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렌드⑥] 보수, 새벽에 무너졌다 : 국민의힘 ‘단일화 쿠데타’가 남긴 것

대선 후보 ‘강제 교체’는 정치 쿠데타인가 :단일화 파행이 드러낸 보수 정치의 몰락

2025-05-10     최기형 기자

 

[KtN 최기형기자] 2025년 대선을 앞둔 정치 지형에서 국민의힘이 감행한 대선 후보 강제 교체는 단일화 협상 결렬 그 이상의 파장을 야기했다. 후보 경선과 당내 룰, 유권자 신뢰, 정치적 정당성의 전제까지 흔들며, 당 자체의 정통성과 헌정 민주주의의 질서를 동시에 훼손했다. 이 사태는 단순한 정당 내 갈등이 아니라,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을 시험대에 올려놓은 위헌적 정치 실험이다.

단일화 아닌 축출, 협상이 아닌 기획

5월 10일 저녁 7시 국회 본청.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측은 단일화를 위한 세 번째 실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그러나 5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협상은 다시 결렬됐다. 핵심 쟁점은 여론조사 방식이었다. 김문수 후보 측은 100%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절반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나머지는 무작위 방식을 도입하는 절충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덕수 후보 측은 이를 일축하며 전당원 투표를 고수했고, 김 후보의 입장을 ‘역선택 조장’이라 규정하며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이는 협상 결렬이 아니라, 축출 통보에 가깝다. 단일화 협상은 정치적으로 공존을 모색하는 전략적 조율의 영역이지만, 이번 ‘협상’은 사전 기획된 교체 절차의 거쳐 가는 형식에 불과했다. ‘당에 일임한다’는 말은 당 지도부의 일방적 절차 개시를 허용하는 백지위임이 아니라, 합리적 정치적 판단을 전제로 한 정당 내부 합의의 출발점이어야 했다.

자정의 결정, 새벽의 등록: 정치의 야습화

협상 결렬 직후 국민의힘은 자정을 기점으로 김문수 후보의 자격을 박탈하고, 새벽 시간대에 한덕수 후보의 입당 및 후보 등록 절차를 개시했다. 정당의 가장 중요한 권한인 후보 결정이, 전당원 투표라는 이름으로 긴박하게 통과됐고, 사실상 후보 교체는 지도부의 의결을 통해 완료됐다.

절차는 있었지만 과정은 없었다. 협상은 있었지만 합의는 없었다. ‘야심한 시각’이라는 단어조차 부족할 정도로, 민주주의의 근간인 투명성과 공개성은 무시되었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처리’가 아니라, 정당성 결여라는 중대한 정치적 문제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읍참마속”이라 말했지만, 김문수 후보가 감당해야 할 ‘마속’의 몫은 설명되지 않았다. 단일화 협상을 거부한 것이 문제였다면, 협상 상대였던 한덕수 후보는 어떤 절차를 통해 검증을 받았는가. 자정의 정치는 단일화의 이름으로 윤리와 정당성을 유예하고, 새벽의 권력은 보수의 주도권을 무대 뒤에서 재편했다.

'송구하다'는 말의 공허함 – 윤석열식 정무의 반복

한덕수 후보는 “협상 결렬에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과정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누구에게 미안한 것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정치적 문법에 따라 ‘송구하다’는 말로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2021년 윤석열의 ‘개 사과’와 닮아 있다. 형식적으로 사과하지만, 실제 책임은 회피하고 메시지는 왜곡된다.

더욱이 한덕수 후보 측 대변인이 김문수 후보의 자격 박탈을 ‘단일화 과정의 일부’라고 언급한 것은, 정당한 절차의 이름으로 권력의 탈취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다. 단일화는 경쟁을 조율하는 것이지, 정당의 후보를 교체하는 절차가 아니다. 그 발언은 정치적 통제, 절차의 조작, 정당성의 해체라는 세 가지 문제를 함축한다.

이러한 언어의 폭력은 과거 보수 정치의 절제된 정치적 표현과 분명히 결을 달리한다. 단일화가 아닌 단절화, 협상이 아닌 강탈극이었다는 평가는 그래서 설득력을 가진다.

‘내란 수괴’의 대리인 정당 – 윤석열 체제의 잔존

이번 강제 후보 교체 사태는 단순히 지도부의 전략 실패가 아니다. 내란 혐의로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된 윤석열 체제의 정치적 연장이자, 보수 정당 구조가 여전히 그 권력의 영향력 아래 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다. 한덕수 후보는 사실상 윤석열 체제의 대리인으로 등장했으며, 단일화라는 정무적 프레임 속에 숨은 권력 이양이자 충성의 서약이었다.

당내 일각에서 “친윤 세력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는 이준석 후보의 지적, “북한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는 한동훈 전 대표의 격앙된 비판은 단순한 수사적 과장이 아니다. 이는 당 내 갈등의 문제를 넘어, 한국 정치 전체의 정당성 위기와 연결되는 심각한 구조적 병리를 드러낸다.

정당 민주주의의 실패는 시스템의 파산

정당의 정치적 정당성은 절차에서 비롯된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통해 정당 내부의 경쟁과 합의 구조를 붕괴시켰고, ‘정당’이라는 조직의 본질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실행하는 위험한 정치 모델을 보였다. 국민의힘이 보수 정당의 역할을 방기하고 윤석열 체제의 통치 기획에 종속될 경우, 이는 단순한 당의 몰락이 아니라 헌정 질서의 중대한 균열로 확산될 수 있다.

김문수 후보의 가처분 소송과 법적 투쟁이 지지층 결집에는 일시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이미 잃어버린 공정성과 절차의 신뢰는 회복이 쉽지 않다. 당원 투표라는 명분도 실상은 정당 내부 절차를 명분 삼은 일방적 승인에 불과했다.

대선이 아니라 헌정의 시험대

대선은 단순한 정권 재창출의 수단이 아니라, 헌정 체계의 운영자와 대표자를 정당한 절차를 통해 선출하는 민주적 기제다.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서 단일화라는 정치 기획을 절차 없는 강제 교체로 실행한 것은, 보수 정치 전체의 이념과 정당성을 포기하는 셈이다.

지금 보수 정치는, 이념도 가치도 없다. 절차를 통제하고 권력을 선점하는 것이 ‘정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되고 있다. 이는 정치가 아니라 통치술이며, 민주주의가 아닌 준권위주의의 확산이다.

강제 교체는 승리의 조건이 아니다

한덕수 후보는 단일화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며 대선 체제로 진입했지만, 그 기반은 취약하다. 보수 진영의 신뢰 기반이 무너진 상황에서 이준석, 홍준표, 한동훈, 김문수 등 보수 정치 인사들이 연이어 비판하고 있음은 단순한 분열이 아니라, 체제 해체의 징후다.

국민의힘이 이 구조를 방치한다면, 2025년 대선은 보수 정치의 몰락이자 정당 민주주의의 파산으로 기억될 것이다. 승리는 정당성 위에 세워져야 지속 가능하다. 정당성 없는 단일화는 승리 이후의 파국을 예고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