존재하지 않았다.

홍성국 최고위원은 “지금의 한국 경제는 무너진 터널 안에서 질식 상태에 있다”며 “AI 투자와 산업 재편, 과감한 추경 없이는 회복의 불씨조차 피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는 여전히 침묵 중이며, 국정을 담당하는 권한대행 체제는 위기보다 대권에 몰두하고 있다.

정치의 복원이 아닌, 국가의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

2025년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법이라는 3축 모두가 구조적 위기 속에 놓여 있다. 윤석열 체제는 파면되었지만, 그 잔재는 검찰과 사법, 통상과 경제 곳곳에 여전히 뿌리내리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 권한대행 체제가 새로운 권력의 서막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복원이다. 경제는 수치로서만 무너지지 않는다. 위기에 응답하지 않는 권력, 책임지지 않는 구조, 말뿐인 대책이 경제의 자생력을 무너뜨린다. 이 침묵과 무능, 정치적 탐욕이 만들어내는 질식 상태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국가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