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트렌드①] ‘로봇의 근육을 설계하는 자’…유니트리와 알에스오토메이션이 맞닿은 힘의 정치학
기술의 정치학: 가격 파괴를 넘어 구조 전환으로
[KtN 박준식기자] 중국 항저우의 유니트리(Unitree Robotics)가 공개한 4족 보행 소방로봇은 단순한 기술 데모가 아니었다. 로봇산업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 더 이상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으며, 물리적 세계의 위기 대응까지 포함하는 ‘정치적 기술’로 이행하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중국 증시는 곧장 반응했다. 유니트리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구조·소방용 4족 로봇을 선보이자, 기동장비(冀东装备), 만향전조(万向钱潮), 춘광과기(春光科技) 등 로봇 관련 종목 6개가 장 초반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급등은 단기 이슈에 그치지 않는다. 물리적 이동성과 정밀 제어 능력을 동시에 확보한 '움직이는 인공지능'에 대한 본격적인 수요가 개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유니트리, ‘로봇의 신체’를 재정의하다
2016년 DJI 출신 왕싱싱이 설립한 유니트리는 그간 로봇의 ‘형태’와 ‘감각’을 통합적으로 개발해왔다. 4족 보행 로봇 ‘Go1’과 ‘B1’, 그리고 인간형 로봇 ‘H1’과 ‘G1’은 단순 모션이 아닌, 물리적 상호작용과 자율 판단이 가능한 로봇의 체계를 정립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니트리의 H1은 키 180cm, 무게 47kg의 풀사이즈 휴머노이드다. 초당 3.3미터의 이동 속도, 물건을 들고 걷는 힘 제어 능력, 3D LiDAR 기반의 파노라마 인지 시스템은 인간의 운동성과 인지 구조를 모사한 결과물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지점은 이 모든 동작이 ‘힘-위치 하이브리드 제어’라는 독자적 기술로 구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센서를 최소화한 채, 로봇 관절의 토크와 위치를 동시에 제어하며 환경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유니트리는 이 기술로 로봇의 움직임을 수치가 아닌 ‘힘의 언어’로 설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히 복잡한 지형을 걷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복합적인 힘 제어, 자율 내비게이션, 딥러닝 기반 공간 예측까지 포함한 고밀도 제어 시스템은 소방, 구조, 군사, 원자력 등 고위험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응용되고 있다. 기존 로봇 기술이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예측 가능한 기계’였다면, 유니트리의 기술은 미지의 공간을 자율적으로 인식하고 판단하는 ‘능동적 주체’에 가깝다.
알에스오토메이션, ‘로봇의 근육’을 설계하는 기업
이 기술 구조의 결정적 접점에 한국의 알에스오토메이션(140670)이 있다. 알에스오토메이션은 현재 중국 산업용 로봇 기업들과 함께 자사의 ‘D8 4AXIS Drive’를 수직다관절로봇에 적용하는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 제품은 하나의 드라이브로 4축 제어가 가능하며, 세계 최소형 크기를 실현한 고밀도 통합형 드라이브다. 단순한 부품이 아닌, 로봇의 구조적 설계를 변화시키는 핵심 장치다.
드라이브는 인간으로 치면 근육과 같다. 로봇의 관절에 물리적 힘을 공급하고 정밀하게 제어하는 모듈이다. 알에스오토메이션은 이 드라이브 기술을 통해, 하나의 모듈로 다관절 로봇의 유연한 움직임을 구현하며 산업용 로봇 설계의 효율성과 정밀도를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현재 알에스오토메이션은 중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제조 시장에서도 ‘D8 4AXIS Drive’를 다양한 로봇 플랫폼에 적용하는 시험을 확대하고 있으며, 곧 상용화를 앞둔 적용 시점과 관련된 결과 발표도 예정돼 있다. 단순한 공급이 아니라, 로봇 플랫폼 자체의 설계를 바꾸는 수준의 기술 개입이다.
기술의 정치학: 가격 파괴를 넘어 구조 전환으로
유니트리는 기존 휴머노이드 로봇의 10분의 1 수준 가격으로 G1, H1을 공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저가 전략이 아니라, 기술 구조의 수직통합을 통해 실현된 가격 재정의다. 핵심 부품의 80% 이상을 자체 개발하면서 부품 단가를 낮추고 통합 효율을 극대화했으며, AI 알고리즘·감속기·드라이브 모듈까지 내부화한 결과다. 이 지점에서 알에스오토메이션과 유니트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동일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봇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힘의 정밀도는 어디까지인가?”
글로벌 로봇산업은 지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감각과 동작, 인공지능과 물리력의 통합이라는 다층적 구조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로봇의 ‘몸’을 구성하는 물리적 기술과 ‘의식’을 구성하는 알고리즘이 분리된 채 존재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 구조 속에서 한국 기업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단순한 기능의 집적이 아니라, 기술의 구조 자체를 설계하는 ‘핵심 모듈 기업’으로의 이행이다.
KtN 리포트
알에스오토메이션이 보여준 고밀도 드라이브 기술은 단순한 부품을 넘어선 ‘제어 철학’의 구현이다. 유니트리의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며 보여주는 물리적 유연성은, 이와 같은 정밀 제어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결국 기술의 우위는 ‘무엇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움직이게 했는가’에 달려 있다.
한국 산업계는 기능 중심의 경쟁을 넘어, 구조 중심의 기술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성능 로봇 기술을 구성하는 세 축—감지, 판단, 제어—가 긴밀히 통합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 생존은 불가능에 가깝다. 유니트리와 알에스오토메이션의 협력은 그 통합이 실현 가능한 기술 기반임을 입증하고 있으며, 한국 산업계가 기술 내재화와 수직 통합 구조를 얼마나 신속하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간 로봇 시장의 주도권이 좌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