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음악시장 트렌드①] 감정경제와 셀프브랜딩: 써클차트 17주차가 보여준 '개인 브랜드' 시대의 도래
로제와 Bruno Mars, 감정자본의 글로벌 확장
[KtN 홍은희기자] 써클차트 17주차 발표는 K-팝 시장이 단순한 음악 산업의 프레임을 벗어나, ‘감정경제와 정체성 소비’ 중심의 문화경제로 전환되고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로제, 제니, G-Dragon, TWS의 이름이 상위권을 채운 이번 주차 순위는, 팬덤 기반의 집단 소비에서 벗어나 개별 아티스트의 브랜드와 감정 자산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구조의 전환을 상징한다.
로제와 Bruno Mars, 감정자본의 글로벌 확장
17주차 글로벌K-pop차트 1위는 로제와 Bruno Mars의 협업곡 ‘APT.’였다. 이 곡은 27주 연속 1위를 유지하며 단순한 인기 곡을 넘어 ‘지속적 감정소비’라는 흐름을 구축했다. 2023년 10월 발표된 ‘APT.’는 전 세계적으로 ‘아파트’라는 감정적 공간 개념을 음악으로 번역하며 글로벌 공감을 이끌어냈다.
Bruno Mars의 세계적 감성과 로제의 세련된 한국적 정서를 결합한 이 곡은, 단순한 컬래버레이션이 아니라 ‘감정 자산’의 수출 구조를 보여준다. 팬들은 곡 자체보다 ‘APT.’가 제공하는 감정의 풍경, 정체성의 안정성, 그리고 브랜드화된 상징성에 반응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K-팝이 음악만으로 소비되지 않음을 뜻한다. 아티스트가 설계하는 세계관, 감정 구조,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코드가 음악 외적인 소유의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제니의 'like JENNIE', 셀프브랜딩과 여성 아티스트 자산화
제니는 ‘like JENNIE’로 디지털차트와 스트리밍차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며 2관왕에 올랐다. 이는 그의 첫 정규 앨범 ‘Ruby’의 타이틀곡으로, 곡 제목에서부터 이미 자기지시적 브랜딩 전략이 명확하다. 제니는 소속사의 기획된 정체성에 머물지 않고, 자기 자신을 ‘콘텐츠의 기획자이자 상징’으로 구성했다.
‘like JENNIE’는 단순히 음악적 성과를 넘어서, 여성 아티스트의 자율성과 브랜드 자산화가 가능한 구조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셀프브랜딩은 더 이상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콘텐츠 자체이며, 이는 글로벌 여성 소비자층에게 고유한 감정적 거울 역할을 한다. 제니는 자신을 규정하는 방식 자체를 소비자에게 내맡기지 않고, 직접 설계된 정체성을 통해 ‘공감 가능한 힘’을 구축하고 있다.
G-Dragon과 TWS, 양극화되는 피지컬 시장
G-Dragon은 정규 3집 ‘Ubermensch (Nemo)’로 리테일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해당 앨범은 단순한 음반이 아닌, 아트북·포스터·디지털 확장 카드 등 다양한 수단으로 구성된 복합 예술 패키지로 유통되었다. 타이틀곡 ‘TOO BAD’는 Anderson .Paak이 피처링에 참여해 음악적으로도 글로벌 협업의 확장성을 확보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TWS는 세 번째 미니앨범 ‘TRY WITH US’로 55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앨범차트 1위를 차지했다. TWS는 대형 기획사 중심의 콘셉트 드리븐 전략을 고수하고 있으며, 청량·성장 서사라는 반복적 테마를 통해 팬덤의 집단적 소유욕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G-Dragon의 전략이 ‘브랜드 예술소비’라면, TWS는 ‘계획된 팬덤 소비’다. 이는 피지컬 시장이 현재 ‘희소성 기반 고부가가치 구조’와 ‘정량 기반 팬덤구조’로 양극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아티스트가 기획하는 상품 구조 자체가 더 이상 단일하지 않음을 시사하며, 피지컬 시장의 내부 분화가 시작되었음을 뜻한다.
임영웅과 감성 소비의 세대화
OST ‘천국보다 아름다운’으로 다운로드·벨소리·통화연결음 부문에서 3관왕에 오른 임영웅의 성과는, K-팝 내 감성 소비의 지역화·세대화 경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곡은 JTBC 드라마와의 강력한 결합을 통해, 특정 연령대와 정서적 친화성을 확보한 콘텐츠로 소비되었다.
특히 벨소리·통화연결음 차트에서의 1위는 과거형 플랫폼에서 여전히 강력한 소비력을 유지하고 있는 특정 세대층의 존재를 부각시킨다. 이는 K-팝이 단일한 청년 시장 중심의 산업이 아니라, 다층적 정서 지형과 세대별 콘텐츠 접점 위에 구축된 산업임을 증명한다.
차트는 단지 순위가 아니다
써클차트 17주차 결과는 단지 특정 곡이 인기를 끌었는지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순위표는 산업 내부의 구조적 전환, 감정 소비의 경제적 파급력, 그리고 아티스트 브랜드화의 진전을 입증하는 문화경제적 지표로 읽힌다.
2025년의 K-팝은 더 이상 음악을 파는 시장이 아니다. 정체성을 구축하고, 감정을 설계하며,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브랜드 플랫폼이다. 팬은 곡을 듣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소비하며, 그 브랜드를 통해 자신을 재구성한다. 감정은 소모되지 않는다. 감정은 소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