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렌드③] 대선 정의는 누구의 손에 있는가

피선거권 제한과 사법정치화의 민주주의 파괴

2025-05-02     최기형 기자

 

[KtN 최기형기자] 2025년 조기 대선 정국은 헌정 회복의 무대이자, 정치의 본질이 어디에서 결정되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었다. 그러나 사법부의 일련의 판단은 정치의 정의가 유권자 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법적 절차와 정치적 시점의 교차점에서 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대법원의 이재명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은 단지 한 후보에 대한 법적 판단이 아니라, 선거 정의의 구조를 흔드는 결정이었다.

피선거권 제한, 사법이 유권자의 권리를 침해한 구조적 지점

이재명에 대한 파기환송 판결은 형식적으로 상급심의 재심리 명령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민주주의의 핵심 구성 요소인 피선거권을 제약하고, 유권자의 선택 범위를 제한하는 중대한 정치 개입이다. 피선거권은 개인의 정치적 권리를 넘어, 공동체가 구성할 수 있는 정치적 미래의 스펙트럼을 결정한다. 사법이 이 권한을 일정한 정치적 조건 하에 배제하거나 축소할 때, 유권자는 간접적으로 ‘선택의 주권’을 침해당하게 된다.

대법원이 선거 직전에, 판례 변경에 가까운 해석을 통해 유죄 취지 판결을 내린 시점은 결정적이다. 정치적 타이밍에 따라 법률 해석의 방향이 달라지고, 법적 안정성보다 정치적 파장이 우선될 때, 선거의 정당성은 사법부의 결정을 전제로 움직이게 된다. 사법이 판결로 선거 구도를 결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를 무력화하는 구조적 개입이다.

법이 후보를 결정할 때, 민주주의는 선거의 형식만 유지된다

정치의 본질은 선택 가능성의 확장에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선거 정국은 선택 가능성이 축소되고, 유력한 대안들이 법정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 대법원은 선거를 앞두고 피선거권 박탈의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이는 유권자가 후보를 판단하기도 전에 사법이 정치적 전제조건을 설정한 셈이다.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은 선거의 자유로운 경쟁과 선택에 있다. 특정 정치인의 출마 자격이 법정에 의해 좌우되는 순간, 선거는 권력 재분배의 장이 아니라 사법 관리의 절차가 된다. 이 구조는 사법부가 헌법상 유권자에게 부여된 선택권을 선별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국민주권의 실질적 위축을 초래한다.

사법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정당성의 문제. 사진=이재명 X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법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정당성의 문제

대법원이 내린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은 법률의 언어로 쓰였지만, 정치의 함의를 안고 있다. 단지 판결이 아닌 정치 질서에 대한 구조적 개입이었으며, 후보자 개인이 아니라 정치 주체의 구성을 조정하려는 행위로 작동했다. 이재명에 대한 판단은 특정 정당의 전략적 선택을 무력화했고, 유권자 다수가 기대한 민주적 경쟁의 전제를 흔들었다.

사법이 중립적 위치에서 현실 정치의 충돌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구도의 사전 정렬에 나서는 순간, 민주주의는 더 이상 제도로서 작동하지 않는다. 이 구조는 특정 후보를 위한 것이 아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선언한 기관이 스스로 그 원칙을 위반할 경우, 모든 정치 주체는 동일한 위험에 노출된다.

유권자의 판단 이전에 사법이 결론을 내린다면

유권자는 정치의 궁극적 책임자다.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판단은 단순히 개인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 선택 기회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다. 선거의 의미는 후보 간의 경쟁이 아니라, 유권자의 평가와 판단을 통해 정치 권력이 형성된다는 데 있다.

지금 한국의 선거 구조는 유권자의 판단 이전에 사법의 결론이 선행되고 있다. 피선거권이 사법적 판단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유권자의 정치적 권리는 절차적으로 보장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축소된다. 이는 단지 2025년 조기 대선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가 향후 어떤 권력 감각 위에 설 것인지를 가늠하는 중대한 기준이다.

사법정치화 시대, 민주주의는 어느 손에 있는가

정치의 정의는 권력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 집합적 판단에 있다. 그러나 사법부가 선거 구도의 전제를 조정하고, 정치적 경쟁의 조건을 해석하며, 출마 자격을 사실상 판단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고 실질은 사라지게 된다.

대법원의 판결은 단지 이재명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 판단은 피선거권이라는 헌법적 권리, 유권자의 선택권, 선거의 절차적 정당성 전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행위였다. 사법이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원칙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정한 판단'이 아니라 '정치로부터의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