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기획①] 비용 민감성과 부의 이동: 2025 아시아 소비자의 새로운 구매 결정 구조
멤버십과 하우스 브랜드: 가성비를 새롭게 정의하는 전략
[KtN 박준식기자] 2025년 아시아는 더 이상 '성장 잠재력'이라는 수사로 설명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절약 소비와, 막대한 상속 자본으로 재편되는 상향 소비가 동시에 출현하며, 소비 구조의 이중 트랙이 본격화됐다. 아태 지역은 단일 시장이 아닌, 위계적 소비 계층의 다중 구획으로 분할되었고, 이 구조적 전환은 전 세계 유통 전략의 중심축을 다시 그리게 했다.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아태 지역 소매 판매는 인플레이션 조정 기준으로 24% 성장이 예측된다. 특히 인도와 동남아, 중국 하위 도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신흥 중산층의 부상은, 글로벌 브랜드가 단순한 외연 확장을 넘어 지역 전략을 전면 재정비하도록 만든 결정적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하위 도시의 반란: 매장의 지형이 이동한다
중국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심리를 비교한 맥킨지 리포트는 의미심장한 수치를 보여준다. 하위 도시에 거주하는 밀레니얼 80%는 자국 경제에 대해 ‘자신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상위 도시에서는 이 비율이 65%에 불과했다. 이는 단순한 심리의 차이를 넘어서, 실제 소비의 무게중심이 상위 도시에서 하위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스와이어 프로퍼티스가 운영하는 베이징 싼리툰 타이쿠리와 상하이 HKRI 타이쿠 후이의 소매 매출은 각각 3.5%, 19.6% 감소한 반면, 하위 도시에서 입지를 확대한 씨젠 홀딩스의 임대료 수익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도시의 과포화 매장에 대한 리스크가 점점 현실화되는 가운데, 신흥 도시는 ‘매스 프리미엄’ 시장의 실질적 출발선이 되고 있다.
소비자는 여전히 가격에 민감하지만, 단순한 ‘저가’ 전략으로는 충성도를 담보할 수 없다. PwC에 따르면 아시아 소비자들은 비용에 민감한 동시에 ‘인지된 가치’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구매 금액의 최소 3배에 해당하는 가치를 느낄 수 있어야 재구매가 이어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브랜드들은 기본 상품군에 자체 브랜드(하우스 브랜드)를 도입하거나, 가격 대비 효율을 극대화한 ‘필수템’을 재구성하고 있다.
닐슨IQ의 조사에서 2024년 싱가포르 소비자의 95%가 하우스 브랜드에서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브랜드 충성도보다 ‘구매 최적화’가 우선하는 소비 정서를 반영한다. 이커머스 소매업체 무신사는 멤버스데이를 통해 포인트 혜택과 선착순 할인을 결합한 차별화된 로열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혜택을 관리’하며 소비하는 방식으로 행동을 전환하고 있다.
멤버십과 하우스 브랜드: 가성비를 새롭게 정의하는 전략
롯데마트 인도네시아점은 식품 매장을 기존 대비 4배 규모로 확장하면서 한국 식자재 쇼핑 경험을 전면에 배치했다. 이는 가격에 민감한 현지 고객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한국적 정체성을 상품 가치로 전환한 이중 전략이다. 올리브영이 자체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탄탄’을 통해 다이어트와 스킨케어 수요를 동시에 공략한 방식 역시, 통합적 니즈 대응을 통한 ‘인지된 가치’ 극대화 전략의 연장선이다.
한편, 코스트코와 샘스클럽은 중국에서 ‘대량 구매 + 멤버십 경험’이라는 고전적 조합으로도 여전히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들이 운영 중인 ‘다크 스토어’는 배송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소비자가 오프라인에서 받았던 감각적 충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실시간 쇼핑 경험의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히 판매 전략의 전환이 아니라, 아시아 소비자가 요구하는 구조적 효율성에 대한 응답이다. 효율은 더 이상 '싸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잘 샀는가’를 체감하게 하는 지각적 완결이다.
2025년 아시아 소비자는 숫자로 구획되지 않는다. '빈곤에서 중산층으로', '절약에서 취향 소비로'의 이행은 단선적이지 않으며, 다양한 사회문화적 맥락과 마주하면서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이 복잡한 계층 이동을 읽어내는 감각, 바로 그것이 오늘날 소매 전략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