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렌드] 내란 공범을 후보로 내세우는 정당, 정치 시스템의 붕괴 징후

보수정당 내부의 ‘윤석열 잔여 체제’와 내란 책임의 회피

2025-05-09     최기형 기자
김문수. 사진=2025 04.10  kbs 유튜브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윤석열의 내란 정국 이후,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권력 담합 구조는 단순한 당내 혼란이 아니라 헌정질서 회복을 가로막는 구조적 퇴행이다. 내란 이후의 권력지형을 ‘공범 중심’으로 복원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징후로 읽힌다.

2025년 조기 대선을 둘러싼 국민의힘의 내홍은, 단순한 계파 갈등이나 전략 실패로 설명되기 어렵다. 윤석열의 내란 행위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정당이 보여준 움직임은 ‘탄핵 이후의 정치’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내란 정권의 재조립’을 시도하는 정치적 반동에 가깝다. 선출된 후보가 사라지고, 공범이 후보로 등장하며, 경선이 무력화되는 일련의 흐름은 공당의 기능을 넘어 정당 정치 그 자체를 부정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보수정당 내부의 ‘윤석열 잔여 체제’와 내란 책임의 회피

국민의힘이 김문수를 대통령선거 후보로 선출한 뒤, 경선 결과를 사실상 뒤엎고 한덕수를 중심으로 새 후보 체제를 준비하는 과정은 명백한 정당민주주의의 파기다. 단지 후보 교체라는 절차적 이탈을 넘어, 정당이라는 제도적 조직이 권력을 위해 스스로 민주주의의 원리를 버린 국면이다.

한덕수는 윤석열 행정부 당시 국무총리였고, 내란 정국의 실질적인 행정 수반이었다. 윤석열의 권한 정지 이후에도 국정을 유지하며 내란 구조를 방조했으며, 탄핵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적 위기에 대해 책임 있는 위치에 있었다. 김문수는 윤석열에 대한 탄핵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인물이며, 내란 수괴에 대한 정치적 옹호자로 분류된다. 이런 인물들이 다시 대선의 중심축으로 등장하는 구조는 ‘내란 이후의 권력 청산’이 아니라, ‘내란의 정치적 공범 체계’의 복원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 보수 정치가 여전히 ‘윤석열 중심의 인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권력은 무너졌지만, 정치적 지배 구조는 살아남았다. 지금의 보수 정당은 윤석열 개인의 몰락 이후에도 여전히 그 인맥과 담합의 기억 속에 갇혀 있다.

경선 무력화와 당헌 유린, 붕괴하는 정당 정치의 기본 구조

정당의 경선은 권력 배분의 출발점이자, 국민과 당원 간의 정치적 계약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미 결정된 경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재투표 프레임’을 공식화했다.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라는 명목이 붙었지만, 실질은 지도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후보를 교체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김문수는 법원에 대통령선거 후보 지위 확인을 위한 가처분을 신청하며, 자당과의 법적 다툼에 나섰다. 이 장면은 단순한 정당 내 불협화음을 넘어, 조직 내부의 제도적 신뢰가 완전히 붕괴되었음을 상징한다. 정당이 공당으로서 기능하기 위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정치적 계약이 해체되고, 남은 것은 권력 중심의 조율과 계파 간 담합뿐이다.

홍준표는 경선 과정에 윤석열 측근이 개입했으며, 한덕수 띄우기는 ‘윤석열 재신임 구도’라는 폭로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이를 계파적 다툼으로 단순화할 수 없는 이유는, 보수 정당이 여전히 내란 정치의 책임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이 헌정 질서를 회복해야 할 시기에, 내란 정국의 정치적 방조자를 중심으로 다시 권력 구조를 짜는 움직임은 단지 정당의 위신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헌법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덕수 “단일화 없으면 본후보 등록도 안 한다”...김문수와 회동 앞두고 전격 선언  사진=2025 05.07   MBC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당 시스템의 해체가 낳는 민주주의의 구조적 위기

민의힘은 더 이상 정당이라기보다, 권력 재배치를 위한 운영 플랫폼으로 전락했다. 헌법적 책임은 사라졌고, 대의는 형식에 불과하며, 경선은 지도부 전략의 부속 장치가 되었다. 공당의 기능이 단지 ‘후보 선출 기계’에 불과해졌다는 평가가 빈말이 아니다.

윤석열의 내란 이후, 보수정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책임을 직면하고 청산하는 과정을 회피했다. 오히려 탄핵을 부정하고, 내란의 공범을 재등장시킴으로써 자신들의 권력 기반을 재건하려 했다. 이로 인해 헌정 회복은 구조적으로 지체되고 있으며, 정치의 중심축은 책임 회피와 담합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당이 국민의 위임으로부터 존재 근거를 갖는 조직이라면, 지금의 국민의힘은 더 이상 유권자와의 계약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다. 민주주의의 최소 단위가 무력화된 정치 구조는 정당 자체를 제도적 무력 상태로 이끈다. 그 결과는 단지 한 정당의 실패가 아니라, 헌정 시스템 전반에 걸친 구조적 위기로 이어진다.

내란 이후의 정치적 단절 없는 한국 정치의 취약성

이번 국민의힘 대선 혼란은 단기적 전략의 문제를 넘는다. 내란이라는 극단적 위기를 겪은 이후에도, 보수정당이 스스로 책임 구조를 확립하지 못하고, 과거 권력의 연장선 위에서 다시 체제를 재구성하려는 한, 한국 정치의 제도적 안정성은 계속해서 불안정한 기반 위에 놓이게 된다.

정당은 권력을 잡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대의하기 위해 권력을 위임받는 제도다. 그 전제가 무너진 정당은 결국 유권자에 의해 심판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바로 그 전제의 붕괴 위에 서 있으며, 더 이상 스스로를 정당이라 말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