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렌드⑧] 김문수 체제와 극우 보수의 재편 시나리오: 윤석열 이후, 전광훈 정치의 제도화 위기

윤석열의 퇴장과 김문수의 등장: 정치적 공백을 메운 건 누구인가

2025-05-11     최기형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보수 '빅4' 확정…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2차 진출   사진=2025 04.22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 2025년 조기대선 정국에서 국민의힘은 사상 초유의 ‘후보 강탈 쿠데타’ 사태를 겪은 뒤, 다시 김문수 후보를 공식 선출하는 절차를 밟았다. 지도부의 일방적 후보 교체 시도는 당원투표로 좌절됐고, 김문수 후보는 곧바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을 마쳤다. 표면적으로는 혼란의 봉합이다. 그러나 정치의 구조는 단순한 복원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번 사태 이후, 보수정당은 새로운 균열과 이념 축의 이동, 그리고 극우 세력의 제도권 진입이라는 보다 심층적인 지각 변동의 국면에 직면하고 있다.

김문수 체제는 단순한 인물 교체가 아니다. 국민의힘이 극우 이념과 종교 민족주의, 강경 보수 정서가 결합한 정치적 연합체로 전환될 수 있는 위험 신호다. 윤석열 체제 이후 한국 보수정당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윤석열의 퇴장과 김문수의 등장: 정치적 공백을 메운 건 누구인가

윤석열 전 대통령은 법적으로는 탄핵된 권력이다. 정치적으로도 거센 비판 속에 퇴장했지만, 그 영향력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여전히 윤석열의 정무라인, 검찰 출신 인사, 그리고 ‘윤핵관’이라 불린 세력들이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후보 교체 국면에서 윤석열이 직접 움직인 정황이 노출되면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석열의 ‘사후 권력’에 대한 봉기를 시도한 셈이 됐다.

이 쿠데타적 시도는 실패했고,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전광훈 목사와 김문수 후보가 공유하는 ‘극우 민족보수’ 노선이었다. 김문수 후보의 등장은 단지 보수 후보의 복귀가 아니라, 보수정당의 이념적 중심이 보다 강경한 방향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윤석열의 통치는 법과 검찰, 국가 안보를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적 보수였지만, 김문수 체제는 종교적 보수주의와 반공민족주의, 그리고 반지성주의적 대중동원에 기반한 선동적 전략이 특징이다. 이는 보수정당 내부의 권력 재편이 단순한 인물 경쟁이 아니라, 정치 철학과 지지층 구성이 전면적으로 바뀌는 시점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무제한 주장하더니..전광훈, "끌어내", 대선 출마 회견 ‘언론 차별’로 아수라장 사진=2025 04.23   JTBC 유튜브 갈무리 / 편집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전광훈 정치의 제도화: 극우와 정당정치의 위험한 동거

김문수 후보의 대선 등록 직후, 전광훈 목사와의 거리두기 메시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광훈-윤석열-김문수’라는 삼각 구조가 여전히 보수 유권자 층 일부에서는 일종의 ‘정통 노선’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는 단지 종교인 개입의 문제가 아니라, 극우 정치의 제도권 정착이라는 보다 구조적인 위협이다.

전광훈 정치가 국민의힘 안에서 합리화될 경우, 선거 캠페인 전략은 급격히 바뀐다. 이념적 선명성과 도덕성 중심의 설득이 아닌, 선동과 공포 정치, 허위 정보와 감정의 동원으로 옮겨가게 된다. 실제로 김문수 후보는 그간 전광훈 집회에 참석하거나, 유사한 정치 언어를 사용하는 등 일정 수준 이상의 공조 정황을 보여왔다.

문제는 전광훈 정치가 정당 내부의 권력 구조에까지 관여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더 이상 '외곽 세력'이 아니라, 실질적 의사결정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민의힘이 극우 세력과의 절연 없이 총선과 대선을 치르게 될 경우, 정당 정치의 근간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보수정치의 재편 가능성: 통합인가, 분열인가

윤석열의 실패 이후, 한국 보수정치는 네 방향으로 갈라지고 있다. 첫째, 김문수 체제를 중심으로 하는 극우 결집. 둘째, 한덕수 전 총리나 유승민 전 의원을 통해 중도 실용보수를 회복하려는 움직임. 셋째, 윤석열 세력의 관성적 유지. 넷째, 한동훈·홍준표 계열의 독자 생존 시도이다.

이 네 가지 노선은 당분간 하나의 당 안에 공존할 수 없다. 김문수 체제는 윤석열 체제를 비판하며 당권을 장악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체제가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전광훈 등 극우 종교 기반을 일정 부분 수용해야 한다. 이는 중도보수의 이탈을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당 내부 균열이 표면화될 경우, 보수정치 전반은 분열 내지 재편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보수정당 창당 혹은 내부 분당의 가능성, 국민의당과 같은 제3보수의 부상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이 혼란의 중심에는 윤석열의 퇴장 이후 보수정치가 내세울 새로운 철학과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속보] 법원, 김문수 '대선후보 지위 인정·전당대회 금지' 가처분 기각  사진=2025 05.09  국민의힘 의원총회  단일화 논란 영상  mbc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보수의 몰락인가, 재구성의 갈림길인가

정치는 철학과 감각의 결합이다. 윤석열이 권위주의적 법치 보수였다면, 김문수는 감정 중심의 극우 보수다. 그리고 이 변화는 단순한 전략의 차원이 아니라, 정당 시스템 전체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김문수 체제는 현재까지 당원 직선이라는 정당성을 회복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정당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내적 모순도 품고 있다. 이 체제가 전광훈 정치와 연계된 극우 노선을 따라간다면, 결국 대한민국 보수정당의 해체적 전환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진정한 보수의 재구성은 이념적 명확성뿐 아니라, 절차적 민주성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정치 본연의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 기준 어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김문수 체제가 극우 정당화의 출발점이 될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혼란을 넘는 계기가 될 것인지는 유권자와 정치권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