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Insight 시리즈②] 이재명 후보의 ‘심판 프레임’, 공격인가 구조 해체인가

‘정치의 말’은 설계자의 도구다

2025-05-18     임우경 기자

 

[KtN 임우경기자] 2025년 첫 대선 TV토론에서 가장 강력하고도 반복적으로 등장한 단어는 ‘심판’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토론 서두에서부터 이번 대선을 ‘심판 선거’로 규정하며, 대한민국이 “내란 세력에 의해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 단어는 단순한 정권 비판의 수사를 넘어, 상대 후보나 정당이 아니라 '헌정질서를 훼손한 세력'을 지목하는 전면적 정치 선언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언어를 통해 토론장을 과거의 책임을 묻는 공간으로 전환했고, 자신은  심판의 기획자이자 대안 체제의 설계자로 자리를 잡았다.

‘심판’이라는 말은 자체로 방향성을 가진 정치적 행위다. 단지 ‘비판’과는 다르다. 비판이 현상을 대상으로 한다면, 심판은 구조와 권력을 대상으로 삼는다. 이재명 후보는 단어를 통해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는 헌정 질서의 단죄를 요청했고, 정체성을 ‘저항자’에서 ‘복원자’로 재구성하는 방식이었다.

“내란 세력”이라는 지목, 정치의 언어는 어떻게 헌법을 호출하는가

이재명 후보가 사용한 핵심 표현은 “내란 세력”이다. 단순히 과격한 언어가 아니다. 헌법 제5장과 형법 제87조는 ‘내란죄’를 국가의 존립과 질서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한다. 이재명 후보는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된 일부 세력과 정치 집단을 “헌정질서 파괴자”로 명명하면서, 이들을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표현은 유권자에게 도덕적 분노를 유발하는 선동의 언어가 아니라, 체제 전환을 요청하는 헌정적 언어다. 이재명 후보는 ‘정권 심판’이 아닌 ‘헌정 질서의 복원’을 중심 메시지로 구성했고, 단순한 공세의 언어가 아니라 구조 해체의 기획 언어로 기능했다.

대단히 고도화된 프레임 정치다. 과거의 대선에서 ‘정권 심판’은 선거 프레임의 상수였다. 그러나 ‘내란 세력 심판’은 단순한 정부 교체가 아닌, 국가 시스템의 위협 요소에 대한 제거를 요청하는 발언이다. 이재명 후보는  언어를 통해 자신을 구조 복원의 대리인으로 세우고, 자신에게 권한을 부여할 이유를 헌정적 언어로 설계했다.

“심판 프레임”의 정치적 전략성: 공격을 넘는 질서 재편

이재명 후보의 ‘심판 프레임’은 그 자체로 정치적 전략이다.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 보수 진영 전체에 대해 공격의 프레임을 선점하는 동시에, 상대 진영의 반격을 방어가 아닌 ‘헌정 질서 훼손에 대한 저항’으로 전환시키는 장치로 작동했다.

 이중 구조 프레임

상대의 응답을 방어가 아닌 자기 정당화로 유도하며,  유권자에게는 '누구를 고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질서를 복원할 것인가'라는 차원의 선택을 요청한다.

정치적 메시지가 ‘누가 더 유능한가’에서 ‘누가 체제를 바로 세울 것인가’로 전환된 것이다.  정치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말하는 ‘의제 전환 프레임’에 가까운 고도화된 전략적 언어이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행정성과, 경제 해법, 민생 정책들을 이 프레임 안에 통합했다. 경제 회복 역시 내란 세력의 권력 오남용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복원하는 일로 서술되었고, 민생 안정도 민주주의 회복과 같은 축으로 재배치되었다.

위험성과 파급력 사이: “심판” 언어의 양날

물론 이 프레임에는 위험성도 내포되어 있다. 보수진영은 “내란 세력”이라는 표현을 두고 정치적 과잉, 근거 없는 선동이라는 반발을 쏟아냈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탄압 프레임’으로 규정하며 역공에 나섰다.

일부 중도층 유권자에게도 이러한 표현은 과도한 정치적 흑백 논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체제 위협이라는 고강도 단어는 긴장감을 유발하지만, 반대로 프레임을 완성하지 못할 경우 ‘공격자의 프레임에 스스로 갇히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표현은 선거 전반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감정 동원력과 질서 재편의 언어로 기능하고 있다. ‘심판’은 분노에 의존하지 않고도 구조의 복원을 설계할 수 있는 언어다. 이재명 후보는 이 단어를 전략적으로, 그리고 설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치의 말’은 설계자의 도구다

이재명 후보의 ‘심판 프레임’은 단순한 공격적 정치 수사가 아니다. 정치 언어의 무게와 기능을 동시에 동원한 구조 설계의 언어다. 단어 하나로 이번 선거를 ‘정책 비교’가 아닌 ‘질서 재구성’의 장으로 이동시켰고, 유권자의 선택 기준 역시 단순한 후보의 역량을 넘어, 헌정 질서를 복원할 수 있는 ‘설계자’의 자격으로 확장시켰다.

정치는 메시지의 예술이며, 그 메시지는 언어를 통해 구체화된다. 이재명 후보는 ‘심판’이라는 단어 하나로, 토론장을 설계의 공간으로 변환했다. 누가 더 말을 잘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언어로 질서를 재구성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