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렌드③] ‘예고된 피로’: 프랜차이즈 시대의 종말

콘텐츠 양보다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

2025-05-04     신미희 기자
 [KtN 포토] 나우어데이즈, 훈훈 남친짤 (영화 '파과' VIP 시사회) 사진=2025 04.24  나우어데이즈(현빈·연우·시윤·진혁·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 5월 극장가에는 장르와 구조가 익숙한 영화들이 반복되고 있다. 스크린에 올라온 대다수 작품은 이전에도 본 것 같은 전개와 설정을 따르고 있으며, 등장인물은 이름만 다를 뿐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인다.

개봉 주말에 쏠리는 흥행 성적은 여전하지만, 관객의 반응은 빠르게 식고 있다. 관람 후기는 짧고, 입소문은 널리 퍼지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중심의 기획은 이제 더 이상 관객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반복되는 서사, 줄어드는 반응

‘썬더볼츠’와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모두 시리즈 기반의 대형 기획 영화다. 마블 세계관의 연장선 위에 놓인 ‘썬더볼츠’는 캐릭터 설정과 세계관 확장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개봉 사흘 만에 매출은 30% 이상 감소했고, 회당 관객 수는 40명 아래로 떨어졌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개봉 첫날 예매율은 높았지만, 관객은 빠르게 이탈했다. 전개는 정형화돼 있었고, 결말은 예측 가능했다. 신선한 기획보다는 이전 성공 사례의 반복에 가까운 구성이었다.

기획형 콘텐츠의 구조적 한계

지금의 극장가에서 프랜차이즈는 여전히 투자 유치에는 유리하다. 제작사는 시리즈물의 안정성을 내세우고, 배급사는 초기 흥행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으로 이를 활용한다.

하지만 이 구조는 점점 관객의 반응을 외면하고 있다. 스토리는 익숙하고, 캐릭터는 반복되며, 감정선은 깊어지지 않는다. 관객은 다시 같은 세계로 들어가는 데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실제로 ‘썬더볼츠’와 ‘거룩한 밤’ 두 작품 모두 개봉 첫 주 관객 수는 10만 명 이상이었지만, 둘째 주부터 상영 횟수는 줄어들고, 관람률은 급감했다. 관객은 이야기보다 선택할 이유를 찾고 있으며, 콘텐츠가 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KtN 포토] 쌍둥이맘 맞아?... 한그루, 초미니 패션 '시선 집중'  사진=2025 04.27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감독 임대희) VIP 시사회 포토월 행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신뢰의 저하

반복되는 콘텐츠는 단지 한두 작품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개봉한 ‘마인크래프트 무비’, ‘파과’, ‘해피엔드’ 등도 흥행 곡선이 유사하다. 첫날 관객 수는 높지만, 이틀 만에 30% 이상 하락한다. 이는 장르의 문제가 아니라, 기획 방식이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징후다.

스크린 수는 많고, 상영 회차는 반복되지만, 관객은 실제로 선택하지 않는다. 극장을 찾더라도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에 대한 설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관객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믿게 만드는 능력이 산업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콘텐츠 양보다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의 한국 영화 산업은 콘텐츠의 양이 아니라, 방향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시리즈 성공 공식을 반복하는 방식은 단기 흥행에는 유효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관객의 이탈을 가속시킨다.

관객은 더 이상 브랜드 이름만으로 극장을 찾지 않는다. 새로운 서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찾고 있다. 프랜차이즈 전략이 유효했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으며, 이제는 다시 ‘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가’를 물을 시점이다.

극장 산업의 회복은 더 많은 작품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관객이 기대할 수 있는 신뢰를 회복하는 기획,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명확한 이유, 과잉이 아닌 정제된 설계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