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렌드] 선거인가, 판결인가… 법원의 시간은 왜 이재명 후보만 겨냥하는가
공정선거의 균열선에 선 사법부… 파기환송심, 정치 개입의 증거로 남을 것
[KtN 최기형기자] 서울고등법원이 대통령선거를 눈앞에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 법원 집행관까지 투입해 피고인 소환을 시도한 움직임은 단순한 재판 일정 통보를 넘어, 사실상 선거판에 직접 개입하는 사법적 결정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의 관례를 깨고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유력 후보를 법정에 세우겠다는 재판부의 태도는, 사법의 독립을 말하기에 앞서 ‘정치의 작동방식’ 그 자체로 읽히고 있다.
피고인 출석으로 봉쇄되는 선거운동, 헌법 제116조가 무력화되는 순간
헌법 제116조는 선거운동의 기회 균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단지 형식적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평등성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의 명령이다. 그러나 법원이 선거운동 기간에 피고인 신분으로 유력 대선 후보를 반복 소환하려는 절차에 착수하면서, 참정권의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전제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재판부가 공판기일을 선거운동 초기에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순간, 한 명의 대선 후보는 전체 일정을 조정당하고, 전국 유세는 제약받는다. 언론 보도는 후보의 정책 메시지보다 재판 출석 장면을 반복 노출하고, 후보는 선거운동이 아니라 방어 전략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실질적 불균형이 제도적 불공정을 초래하는 구조에서, 공정한 선거의 전제는 이미 훼손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수개월간 정지돼 있던 파기환송심을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가동시켰다. 집행관 송달이라는 강제 절차까지 포함된 이번 대응은 사법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압력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 단순한 기일 지정이 아니라, 대선 경쟁 구도를 뒤흔드는 방식으로 법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은 명백히 시험대에 올랐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의 선고… 사법부가 대선 후보를 ‘탈락’시킬 수 있는 구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진행 중인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이 선고되면, 공직선거법 제18조에 따라 피선거권이 즉각 박탈된다. 이는 유권자가 후보를 평가하기 이전에 법원이 출마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구조를 의미한다. 판단의 기준은 법리이지만, 판단의 시점은 정치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선고 시점을 선거운동 기간으로 선택한 순간, 사법은 법률 판단을 넘어 정치 일정의 형성 요인이 된다.
정치권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사법부가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제기했으며,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탄핵 검토 움직임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헌정사에서 법원의 판단이 선거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위기감은, 단순한 선거 전략 차원이 아니라 제도적 신뢰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이 재판 일정을 강행하면서 대선 국면은 한층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치권 내부에서는 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검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법원에 의한 대선 개입이라는 프레임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치로부터의 거리두기’를 포기한 사법부… 선택적 중립이라는 위험한 전례
법원이 선거 시기를 피해야 한다는 기준은 성문화된 조항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법체계가 오랜 시간 유지해온 자율적 관행이었다. 정치적 논란을 회피하고 법적 판단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제였으며, 이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포함한 모든 사법기관의 내부 원칙으로 존중되어 왔다.
이번 파기환송심은 그 기준을 무너뜨린 최초의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이 중립이라는 원칙을 스스로 해체하는 순간, 모든 재판은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되며, 사법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급격히 붕괴된다. 피고인의 지위가 아니라, 피고인의 정치적 위치에 따라 재판이 움직인다는 인식은, 민주주의 전체 시스템을 불신으로 몰아넣는 위험한 신호다.
서울고등법원이 법의 이름으로 대선 구도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판단을 계속할 경우, 재판부는 스스로 법정이 아닌 투표소에 올라선 셈이 된다. 판단의 시점이 권력의 균형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사법은 중립이 아니라 정치의 결정 변수로 작동하게 된다.
지금 사법부는 법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재편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판 일정을 선거운동 기간으로 강행하는 결정은 단순한 절차 집행이 아니라, 제도적 공정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정치적 행위다. 서울고등법원은 더 이상 선거 바깥에 있지 않다. 특정 시점에 특정 후보에게 적용되는 절차는 그 자체로 정치이며, 사법은 지금 대선 구도를 설계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정과 절차를 말하는 법원이라면, 그 언설은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동일한 설득력을 지녀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입이 아니라 자제이며, 정의라는 명분 아래 행사되는 사법의 권능은 언제든 헌법 질서를 위협하는 정치적 폭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 서울고등법원이 자신을 헌법 위에 둘 것인지, 헌법 아래에 놓을 것인지는 2025년 대선을 둘러싼 역사적 평가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