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T①] 감각을 짓고, 감정을 직조하다
송미리내 개인전 ‘CONNECTED_응축된 호흡’, 감정 구조 실험의 미학
[KtN 임민정기자] 서울 종로 북촌 아트 살롱 드 아씨 갤러리는 2025년 5월 7일부터 5월 30일까지 작가 송미리내의 개인전 ‘CONNECTED_응축된 호흡’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감정의 직접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감각의 구조화와 재료의 물성을 중심으로 감정과 관계의 층위를 회화적으로 탐색하는 실험적 기획이다. 작가는 자투리 천, 텍스트 드로잉, 색면 배치와 직선 구성을 통해 감정의 불확실성과 관계의 잔여성을 조형 언어로 환원한다.
회화의 조건, '감각은 어떻게 조직되는가'
송미리내는 이번 전시에서 ‘호흡’이라는 개념을 감정의 표상이 아닌 감각의 리듬으로 변환한다. ‘응축된 호흡’이라는 개념은 정서의 축적을 감각의 파형으로 전환하며, 시각적 결과보다 감각의 형식적 구조에 집중한다. 작가는 감각이 구조화될 수 있는가, 그리고 회화는 구조를 담아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회화적 언어로 던지고 있다.
자투리 천은 이 탐색에서 핵심 매개로 기능한다. 원래의 용도를 상실한 천은 폐기된 감정의 은유처럼 화면에 삽입되고, 다양한 색과 밀도로 중첩되며 감정의 두께를 시각화한다. 직조된 천은 과거의 흔적을 지닌 채 현재의 구성요소로 전환되고, 그것은 상처의 자리가 아니라 회복의 조건으로 제안된다.
텍스트 드로잉, 감정 언어의 해체와 재구성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손글씨 형태의 붓질은 일정 부분 단어로 인식되며, 언어와 이미지의 경계를 흐린다. 특히 대표작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입니다〉에는 ‘행복’이라는 단어의 변주가 반복적으로 포착된다. 그러나 명확한 메시지 전달보다, 감정의 언어가 해체되는 과정을 시각화한 것으로 읽힌다.
송미리내는 텍스트 드로잉을 통해 언어의 질서를 회화 안에 해체된 감각으로 들여오고 있다. 언어는 읽히기보다는 흐르고, 의미보다는 흔적으로 작용하며, 회화의 구문 구조를 형성하는 요소로 재배치된다. 송 작가의 접근은 현대미술에서 언어와 시각예술 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흐름과 궤를 같이하며, K-ART 내부에서 감정의 조형 언어화를 어떻게 시도할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감정의 도식화를 넘어서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입니다' 는 혼합 매체를 통해 감각의 복합 구성을 제시하는 작업이다. 좌측의 코발트 블루는 정지된 감정의 응축 상태를 암시하며, 위로 올라간 초록색 곡선은 운동성과 이질감을 동시에 품는다. 황색, 연보라, 보라로 중첩된 배열은 관계의 층위, 감정의 여운을 형성하며, 시각적 밀도를 구축한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붉은 사선은 직조된 감각의 흐름을 절단하고, 감정의 불균형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전체 화면은 단일한 조화나 안정적 구성이 아닌, 파편과 접합, 긴장과 완화로 이뤄진다. 작품은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구조화된 상태로 사유하게 하는 것’에 가깝다.
K-ART의 흐름
송미리내의 작업은 한국 현대미술이 조형 언어의 외연을 감각의 구조로 확장해나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이 아니라, 감정을 감각과 구조로 번역하려는 시도는 회화가 지니는 미학적 가능성뿐 아니라 윤리적 함의까지 포함한다. 특히 자투리 천을 사용하는 방식은 단순한 물성 실험을 넘어서, 감정의 윤리적 회복과 예술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화두로 이어진다.
감정의 조형적 해석이라는 명제에 비해 회화적 언어의 자율성과 완결도는 일부 작품에서 해석의 유보를 요구한다. 형식 실험은 분명하지만, 조형 언어의 조직력이 개념의 복잡성을 충분히 감당하는지에 대해서는 관람자의 판단과 작가의 지속적 실천이 필요하다.
동서 미감의 병치와 존재론적 탐색
이번 전시는 단지 회화의 시각적 실험이 아닌, 동양적 감각과 서양적 심리의 병치 속에서 새로운 감각 언어를 시도하는 자리다. 실과 천은 동양철학에서 관계와 인연, 조화를 의미하며, 텍스트 드로잉은 서구의 개념미술 전통 속 심리적 내면과 연결된다. 두 흐름이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작가가 직면한 미학적 과제이며, 한국미술이 감정과 사유를 예술로 병치하는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전시명: CONNECTED_응축된 호흡
기간: 2025년 5월 7일 수요일부터 5월 30일 금요일까지
장소: 아트 살롱 드 아씨 갤러리 (서울 종로구 북촌)
오프닝 행사: 2025년 5월 10일 토요일 오후 2시 (고윤선 국악 공연)
아티스트 토크: 2025년 5월 22일 목요일 오후 6시 (정세근 철학자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