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송미리내와 시오타 치하루, 동시대 예술의 구조를 짓다
감정의 조형, 실의 구조화 송미리내와 시오타 치하루가 확장한 현대미술의 감각
[KtN 임민정기자] 현대미술은 감정을 표현하는 단계를 지나 감정을 조직하고, 기억을 환원하며, 사회적 감응 구조를 형성하는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회화와 설치, 평면과 공간을 넘나들며 감정의 구조적 형상화를 탐색하는 두 명의 작가, 송미리내와 시오타 치하루는 서로 다른 문화적 기반과 조형 언어를 통해 동시대 미술이 향하고 있는 방향을 입체적으로 제시한다.
송미리내, 감정을 직조하는 평면의 윤리
송미리내는 자투리 천과 텍스트 드로잉을 매개로 감정과 기억의 구조를 시각화해왔다. 최근 개인전인 Connected_응축된 호흡에서는 감정을 직접 묘사하지 않고, 색면 분할, 손글씨, 천의 중첩 등 감각의 언어를 통해 감정의 리듬과 억제를 회화적으로 형상화한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입니다라는 작품에서는 코발트 블루와 연보라, 붉은 사선 등의 색채 구성이 반복과 파열의 리듬으로 화면을 가로지르며 감정의 확산보다는 정지와 긴장을 유도한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텍스트 드로잉 형태로 화면 위에 흘러가는 구성은 감정 언어의 해체와 재배치를 시도하며, 언어와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시각적 질문으로 전환한다.
미안해, 받은 만큼 돌려줄게라는 또 다른 작업에서는 분홍색 실, 초록색 배경, 자투리 천의 엮임이 관계의 회복 가능성과 균열된 감정의 윤리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송미리내의 회화는 단일한 정서 표현이 아니라 감각과 기억이 중첩된 조형 구조로 기능하며, 감정은 화면 위에서 사유의 층위로 이동한다.
시오타 치하루, 실로 엮은 존재의 잔여 구조
시오타 치하루는 일본에서 태어나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실이라는 재료를 통해 존재와 부재, 시간과 기억을 공간적으로 전개하는 설치미술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베이징 레드브릭미술관에서 열린 Silent Emptiness 전시는 이 조형 전략의 정점을 보여준다.
침대와 천장에서 바닥으로 이어지는 수천 가닥의 흰 실, 그리고 그 사이에 부착된 투명한 날개 구조는 시오타 치하루가 지속적으로 탐색해온 감각의 구조를 구현한 사례다. 침대는 꿈과 죽음, 출발과 끝의 경계를 상징하며, 실은 감정의 메타포라기보다 존재 이후의 흐름을 직조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또 다른 공간에 설치된 붉은 실과 닫힌 문은 통과 불가능한 경계를 시각화한다. 실은 시간의 잔여 구조이자 기억의 망으로 기능하며, 관람자의 움직임은 작품 내부의 감각 체계로 흡수된다. 시오타는 실을 통해 감정을 서술하지 않고, 감정이 사라진 이후의 물리적 구조를 감각화한다.
현대미술 트렌드와 두 작가
오늘날 현대미술은 감정과 정체성의 서사를 넘어서, 감각 구조와 사회적 조응 체계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이행하고 있다. 조형 언어는 재료 실험을 넘어 기억과 감각의 윤리적 실천을 지향하고 있으며, 관람자는 단순한 감상자가 아니라 감응의 구성원으로 요청된다.
송미리내는 회화의 구조를 감정과 감각의 층위로 확장하며, 감정 표현이 아닌 감정의 구조화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회화의 기능을 재정의하고 있다. 시오타 치하루는 설치미술의 공간을 감정 이전 혹은 이후의 상태로 전환하며, 실을 매개로 기억과 존재의 구조를 구축해왔다.
두 작가는 동아시아적 미감과 서구 현대미술 담론을 교차시키며, 감각을 구조화하고 기억을 물질화하는 조형 전략을 통해 K-Art와 아시아 미술의 확장성을 입증한다. 특히 실, 천, 텍스트, 빛 등 비정형 재료를 통해 관계와 윤리를 조형적으로 탐색한다는 점에서 공통의 감각 윤리를 공유하고 있다.
협업 가능성과 구조적 공감의 지점
송미리내와 시오타 치하루의 작업은 매체와 구성 방식은 다르지만, 감정과 기억을 사회적 실천과 연결한다는 점에서 협업의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송미리내가 시민의 기록을 수집하고 이를 회화로 재구성하는 실험을 통해 감정의 공동 창작 구조를 제안했다면, 시오타 치하루는 실을 통한 조형적 긴장과 감각의 길잡이 역할을 통해 공간 전체를 감응 구조로 재배치한다.
두 작가의 실천은 감정이 예술에서 어떻게 구조화될 수 있는가, 그리고 예술이 사회적 언어로 기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제적 해답이다. 실, 텍스트, 섬유, 공간은 더 이상 보조적 재료가 아니라 감정과 기억을 구성하는 핵심 언어로 작동하고 있으며, 그 언어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공동체적 윤리로 확장되고 있다.
예술은 더 이상 감정을 드러내는 수단이 아니라, 감정을 재배치하고 관계를 다시 엮는 구조다. 송미리내와 시오타 치하루의 작업은 감각의 윤리와 조형의 철학을 통해 현대미술의 다음 좌표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