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Insight 시리즈③] 유능한 일꾼은 누구인가: 말하는 정치와 실행하는 정치 사이
정치를 누가 맡을 것인가가 아니라, 시스템을 누가 설계할 수 있는가.
[KtN 임우경기자] 첫 대선 TV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자신을 ‘유능한 일꾼’이라 규정했다. 단순한 캐치프레이즈처럼 들릴 수도 있었던 이 표현은 토론이 진행되면서 점차 뚜렷한 정치적 좌표로 진화했다.
‘유능함’이라는 단어는 이번 토론에서 경제 정책과 행정 운영, 권력 개편과 민생 대책 등 주요 쟁점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재확인되었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을 '일 잘하는 사람'으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가’라는 정치적 역량의 입체적 구조를 제시했다.
수사(修辭) 아닌 구조(構造)로: 실천 기반의 설계 프레임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유능함은 말의 논리가 아니라 정책의 구조였다. 경제 분야에서 배드뱅크 설립, 청년 채무조정 프로그램, 저금리 대환 대출 등 민생 회복 방안을 구체적 수치와 제도적 경로로 설명했다.
더 주목할 점은 이 후보의 정책이 대부분 실행 기반의 체험적 설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서의 행정 경험이 단순한 이력으로 제시된 것이 아니라, 정책적 타당성과 현실 가능성의 출처로 작동했다. 이재명 후보는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지 않고, 행정 시스템 내부에서 어떻게 조정·재편할 수 있는지를 설계자의 언어로 전달했다.
소상공인 금융지원 정책은 단순히 ‘도와주겠다’는 차원이 아니라 ‘어떻게 금융권과 협약을 체결하고, 어느 수준의 부실 채권을 흡수할 것인가’라는 방식으로 제시됐다. 이는 ‘공약’이 아니라 ‘시행안’에 가까운 언어였다.
민생은 어떻게 구조로 전환되는가: 정책의 설계 능력
이재명 후보의 유능함은 경제만이 아니라 국가 구조 개편과 권력 분산이라는 거시적 영역에서도 이어졌다. 대통령 4년 연임제, 감사원 국회 이관, 결선투표제 도입 등은 정치 개혁 담론의 반복이 아닌, 구체적 실행 로드맵으로 언급됐다.
그간 '유능한 정치인'의 기준이 얼마나 협소했는지를 반증한다. 단지 말을 잘하거나, 비전을 제시하거나, 현안을 파악하는 능력만으로는 실무형 지도자라 말하기 어렵다. 이재명 후보는 이 지점을 확실히 돌파했다.
이 후보는 자신을 ‘국민의 대리인’이라 정의하면서, 감성적 위임이 아닌 정책 설계와 구조 개편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적 자격임을 입증하려 했다. ‘일 잘하는 후보’라는 평면적 수사가 아니라, 국가를 시스템으로 인식하고 조정할 수 있는 ‘정치 엔지니어’의 언어였다.
타 후보와의 차이: 비전과 기술 사이의 간극
김문수 후보는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며, 원전 육성·규제 철폐·기업 환경 개선 등을 주요 경제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정책은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고, 어떻게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구조적 설명은 부족했다. 규제 철폐가 구체적으로 어느 산업과 어떤 노동 정책에 적용되는지,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준석 후보는 첨단 기술과 이공계 중심 국가 전략을 강조했으나, 행정의 운영 방식과 결합된 정책 집행의 관점보다는 기술주의적 이상에 가까웠다. 권영국 후보는 대전환적 담론을 중심으로 불평등 해소와 기후위기 대응을 제시했지만, 국가 운영의 현실성보다 철학적 가치 중심이었다.
이재명 후보만이 “비전 → 설계 → 실행”이라는 삼단 구조를 갖춘 메시지를 제시했으며, 유권자가 요구하는 ‘유능함’의 실체를 가장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유능함은 설계의 언어로 완성된다
이재명 후보가 말하는 유능한 일꾼은 단지 정직하거나 성실한 지도자가 아니다. 그가 강조하는 유능함은 행정의 언어를 말할 수 있고, 시스템의 논리를 이해하며, 정책을 구체적으로 가동시킬 수 있는 설계 능력이다.
정치는 감정과 비전의 세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법률과 행정, 재정과 조정이라는 기술의 세계이기도 하다. 이재명 후보는 후자의 영역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을 위치시키며, ‘실행 정치’의 가능성을 현실 언어로 보여주었다.
이재명 후보가 강조한 유능함은 수사가 아니라 구조였다. 단순한 약속이 아닌, 구체적 수치와 제도 설계, 행정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와 조정 능력이 결합된 역량이었다.
유권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정치를 누가 맡을 것인가가 아니라, 시스템을 누가 설계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