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트렌드①] 나트륨 배터리와 알루미늄 수요 전쟁: CATL의 도전과 한국 산업계의 갈림길

알루미늄 수요의 새로운 균형점

2025-04-30     박준식 기자
사진=테슬라X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테슬라가 나트륨 배터리의 실차 적용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실험이 아니라 상용화를 전제로 한 단계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CATL이 있다.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은 2025년부터 2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 ‘낙스트라(NAxtra)’의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테슬라, BMW, 체리(Chery)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이 이미 가시화되었고, CATL의 이탈은 리튬 중심 질서의 균열을 의미한다.

리튬 가격이 톤당 수십만 위안대를 오르내리는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 자원 편중 등의 구조적 한계는 이미 산업계 전반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CATL은 이러한 상황에서 리튬의 대체재로서 나트륨의 상업적 가치를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에너지 밀도 175Wh/kg, 5분 충전에 520km 주행, 영하 40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낙스트라는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소재 공급망까지 아우르는 배터리 산업 구조 전환의 분기점이다.

알루미늄 수요의 새로운 균형점

나트륨 배터리 기술의 핵심은 '저비용 구조'에 있지만, 그 함의는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선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음극 집전체로서 기존의 동박을 배제하고 알루미늄박을 도입하면서 소재 수요의 중심축을 전환시켰다. 이 전환은 가격 효율성과 공정 단순화라는 기술적 이점에 기반하며, 알루미늄 수요를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2배 이상 증대시키는 구조적 변화를 동반한다.

알루미늄은 지각 내 매장량이 풍부하고 원재료 가격 또한 안정적인 금속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동박(銅箔)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나트륨 배터리는 전기화학적 특성상 구리 음극 집전체 대신 알루미늄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구조적 전환점을 내포한다. 상용화가 본격화될 경우 알루미늄박 수요는 급속히 팽창하며, 이로 인해 기존의 동박 중심 공급망은 알루미늄 기반으로 재편되고, 소재·정련·압연 단계 전반에서 새로운 글로벌 경쟁 지형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조일알미늄(018470)이 알루미늄 잉곳을 압연해 초박형 코일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노벨리스코리아에 이어 국내 시장 점유율 2위(12.8~13.6%)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트륨 배터리 시장 성장에 따른 원재료 공급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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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L의 도약, 한국의 지연된 선택

한국 배터리 산업은 고성능 니켈계 배터리(NCMA, NCM9 등)를 중심으로 기술 우위를 구축해왔으며, 최근에는 LFP 시장에 대한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LFP 양산을 계획하고 있고, SK온은 코발트 프리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CATL은 이보다 한 발 앞서 나트륨 배터리 대량 생산에 돌입하며 또 다른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기존 LFP의 50%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략적 전망은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다. ESS, 저가 전기차, 대형 전동화 설비 등에서 나트륨 배터리가 빠르게 채택될 수 있는 수요 기반을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2030년 전후로 설정해왔다. 하지만 CATL의 가속화는 그 일정을 최소 3~5년 앞당기고 있다. 이 격차가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전이되면, 현재 한국이 보유한 기술 우위는 가격 우위 앞에서 무력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응 전략: 다층화된 생태계 구축이 관건

한국 산업계의 대응은 이제 단순한 '따라가기'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 그리고 병행 전략의 정교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배터리 포트폴리오의 이중화는 필수적이다. 고성능 NCM 배터리의 고도화는 기술 경쟁력 유지에 필요하며, 동시에 LFP와 나트륨 배터리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제품 라인 확장이 아니라, 소재·공정·공급망 전반의 구조 재편을 수반한다.

알루미늄박, 나트륨 전용 전해질, 고속충전 음극소재 등에서 국내 기업들의 진입이 시급하다. 일부 중소기업(WCP, 나인테크 등)이 기술 개발을 착수했으나, 양산성 확보와 기술 고도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산학연 협력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R&D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525억 원 규모의 나트륨 양극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산업 전반의 추세를 고려할 때 최소 2,000억 원 이상으로의 확대와 세제 혜택, 공급망 다변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알루미늄 슈퍼사이클, 기술 패권의 또 다른 얼굴

나트륨 배터리는 리튬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저가형 시장에서의 글로벌 재편을 촉진하는 기술이다. CATL의 전략은 단지 제품 혁신이 아니라, 중국 중심의 공급망 구조를 알루미늄 중심으로 재정렬하려는 국가적 프로젝트다.

한국은 이제 기술 독주의 자신감에서 벗어나, 속도와 구조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 알루미늄 공급망 내재화, 나트륨 배터리 소재 기술 확보, 다층적인 배터리 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정부와 민간 모두의 전방위적 대응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