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 트렌드③] 판호와 수출, 정책 전환의 신호탄: 중국 정부는 왜 게임을 밀고 있나

2025-05-12     김상기 기자
던전앤파이터: 오리진. 사진=오리진 홈페이지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상기기자] 2025년 들어 중국 정부는 게임산업을 전략산업으로 분류하고, 내수 진작과 수출 드라이브의 핵심 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산업 지원이 아닌, 국가 차원의 구조 재편에 가까운 조치다. 게임은 이제 중국 문화기술력의 집약체이며, 정책은 그 기술과 콘텐츠가 국경을 넘어 확장되는 구조적 기반을 만들고 있다.

판호 발급 확대: 내부 개방의 신호

2024년 중국의 게임 판호 발행 건수는 1,416건으로, 전년 대비 31.7% 증가했다. 그중 중국산 게임은 1,306건, 외산 게임은 110건이었다. 특히 한국 게임도 IP 협업을 포함해 4건의 판호를 받았고, 2025년 4월까지 누적 510건 중 외산 게임이 30건을 차지하며 확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다시금 ‘선별적 개방’ 기조를 공식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자체 콘텐츠 수출 확대뿐 아니라, 글로벌 고품질 콘텐츠의 유입을 통해 로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여기에 애니메이션, e스포츠, 파생상품까지 결합해 복합문화 산업으로의 확장을 동시에 노린다.

<던전앤파이터: 오리진>은 그 대표적인 한국 게임으로, 2024년 중국 모바일게임 매출 3위에 올랐다. 이는 단순한 인기작이 아닌, 판호 시스템 하에서 전략적 협업의 결과물이자, 글로벌 파트너십의 성공사례로 해석된다.

해외 진출 전략: 내수에서 수출로

2024년 중국 게임의 해외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13.39% 증가한 185억 5,700만 달러에 달했다. 위안화 기준 5년 연속 1,000억 위안 이상을 기록하며 글로벌 게임 시장의 주요 공급자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전략·슈팅·RPG 장르가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기술 집약형 게임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중국은 2025년 들어 게임의 해외 진출을 위한 전 밸류체인을 정책 지원 대상으로 확대했다. 3월 <소비촉진 특별 시행계획>을 통해 애니메이션, 게임, e스포츠 분야의 소비 확대를 명시했고, 4월에는 <서비스업 개방 확대의 가속화 추진 방안>에 따라 게임 산업 전 과정을 포함한 시범도시 체계를 발표했다.

특히 다롄, 칭다오, 선전, 허페이 등은 게임 전용 서버 클러스터, 클라우드 컴퓨팅 비용 절감, 데이터 전송 효율 향상 등을 내세우며, 기술 인프라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게임을 문화 콘텐츠이자 디지털 산업으로 규정한 정부의 전략적 시그널이다.

교육과 인프라까지: 전면 산업화의 신호

중국은 2025년부터 게임 관련 전공을 국가 고등교육 체계에 정식 편입시켰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5년 일반대학교 학부 전공 목록’에는 인공지능과 게임예술디자인이 신설되어, 콘텐츠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겠다는 방침이 명시되었다.

이는 산업 지원이 단기적 세제 혜택이나 정책 유연성에 머무르지 않고, 인재 양성→기술 투자→해외 진출→문화 파급이라는 게임산업의 전주기 지원 모델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크리에이티브 기반 콘텐츠’보다 ‘테크놀로지 기반 콘텐츠’에 강점을 가진 국가다. 게임은 그 대표적 출력이다. 하드웨어, 네트워크,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사용자 분석까지 산업 전 분야가 게임 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국 게임 산업의 전략적 접근 필요

중국은 코로나 이후 3년 동안 게임 판호를 통해 ‘기술 중심·IP 전략·수출 지향’으로 방향을 재정렬했다. 동시에 자국 콘텐츠에 대한 정책적 보호와 외산 콘텐츠에 대한 선별적 개방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이중 전략 속에서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전략적 협업과 장르 재설계, 기술 경쟁력 확보가 핵심이 된다.

한국은 RPG 중심의 스토리형 게임에 강점을 지니지만, 하이브리드 캐주얼·미니게임·여성향 등 신장르에 대한 전략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더불어 클라우드 게임, AI NPC 시스템, 플랫폼 중심 유통구조 등 새로운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와 대응력이 요구된다.

이제 판호는 단순한 진입 허가증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판호를 정책 수단이자 전략적 파트너십의 레버리지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 게임산업이 기술·콘텐츠·시장전략 전반에서 체계적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중국 시장은 ‘열려 있으나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