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렌드①] 사법의 정치화, 대법원은 왜 '루비콘 강'을 건넜는가
조희대 전합체 판결과 '사법 쿠데타' 프레임의 구조
[KtN 최기형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대통령선거후보의 공직선거법 무죄 판결을 파기한 순간,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의 경계선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거운동 시작을 열흘 앞둔 시점, 대법원은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 결정을 내리며 이재명 후보에 대한 추가 재판 일정을 선거 기간에 강행하게 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즉각 반응했다. 윤호중 총괄선대본부장은 해당 판결을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며, 정치적 중립과 적법절차라는 헌정 원칙이 훼손되었음을 강조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주도한 전합체 판결은 단순한 법률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절차를 통한 정치 개입이라는 전례 없는 사법 판단으로 기록되고 있다. 법원의 형식이 유지된 가운데 실질은 정치 권력에 복무했다는 판단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공유되고 있다.
전합체 회부의 경위: 절차가 무너진 사법 시스템
사건의 시작은 대법원 2부에 배당된 이재명 후보의 재판이 불과 2시간 만에 전합체로 직행한 구조에서 비롯된다. 법원조직법은 소부 심리 선행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전원합의체 회부는 예외로 허용된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러한 절차를 무시한 채 곧바로 전합체를 소집했다. 사건 검색 기록은 이 과정이 실시간으로 무너졌음을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공명선거법률지원단장은 “법원 내부 예규와 법조항을 모두 무시한 결정이었다”며, “사법 시스템이 스스로 자율성을 포기하고 정치화된 구조로 이동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해당 사건의 주심이 판결에서 반대 의견을 낸 대법관이었다는 사실은, 전합체 회부가 사전에 결론을 예정한 절차로 기획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게 한다.
법원이 검토한 사건 기록은 7만 쪽에 이른다. 그러나 대법원은 단 두 차례의 심리를 거쳐 결론을 내렸고, 법원 관계자는 “사건 기록 전체를 열람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놓았다. 이와 같은 사법적 경솔함은, 단순한 절차 위반이 아니라 헌정 체계에 대한 심대한 위협으로 간주된다. 윤호중 총괄선대본부장은 “대법원이 공정해 보이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포기했다”고 직설했다.
헌법 116조의 충돌: 재판과 선거, 무엇이 우선인가
이번 결정은 단순히 이재명 후보 개인에 대한 불이익에 그치지 않는다. 재판 일정이 선거운동 기간과 겹치면서, 헌법 제116조에 명시된 선거의 기회 균등이 실질적으로 침해받는 구조가 형성됐다. 선거운동의 자유는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이라는 민주주의의 기초와 직결된다.
박범계 공명선거법률지원단장은 “재판은 연기할 수 있지만, 침해된 선거운동 기회는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며, 비례성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재판 강행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자의 신분을 보장하며, 공무원의 부당한 선거 개입을 금지한다. 대법관 역시 헌법상 공무원에 해당하는 만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재판을 진행하는 자체가 위법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고등법원 환송심을 포함한 모든 공판 일정에 대해 기일 변경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직접 방어가 아니라, 헌정질서 회복이라는 차원의 법적 대응이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선 개입 프레임의 형성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책임론은 법적 범위를 넘어 헌정윤리의 수준으로 확장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총무본부장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실상 3차 내란의 중심에 서 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시도와 한덕수 권한대행의 출마 구도에 조응하는 권력 연장 시나리오의 정점이 대법원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천준호 전략본부장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윤석열 사법 살인의 최종 집행자”로 규정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기소는 6회, 압수수색 350여 건, 재판 5건이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남겼으며, 이는 ‘정치적 제거 작전’이라는 전략적 판단으로 연결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조희대 대법원장, 한덕수 권한대행 사이의 권력적 연계성은 ‘이재명 죽이기-한덕수 만들기-윤석열 무죄’라는 구도로 명료화되고 있다.
무너지는 사법 신뢰, 흔들리는 헌정 질서
강훈식 종합상황실장은 “대법원이 단순히 굴복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치의 전면에 나섰다”고 발언했다. 2024년 12월 3일 계엄 사태와 2025년 5월 1일 전합체 판결을 동일한 헌정 붕괴의 연속선상에서 해석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프레임은, 사법 권력의 자의적 결정이 단지 사법 체계에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 구조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정당한 절차에 대한 믿음, 헌법적 권리에 대한 기대, 사법부에 대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은 이미 붕괴 위기다. 윤호중 총괄선대본부장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판결을 지켜본 국민이, 이제 자신이 재판받을 때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법적 판단은 단일한 사법 행위가 아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판단은 대선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유권자의 선택권, 후보자의 피선거권, 나아가 사법부 전체의 정당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선거의 전장에서, 헌정질서를 둘러싼 마지막 균형을 겨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