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트렌드①] 시간을 넘어서는 색, 블랙과 다크 톤의 재구성
블랙의 귀환, 포멀웨어와 파워 드레싱의 진화
[KtN 임우경기자] 2025년 가을·겨울 시즌, 글로벌 여성복 런웨이는 색채 구조의 깊은 변화를 드러냈다. WGSN의 Vision AI 분석 결과, 블랙과 다크 톤이 전체 색상 구성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며, 패션의 흐름이 빠른 소비보다 긴 호흡을 지향하는 쪽으로 기울었음을 입증했다.
블랙은 변함없는 축으로 자리했다. 전년 대비 점유율 변동 없이 39.9%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유지했다. 다크 브라운과 다크 네이비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다크 브라운은 점유율이 11%포인트 이상 상승해, 블랙을 대체하는 새로운 클래식 컬러로 부상했다.
이번 시즌 런웨이는 단순한 색채 유행을 넘어, 패션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한 스타일' 전환을 명확히 보여주는 장이 되었다.
블랙의 귀환, 포멀웨어와 파워 드레싱의 진화
Saint Laurent와 Rochas는 블랙을 기조로 한 포멀웨어 컬렉션을 전개했다. 슬림한 테일러링, 미니멀한 디테일, 다양한 텍스처 실험을 통해 블랙의 무게감을 경쾌하게 풀어냈다.
Tory Burch는 전통적인 톤온톤 기법을 넘어, 블랙을 기반으로 브라이트 컬러를 대담하게 믹스하며 새로운 긴장감을 부여했다. 블랙은 단순한 안전지대가 아니라, 예측을 뛰어넘는 실험의 무대가 되고 있다.
WGSN 데이터에 따르면, 다크 톤과 미디엄 톤을 합산한 비율은 67%에 달했다. 브라이트 컬러와 파스텔 컬러가 점차 밀려나고, 깊이감 있는 색채가 중심을 잡아가는 흐름이 확연해졌다.
이는 빠른 변화를 소비하는 데 지친 글로벌 소비자들이, 더 긴 시간 동안 품을 수 있는 스타일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다크 브라운의 약진, 새로운 클래식의 가능성
다크 브라운은 이번 시즌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다.
Ferragamo, Hermès, Gucci는 다크 브라운을 핵심 팔레트로 끌어올리며, 블랙의 단조로움을 넘어서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다크 브라운 기반 코트, 슈트, 액세서리의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다크 브라운은 과거로 회귀하는 복고적 감성에 머물지 않는다. 어스톤 특유의 부드러움과 현대적 미니멀리즘을 결합해,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인상을 남긴다. 이는 '일상의 확장'을 지향하는 소비 심리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WGSN 분석에 따르면, 다크 브라운은 다크 계열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빠른 트렌드 소비를 넘어, 감정적 연결과 긴 시간 동안 유지될 가치를 중시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 패션 시장의 기회
국내 패션 업계 역시 이 같은 글로벌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여성 오피스웨어와 세미포멀, 하이엔드 캐주얼 분야에서는 블랙을 재해석한 테일러링과 포멀 아우터웨어 수요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한 무채색 디자인을 넘어, 소재의 깊이감과 실루엣의 섬세함을 강조한 컬렉션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30대 이하 여성 소비자층은 한 시즌 유행을 좇기보다,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유지되는 제품에 대한 투자를 선호하는 흐름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블랙과 다크 브라운을 중심으로 한 ‘뉴 클래식’ 전략이 브랜드 경쟁력 확보에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블랙 일변도를 넘어 다크 브라운과 어스 계열 컬러를 적극적으로 조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스타일을 찾는 소비자 심리에 부응하고, 한국 시장 내에서 슬로우 럭셔리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