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드, 실적 반등 넘어 산업 지형을 바꾸다…전자약 기업의 ‘뷰티 진입’이 의미하는 것
수익구조 개선의 이면…리스크는 없는가
[KtN 박준식기자] 2025년 1분기, 전자약 전문기업 리메드는 전년 동기 대비 507% 증가한 영업이익과 191% 증가한 순이익을 기록하며 또 한 번의 실적 전환점을 통과했다. 그러나 이 수치를 단순한 회계적 개선으로만 해석하기에는 배경이 복잡하다. 전통적인 의료기기 기업이 ‘뷰티·웰니스 시장’이라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로 진입하고 있는 구조적 변화를 읽을 필요가 있다.
의료기기 기업의 시장 확장,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진다
리메드의 실적 개선은 의료기기의 단순 수출 증가로 설명되지 않는다. 리메드는 지난 2년간 정신의학 치료용 전자약(TMS), 통증관리 장비(NMS, ESWT), 그리고 에스테틱 기기(CSMS, HIFU 등)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혀왔다. 이 가운데 CSMS와 Cleo V1(HIFU 기반 리프팅 기기)은 의료기기 기반 기술이 비의료 소비 시장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비로 꼽힌다.
특히 Cleo V1은 리프팅·탄력 개선이라는 기능적 효용을 앞세우면서도, 병의원 전용과 소비자용 시장(B2C)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이는 ‘의료기기화된 뷰티 시장’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뷰티 산업은 이제 단순히 화장품 중심의 감각 산업을 넘어, 의학적 개입과 기술 신뢰도를 요구하는 기능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뷰티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과도 맞닿아 있다. 기능 중심, 효과 검증 중심, 그리고 기기 기반 홈케어의 성장. 리메드는 이 3가지 흐름에 제품을 교차 배치하고 있다.
수익구조 개선의 이면…리스크는 없는가
리메드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2025년 1분기 기준 28%대로 안정됐고, 연결 기준 역시 40%까지 개선됐다. 여기에 해외 매출 증가와 비유동자산 매각, 파생상품 평가이익 등 비경상적 수익도 실적 회복에 기여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이 급증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연간 기준 영업현금흐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소비자 시장(B2C) 진입은 초기 마케팅 비용과 브랜드 구축 비용이 집중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단기 수익성과의 충돌 가능성이 존재한다.
더불어 미국과 일본에서의 직접 판매 및 전시장 운영 등은 인프라 구축 비용과 고정비 리스크를 수반한다. 의료기기 기업이 소비자용 브랜드로 전환하는 데에는 규제 적합성, A/S 인프라, 사용자 경험(UX) 설계 등 새로운 역량이 필요하다. 리메드가 이 전환을 얼마나 정교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는 향후 몇 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다.
기술기업의 브랜드화
리메드가 보여주는 것은 ‘기술 중심 기업이 산업 브랜드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이 기업은 여전히 전자약, 자극기술, 의료인프라라는 하드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소비자 친화적 브랜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제품명도 과거의 기술 중심 코드에서 ‘BrainStim’, ‘Cleo’와 같이 소비자 인식 중심의 네이밍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전환은 한국 기술기반 중소기업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단순한 수출 지향형 모델로는 글로벌 소비재 시장에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경험, 신뢰, 브랜딩, 그리고 서비스망이 결합된 총체적 소비자 가치를 설계해야 하는 시점이다.
리메드는 이에 대해 실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글로벌 전시회 및 뉴로모듈레이션 학회 참가, 현지 의료기관과의 협업, 직접 판매 체계 구축 등은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브랜드 구축을 우선시한 움직임이다. 이는 2024년 흑자 전환 직후의 매출 확대보다, 2025년 1분기의 영업구조 다변화가 산업적으로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전자약 기업’의 다음 단계
리메드의 실적 회복은 단순한 턴어라운드가 아니다. 이는 뷰티·헬스케어 산업의 융합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기술 기반 기업이 새로운 소비자 수요를 어떻게 포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아직 시장 반응은 초기 단계이며, 브랜딩 전략과 소비자 경험 설계에 있어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리메드가 단순히 의료기기를 수출하는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소비 트렌드를 해석하고 반응하는 기술 기반 브랜드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의료기기 산업이 ‘하청형 수출 모델’을 넘어서기 위해 반드시 마주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