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Insight 시리즈④] 형식적 균등과 실질적 무게의 괴리, 법정토론 제도의 역설

민주주의는 평등한 무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2025-05-19     임우경 기자
국민의힘 탈당 김상욱, 이재명 지지…"보수의 본질 갖춘 후보"  사진=2025 05.15  강유정  의원 엑스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의 첫 TV토론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진행됐다. 경제를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참여했다.

법정토론의 규칙은 명확하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에게 균등한 발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토론은 ‘형식상 평등’이라는 제도가 오히려 실질적인 정치적 무게를 왜곡시키는 장면을 연출했다. 정치적 불균형은 구조에서 비롯됐고, 그 구조는 이재명 후보 한 사람을 중심에 놓는 결과로 수렴됐다.

법은 균등을 말하지만, 정치는 다르게 작동한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운영하는 법정토론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최소 세 차례 이상, 주요 정당 후보를 포함한 참여자에게 균등한 발언권을 보장한다. 민주주의적 형식 절차로서 정당하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 정치가 ‘형식적 균등’이라는 원칙 아래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2025년 대선 구도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전국 정당이며, 국회 의석 수와 여론 지형 모두를 점유하고 있는 양대 정치세력이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야권의 유일한 통합후보로 사실상 유력 단일 주자다.

반면 이준석 후보와 권영국 후보는 의미 있는 의제 제기와 정치적 상징성을 갖고 있음에도, 실제 국가 운영과 집행 가능성 측면에서는 현실 정치에서 주변부에 위치해 있다. 이들이 동등한 구조 안에서 동일한 비중으로 발언하게 되면, 형식은 공정할지 모르지만 정치 현실은 왜곡된다.

구조적 비대칭 속 ‘정치적 중심’의 역설

이번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세 명의 후보로부터 집중적인 질문과 공세를 받았다. 사실상 ‘3대1’ 구도였다. 그러나 이 장면은 단순한 공격 구도를 넘어, 제도적 설계가 만들어낸 정치적 역설에 가깝다.

토론 규칙상 모든 후보에게 동일한 수의 질문 기회가 주어졌지만, 견제의 방향은 한쪽으로 수렴했다. 유권자의 선택 가능성, 정권 교체의 실질적 경쟁 구도, 정책 실행의 현실성 등 핵심 쟁점들은 모두 이재명 후보를 향했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후보에게 쏠린 질문과 응답이 전체 발언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른 후보들은 질문자로서 기능했고, 이재명 후보는 검증과 방어의 중심에 선 인물로 부상했다.

제도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중심을 만들어낸 구조였다. 형식의 공정함이 실질의 비대칭을 낳았고, 그 비대칭은 오히려 중심의 존재를 더욱 뚜렷하게 드러냈다.

이재명 “4년 연임제 개헌하자”…김문수 “경제 족쇄 풀겠다” 맞불 첫 TV토론 앞두고 개헌·규제 혁신 놓고 주요 대선 후보 정책 충돌  사진=2025 05.18  각 소속 유튜브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민주주의는 평등한 무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법정토론은 후보자 평등의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평등은 단지 기회 분배의 문제만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능력, 영향력, 실현 가능성을 모두 고려하는 정치 구조이며, 모든 후보를 동일한 무게로 배치하는 것은 오히려 유권자에게 정치적 판단의 정확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

질문의 구성이 보여준다. 이번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향한 질문은 ‘경제 해법’,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입장’, ‘정권 교체 이후 구상’, ‘개헌안의 실행 가능성’ 등 국정 운영과 직결된 핵심 의제였다. 반면 일부 후보는 토론 전체에서 국가 수준의 정책보다는 당의 이념적 입장을 중심으로 제한된 범위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그쳤다.

즉, 법은 후보를 평등하게 다뤘지만, 정치 현실은 다르게 작동했다. 국민이 관심 갖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명확했고, 나머지 후보들은 비교 기준의 구성 요소로 기능했다. 제도의 이상과 현실 정치 간의 고질적 불일치다.

균등이라는 명분이 만들어낸 기획 실패

이번 토론이 보여준 것은 민주주의 제도의 ‘명분’과 정치 현실의 ‘구조’ 사이의 괴리다. 괴리는 이재명 후보 한 사람을 과도하게 부각시킨 결과를 낳았고, 타 후보를 배경화하는 역설을 만들었다. 제도가 의도한 균형은 구조적으로 구현되지 않았고, 결국 유권자에게 인식된 무게중심은 단 하나였다.

법정토론의 제도는 보완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후보자의 정치적 실현 가능성, 정당의 조직력, 정책 집행력 등을 일정 기준으로 반영하지 않고는, 형식의 평등은 결과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 구조 속에서 공격을 받았지만, 동시에 중심이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은 제도가 아닌 구조가 만들어낸 자리였다. 균형은 말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치의 무게는 결국 구조가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