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렌드⑦] 실패한 쿠데타, 잔향만 남은 윤석열 체제…국민의힘, 공당인가 권력의 도구인가

당원투표 부결로 무산된 후보 강탈 시도, 눈 떠보니 김문수

2025-05-11     최기형 기자

 

[KtN 최기형기자] 국민의힘 당원투표 결과가 발표되면서 ‘후보 강탈 쿠데타’는 실패로 귀결됐다. 김문수 후보가 후보직을 회복하고 중앙선관위에 공식 등록을 마쳤지만, 이 일련의 사태는 단순한 경선 내 갈등을 넘어 대한민국 보수정당 구조의 균열과 정치 시스템의 위험 지대를 노출시켰다.

표면적으로는 ‘후보 단일화’라는 명분이었지만, 비상대책위원회의 일방적 의결과 새벽 3시 등록 강행, 정상 발급이 어려운 서류 요구, 그리고 입당과 동시에 후보 등록이라는 일련의 절차는 유권자와 당원 모두에게 ‘정당 민주주의’라는 원칙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사태는 구조적 차원의 정치 기획 실패이자, 국민의힘 내부의 권력 질서가 얼마나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드러낸 사건이다.

실패로 돌아간 ‘한덕수의 난’과 대의성의 붕괴

국민의힘 지도부는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됐을 뿐, 후보 교체는 가능하다”는 논리를 반복했지만, 단일화 여론조사의 실체는 공개되지 않았고, 김문수 후보에게는 사전 통보조차 없었다. 그 결과, 이른바 ‘한덕수의 난’으로 불린 비대위 중심의 후보 교체 시도는 당원투표에서 부결되며 명분과 신뢰 모두를 잃었다.

후보 교체에 대한 찬반을 묻는 당원투표는 그 자체로 모순된 제도였다. 선출된 후보를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배제하고, 이후 당원에게 교체를 수용할지를 물었던 구조는 대의성의 근간을 훼손하는 절차였다. 당원은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할 권리를 행사한 바 있으며, 이를 뒤집기 위해 투표를 또 실시하는 방식은 정치적 자가당착이었다.

결국 당원투표는 정당 내부 민주주의의 마지막 방어선 역할을 하며 쿠데타 시도를 저지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사태로 인해 공당으로서의 책무성과 민주적 절차에 대한 존중을 심각하게 상실했다. 경선은 통제됐고, 공천은 몰락했으며, 후보는 ‘강탈’ 당했다가 되돌려졌다.

쿠데타 정치의 내습: 윤석열 체제의 잔향과 극우의 그림자

비대위의 기습적 후보 교체 시도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정무적 기획으로 해석되고 있다. 비공식 지지와 회동, 메시지 조율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이번 ‘한덕수 옹립’은 단순한 단일화 전략이 아니라 내란 프레임의 연장선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단일화 국면에서 ‘후보가 아님에도’ 그림자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권력의 실질적 영향력이 여전히 당 구조를 규정하고 있음을 확인시킨 셈이다.

동시에, 김문수 후보의 복귀는 전광훈 목사를 중심으로 한 극우 세력과의 결합 가능성을 다시 부각시켰다. 윤석열 체제의 구호 아래 모였던 내란 세력과 아스팔트 극우는 지금 국민의힘 안에서 교차하고 있다. ‘윤석열의 악취를 걷어냈더니 전광훈의 악취로 대체됐다’는 비판은 감정의 과장이 아니라, 현실 정치의 이면을 묘사하는 지적이다.

결국 국민의힘은 ‘정당’이 아니라 ‘세력’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당헌과 절차, 합리와 대의는 실종된 채, 권력의 지시와 충성 경쟁, 그리고 극단화된 정체성 정치만이 남아 있는 구조다.

 

공당 자격 논란과 향후 정국의 분수령

당원투표 부결 이후, 김문수 후보는 공식 후보로 등록하고, 한덕수 전 총리에게 선거대책위원장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봉합’은 정당 민주주의의 회복이 아니라, 혼란의 일시적 중단에 불과하다. 일련의 쿠데타 시도와 그 실패는 국민의힘이 더 이상 공당으로서의 구조적 신뢰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당의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유권자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으며, 향후 대선 과정에서 보수 진영의 중심축이 완전히 붕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 지도부 전면 교체, 당헌 정비, 윤석열 및 전광훈 세력과의 절연 선언 없이는 국민의힘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내란 동조 세력’의 권력 재장악 시도로 규정하고, 정권 교체의 절박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정쟁이 아니다. 유권자가 요구하는 것은 더 이상 정치적 패배의 서사가 아니라, 구조적 실패에 대한 책임의 이행이다.

유권자 판단력의 마지막 기회

국민의힘의 ‘후보 강탈 쿠데타’는 실패로 끝났지만, 그 실패는 시스템이 민주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이 아니라, 마지막에 가서야 당원이 제동을 건 결과였다. 이것은 성공한 민주주의가 아니라, 구조적 무능이 낳은 혼란의 반사적 귀결이다.

정당은 헌법적 기구는 아니지만, 헌정질서를 유지하는 핵심 중간 매개다. 정당이 권력자의 도구로 기능하거나, 극단의 이념에 함몰될 때, 유권자의 선택권은 실질적으로 붕괴된다. 이번 사건은 한국 정치에서 가장 위태로운 것이 여당이 아니라, 공당의 껍데기를 쓴 권력 매개 조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치의 복원은 제도보다 감각의 회복에서 시작된다. 이번 대선은 정당 정치의 복원이 가능한지를 가르는 분기점이다. 그리고 그 판단의 권한은 오직 유권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