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렌드] 외식 산업은 어떻게 감각 자본이 되었는가

‘Asia-Pacific Special Awards 2025’이 말하는 도시 브랜딩의 새로운 구조

2025-05-04     신명준 기자
L’OLIVA. 사진=Asia-Pacific Special Award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명준기자] 2025년 ‘Asia-Pacific Special Awards’는 단순한 미식 수상 결과를 넘어, 도시 간 외식 산업의 감각 역량과 자본 구조를 입증하는 정교한 경제 지표로 기능한다. 수상 내역에는 특정 메뉴나 셰프를 넘어선 공간 설계, 브랜드 전략, 고객 감정의 자본화까지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외식이 하나의 서비스 산업을 넘어 감각 기반의 산업 자산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 목록은, 아시아 도시 간 권력 구조의 재편이 ‘미각’이라는 비가시적 감각을 통해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는지를 정밀하게 드러낸다.

감각을 산업화한 도시들: 방콕, 싱가포르, 시드니

‘Pizza of the Year’ 수상작으로 선정된 방콕의 ‘Massilia’는 고전적인 이탈리아 피자 스타일을 지역적 감각으로 재구성해 감각의 전통성과 창조성을 동시에 획득했다. ‘Norma not Normal’이라는 메뉴명은 익숙한 정형성을 해체하고, 새로운 미각 감도를 제안하는 의도적 서사다. 방콕은 이미 ‘Best Dessert List’ 부문에서도 ‘L’OLIVA’가 수상하며, 외식 콘텐츠의 다양성과 깊이 면에서 감각 자본의 구성 능력을 입증했다. 방콕은 감각의 소비 도시가 아니라, 감각의 생산 도시로 전환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Best Fried Food’(Fortuna), ‘One to Watch’(ANTO) 두 부문을 수상하며 아시아 고급 외식 지형에서 강력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ANTO는 독립 브랜드 중심의 외식 스타트업이 향후 글로벌 외식 자산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상징적 지점이다. 메뉴의 정교함뿐 아니라 공간 연출, 브랜드 내러티브, 고객 인터페이스 전략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시드니의 ‘gigi’s’는 ‘Best Beer Service’ 수상을 통해, 음료를 단순한 부속품이 아닌 외식 감각의 독립 자산으로 구성해낸 전략이 평가받았다. 이는 외식 소비가 더 이상 식사 중심으로만 이뤄지지 않으며, 한 잔의 음료조차 감각 자본으로 편입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도시 전체가 감각을 조직하고 자본화하는 역량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결과다.

독립 브랜드의 산업화, 셰프의 이름이 자산이 되는 구조

인도 구르그람의 ‘da Susy’는 ‘Pizza Maker of the Year’ 부문에서 수상하며 셰프 수지 디 코시모의 브랜드가 지역적 한계를 넘어섰음을 증명했다. 기술력만으로 평가되지 않는 외식 산업에서, 셰프의 감각과 브랜드 내러티브는 더 이상 개인의 이름이 아니라 산업화 가능한 콘텐츠로 작동하고 있다. 감각은 언어를 초월하며, 외식 브랜드는 이를 통해 국경을 넘어 자산화된다.

‘Made in Italy’ 상을 수상한 서울의 ‘Pizzeria Marione’는 외식 산업이 단순히 본고장의 정통성을 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도시의 감각 밀도와 문화 수용력에 따라 재구성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은 이제 감각의 소비를 넘어 감각의 구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탈리아 본토 브랜드와의 감각적 동질성을 확보함으로써 외식 브랜드의 국제적 신뢰도를 갖춘 셈이다.

Pizza of the Year 2025Latteria Sorrentina AwardNorma not Normal. 사진=Massili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외식 소비는 감정 경제이며, 고객 경험은 구조화된 자본이다

멜버른의 ‘SHOP225’는 ‘Best Customer Satisfaction’을 수상하며 외식 서비스가 감정의 흐름을 통제하고 설계하는 고도화된 감각 시스템임을 입증했다. 고객 만족은 단지 메뉴의 품질이나 서비스 친절에 국한되지 않으며, 공간의 온도, 조명의 밝기, 음악의 음색, 계산 방식의 편의성까지 총체적 경험을 포함한다. 외식 공간은 이제 도시 브랜드의 미세한 인터페이스이며, 만족의 경험은 곧 경제적 충성도로 전환되는 자본의 흐름이다.

도쿄의 ‘RistoPizza by Napoli sta ca’가 수상한 ‘Best Pasta Proposal’ 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외식 콘텐츠는 단순히 맛의 조합이 아니라, 메뉴 간 서사적 연계와 정서적 일관성으로 평가된다. 파스타는 피자를 위한 부속 메뉴가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을 보강하는 서브 내러티브이며, 감각의 층위를 확대하는 전략적 구성 요소다.

도시 외식 산업의 시사점: 감각은 도시 전략의 핵심 축

2025년 ‘Asia-Pacific Special Awards’는 외식 산업이 감각 자본의 정제된 총합이자, 도시 경제 전략의 전면에 위치하게 되었음을 분명히 한다. 도시 간 경쟁은 더 이상 기술력이나 자본 총량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감각을 어떻게 조직하고 자산화하며, 고객의 미세한 반응까지 어떻게 구조화된 콘텐츠로 전환하느냐에 따라 도시 외식 산업의 위상이 결정된다.

서울은 ‘Pizzeria Marione’를 통해 본격적인 경쟁의 서막에 진입했지만, 외식 공간의 자산화, 브랜드 셰프 생태계, 정책적 감각 설계 등 여러 층위에서 구조적 보완이 요구된다. 외식은 미각의 영역이 아니라, 감각의 언어로 구축된 도시 전략이며, 소비의 단위가 아니라 구조의 단위로 접근해야 한다.

외식 산업은 감각이 자본이 되는 구조에서 이미 다른 단계로 진입했다. 수상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도시가 감각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의 문제다. 지금 경쟁의 기준은 미각이 아니라 감각이며, 감각은 이제 도시 경제의 언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