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렌드⑤] 모두 잠든 후에 교체할 거야? 야간 쿠데타로 무너진 정당 민주주의

후보 강탈과 대선 쿠데타: 정당 민주주의의 종말인가

2025-05-10     최기형 기자
 모두 잠든 후에 교체할 거야?   사진=2025 05.09  국민의힘 의원총회  단일화 논란 영상  mbc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 2025년 5월 10일 새벽 3시, 대한민국 보수 정당사의 치욕스러운 한 장면이 기록되었다. 국민의힘은 김문수 대선 후보의 자격을 전격 박탈하고, 한덕수 전 총리를 단독 입당시키는 동시에 대선 후보로 등록시켰다. 절차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로 시작됐고, 선거관리위원회의 승인으로 일사천리로 마무리됐다. 입당에서 후보 등록까지 단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이 교체극은 정당의 자율적 의사결정이라기보다, 하명과 강탈, 상납이라는 단어가 더 적확한 설명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 사건은 단순한 공천 문제가 아니다. 헌법상 정당의 책임성과 공적 절차, 그리고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대표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송두리째 파괴한 중대한 정치적 사변이다. 정당 내부의 자율적 판단이라는 외양을 취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상명하달식 권력 작동과 하명에 의한 의사결정 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린 구조적 위반이다. 정당은 유권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기구이며, 대선 후보 선출은 단지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헌정질서의 핵심을 구성하는 공적 행위다. 이러한 전제 위에서 보면, 야간 작전처럼 전개된 후보 교체는 사실상 헌정 정치의 파괴로 이어지는 중대한 변칙이었다.

새벽 정당 정치: ‘헌정 쿠데타’라는 비평의 맥락

국민의힘의 결정은 당헌 제74조의2 조항, 즉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비상대책위원회 의결로 대선 후보 선출을 가능하게 한다’는 특례 조항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정당 내부의 긴급 상황을 위한 예외적 절차일 뿐, 경선까지 거친 후보의 자격을 일방적으로 철회하고 외부 인사를 초단기간에 입당시켜 후보로 단독 등록시키는 데 악용될 수 있는 만능 면허가 아니다. 이 구조가 정당 민주주의의 붕괴로 해석되는 이유는 당원의 참여가 실질적으로 배제되었고, 국민의 검증과 토론도 존재하지 않았다. 정당이 아닌 작전 조직처럼 움직인 결정이었다.

후보 교체의 명분으로 제시된 ‘단일화 협상 결렬’은 정치적 판단일 뿐 법적 정당성이나 공적 책임의 기준이 될 수 없다. 특히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가 중앙선관위의 공표 금지 조치로 인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공개 수치를 근거로 후보를 교체하는 것은 정치적 신뢰 자체를 저버리는 행위에 가깝다. 더군다나 김문수 후보 측은 어떠한 사전 통보도 받지 못했으며, 등록 공고 시점조차 새벽 3시로 설정됐다. 민주주의 절차의 기본인 ‘공정한 기회 제공’ 원칙에 대한 정면 위반이다.

 

윤석열 체제와 ‘내란의 구조’: 권력 하명정치의 재연

더불어민주당이 “내란 본당”, “윤석열의 대리인 상납”이라는 격한 표현을 사용하는 배경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내부 당무가 아닌, 권력에 의해 조작된 정치 쿠데타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무정지 상황을 둘러싼 ‘내란 프레임’이 다시 호출된 이유는, 당시의 사법 통제와 이번의 정당 통제가 닮은 방식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잠든 사이, 강압적 권력에 의해 헌정의 한 축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정치적 패턴은 유사하게 반복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말하는 ‘내란 잔당이 아니라 내란 본당’이라는 규정은, 국민의힘이 단지 과거 권력의 후신이 아니라 현재의 권력 기획에 복무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읽힌다. ‘정당성’이라는 단어가 무의미해지는 순간, 정당은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 아니라, 권력자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지금의 국민의힘이 겪는 위기는 당 내부 갈등이 아니라, 권력에 종속된 정치 구조의 붕괴다.

제도적 파괴와 구조적 붕괴: 정당 민주주의의 말살

이번 사태의 구조적 문제는 단지 후보 교체의 속도나 형식에 있지 않다. 정당 민주주의의 제도적 기반이 의도적으로 무시되고, 상명하달식 절차가 자율적 결정으로 포장된 것에 있다. 국민의힘은 당헌상 전국위원회를 통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해야 했지만, 과정은 비상대책위원회의 단독 의결로 대체됐다. 이로써 당내 민주주의는 형식적 존재로 전락했고, 당원의 권리는 철저히 배제됐다.

이러한 구조는 유권자에게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당은 공적 권한을 행사하는 정치기관이지만, 정당 민주주의가 무너진 상황에서는 유권자가 정당에 위임한 정치적 권한도 함께 붕괴된다. 실제로 이번 사태는 보수층 내 강경파의 이탈, 당원들의 혼란, 그리고 무당층의 정치적 냉소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후보는 누가 결정하는가’라는 질문을 유권자 전체에게 다시 던지고 있다.

특정 정당의 위기이자, 정당 정치 전반에 대한 국민적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균열이다. 절차와 신뢰를 무시한 공천은 결국 유권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며, 대의민주주의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해산 요구’의 정치적 의미와 유권자의 심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더 이상 공당으로 인정하지 않고, 대선 포기와 정당 해산을 요구했다. 정치적 수사나 공세가 아닌,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근본적 요구로 해석할 수 있다. 법원은 전국위 소집 자체는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후보 교체의 적법성과 당헌 해석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는 법적 공백의 존재를 보여주며, 향후 정치적 판단과 국민의 심판이 이 사태의 마지막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음을 예고한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유권자의 날이었다. 유권자의 날에 ‘유권자 없는 후보 등록’이 벌어진 모순은 이 사태의 본질을 상징적으로 압축하고 있다. 더 이상 정당의 위기는 내부 사안이 아니다. 정치적 주권자인 국민이 이 구조적 왜곡에 어떻게 응답하는지가 헌정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이 해산의 요구를 회피할 수 있을지는 제도적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 전체의 감각과 신뢰에 달려 있다. 정당의 해산은 헌법적 절차를 거쳐야 가능하지만, 정치적 해산은 유권자의 심판으로 이미 진행 중일 수 있다. ‘정당인가, 조직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국민의힘이 선택한 방식은 민주주의가 허용할 수 없는 선을 넘어섰다. 그리고 그 책임은 이제 역사가 기록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