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기획] 감세 경쟁에 빠진 대선 후보들…재정 위기 외면한 채 조세 정의 뒷전으로

선거 앞둔 ‘감세 전쟁’, 100조 세수 공백 외면한 채 재정 포퓰리즘 난무

2025-05-15     최기형 기자
첫날부터 달렸다… 이재명·김문수·이준석, 6·3 대선 ‘지지층 총력전’ 돌입  사진=2025 05.12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채 20일도 남지 않았다. 이번 조기 대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국정 정상화와 헌정 질서 복원을 둘러싼 국민적 선택의 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앞다투어 내놓는 감세 공약은 그 무게감과 방향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재정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표심을 겨냥한 감세 경쟁은 차기 정부가 감당해야 할 부담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 3년간 추진된 감세 정책은 이미 조세 기반을 심각하게 흔들었다. 종합부동산세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상속세 개편 등 일련의 정책으로 인해 국세 수입은 대폭 줄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낮춰 잡았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세법 개정과 감세 기조로 인해 차기 정부가 100조 원 이상의 세수 결손을 떠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국가 재정이 위기에 놓인 상황임에도, 주요 대선 후보들은 오히려 감세 공약을 앞세우며 경쟁적으로 ‘세금 인하’를 외치고 있다.

자산가 중심 감세 확대 나선 김문수 후보

국민의당 김문수 후보는 감세 공약을 가장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철폐, △재건축부담금 폐지 등 부동산 세제 완화에 이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부부간 상속세 비과세, △종합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등 자산가 중심의 조세 감면 방안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윤석열 정부가 이미 시행했거나 추진 중인 내용이어서 ‘감세 강화’로 읽힌다.

문제는 김 후보가 이들 정책으로 인해 예상되는 세수 감소에 대해 아무런 보완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과 종부세 공제액 확대 등으로 2022년 131만 명이었던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2024년에는 55만 명으로 급감했고, 이에 따른 세수도 2조 5천억 원 넘게 줄어들었다. 세금은 줄었지만, 공공재정의 부담은 그대로 남는다.

‘청년 감세’ 내세운 이준석 후보…결국 투기 자극 우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감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초년생·신혼부부·자녀양육기·노인가구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세제 감면을 골자로 한 공약은 얼핏 보면 계층 친화적 설계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 가계의 75% 이상이 자산을 부동산에 집중하고 있고, 시장 내 투기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는 사실상 부동산 가격 자극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준석 후보 역시 세수 감소에 따른 대응 전략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세는 곧 성장’이라는 낡은 논리에 기대 조세 정상화를 피하고 있다는 평가가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감세가 성장을 유도한다는 주장은 과거에도 반복됐지만, 실질적 세입 축소와 양극화 심화를 초래한 사례는 윤석열 정부 3년만으로도 충분하다.

증세 언급 피한 이재명 후보…복지 확대와 감세 공존의 모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감세에 대한 유혹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직접적인 감세 공약은 없지만, ‘월급 방위대’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소득세 기본공제 확대,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등 실질적 감세 요소를 포함했다.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 △어르신 돌봄 확대, △공공임대주택 확대, △AI 고속도로 구축 등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복지·미래투자 정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 역시 복지 공약 실현을 위한 증세 계획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부자감세 철회나 조세 정상화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채, 감세와 복지 확대를 동시에 꾀하는 전략은 실현 가능성과 정책 신뢰도 모두를 떨어뜨릴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 왜곡’에 대한 비판을 지속하면서도, 정작 대안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는 모습은 정책적 일관성을 의심케 한다.

감세는 해법이 아니다…재정 회복이 먼저다

조세는 국가의 철학이자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재정은 공공서비스와 복지의 재원이며, 조세정의는 사회적 연대의 조건이다. 이러한 구조를 무시한 채 단기적인 표심을 잡기 위해 감세 경쟁을 벌이는 것은 정치의 자기부정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이미 조세 정의를 무너뜨리고 재정 기반을 약화시킨 상황에서는, 차기 정부가 선택해야 할 길은 감세가 아니라 회복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감세 경쟁은 결국 조세 역진성을 심화시키고, 복지 확충은커녕 민생 회복조차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차기 정부는 책임 있는 재정 전략과 조세 정상화 방안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은 ‘세금 덜 내기’보다 ‘국가 운영의 책임’에 투표해야

이번 대선은 조세 정의를 복원하고 재정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마지막 계기다. 유권자들은 단순히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말이 아니라, 그 대가로 무엇을 감당하겠다는 정치인의 철학을 평가해야 한다. 감세를 말할 자격은, 그 결과까지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 정치인에게만 주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