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트렌드] 양자구도 속의 단일 강자… '이재명 54.2% vs 김문수 23.8%'의 의미는 단순 격차가 아니다
[KtN 김 규운기자] 여론은 정치적 구도와 권력의 성격, 그리고 시대정신을 압축하는 민감한 감응이다.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꽃’이 최근 발표한 2025 대선 양자 가상대결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54.2%의 지지율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23.8%)를 무려 30.4%p 차이로 앞섰다. 이 수치는 단순한 우세가 아닌, 정치적 경쟁의 구조가 이미 무너졌음을 암시하는 신호다.
전국 단위 균형 붕괴… 이재명은 ‘강한 후보’가 아니라 ‘유일한 후보’
이 조사에서 가장 뚜렷한 지표는 ‘이재명 후보의 전국적 지배력’이다. 서울, 경기, 충청, 강원·제주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막론하고 이재명 후보는 2배 이상 격차로 김문수 후보를 앞섰으며, 호남권에서는 77.1%를 기록해 김문수 후보(10.1%)와 67.0%p 차이를 보였다.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던 대구·경북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37.2%로 김문수 후보(34.4%)를 앞섰다.
단순한 지역별 강약 구도를 넘어, 정치적 전국정당성의 실체가 이미 이재명에게 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 국민의힘이 전략적 기반으로 활용해온 특정 권역조차도 더 이상 안정적 거점이 되지 못하며, 지역 편차보다 정치 구도 자체가 와해되고 있는 흐름이 감지된다.
유권자에게는 이재명이 ‘강한 후보’로서 선택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정치적으로 작동 가능한 유일한 후보로 수렴되고 있다.
세대·성별을 넘는 확산력… ‘김문수 후보’는 보수집결의 상징이 아니다
세대별 응답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60대 이하 모든 연령층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했다. 70세 이상 고령층에서조차 37.3% 대 36.9%로 미세한 차이지만 이재명 후보가 앞섰다. 고령층에서의 대등한 구도는 국민의힘이 마지막으로 의지해온 세대 기반조차 균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성별 격차는 없었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이재명 후보는 과반 지지를 획득했다. 이는 이재명 개인에 대한 정치적 거부감이 사실상 사라졌으며, 기존 보수진영이 강하게 호소하던 젠더 기반 정치 프레임이 유권자 전반에 설득력을 잃고 있음을 반영하는 수치다.
김문수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도 60.6%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고, ‘그 외 다른 인물’(29.5%)이라는 응답이 크게 나타났다. 이는 김문수 후보가 당내 대체 불가능한 중심 후보로 인식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지지층조차 그에 대한 이념적·조직적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념 지형 분석: 진보와 중도는 결집, 보수는 내부 불신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에서 이재명 후보가 87.6%로 압도적 결집을 보여주었다. 이는 진보 유권자들이 이재명을 체제 교체 이후의 명확한 구심점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사법적 리스크보다 정치적 안정성과 회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도층 역시 이재명 후보에게 과반 이상의 지지를 보내며(57.6%) 민심의 주류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반면 보수층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50.1%로 간신히 과반을 넘겼지만, ‘그 외 다른 인물’ 응답이 24.2%에 달하고, 이재명 후보도 20.8%를 기록했다.
보수 진영 내에서조차 김문수 후보에 대한 확신이 결여되어 있고, 당의 정치적 리더십 위기와 경선 불신이 표심에 깊이 반영되고 있다는 정황이다. 한마디로, 김문수는 보수 결집의 상징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분열의 반사판에 가깝다.
양자 구도는 양측이 있어야 성립한다
이번 양자 가상대결은 표면적으로는 이재명과 김문수의 대결이지만, 실제로는 경쟁의 부재를 드러낸 구조다. ‘양자’라는 형식에도 불구하고 유권자의 선택은 한쪽으로 쏠려 있으며, 다른 한쪽은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즉, 이 구도는 실질적으로 일방적 선호 속의 대리대결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 교체' 이후 유권자들은 단순히 누가 다음을 맡을 것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정치 체제가 얼마나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는가를 판단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 질문에 대해 정치적 유능성과 예측 가능성으로 응답하고 있으며, 다른 후보들은 아직 그 물음 자체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정치는 비어 있는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없는 선택지를 배제하는 과정에서 본질이 드러난다. 지금 유권자는 ‘누구를 선택할지’보다, ‘누구를 더 이상 선택하지 않겠는가’를 먼저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점점 한쪽으로만 응축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꽃이 2025년 5월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5,001명을 대상으로 ARS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다. 조사는 통신 3사(SKT 225,000건, KT 135,000건, LGU+ 89,659건 등 총 449,659건)의 무선가상번호를 활용해 진행됐으며, 성별·연령대·권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 방식을 적용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0.8%포인트였으며, 응답률은 총 통화시도 165,178건 중 9.1%로 집계됐다. 가중값은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5년 4월 30일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바탕으로 성별·연령대·권역별 인구 비중에 따라 셀가중 방식으로 산출했다.
보다 자세한 조사 결과 및 수치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