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Insight①] 도시가 얼굴을 만든다

2025 S/S 시즌, ‘뷰티’는 어디로 가는가

2025-05-24     임우경 기자
Alessandro Michele의 Valentino에서 선보인 2025년 봄/여름 컬렉션은 패션계를 넘어 뷰티 트렌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순간이었다.  사진= Valentin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2025년 S/S 시즌, 글로벌 패션산업의 중심축인 4대 도시 패션위크는 예년보다 더 분명한 하나의 경향을 드러냈다. 의상보다 얼굴이 먼저 도시를 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도시별 뷰티 트렌드는 이제 단순한 트렌드 키워드의 나열이 아닌, 도시가 구축한 시간의 미학, 산업 구조, 사회 감수성의 총체다. 메이크업, 헤어, 표정, 동선, 그리고 조명의 뉘앙스까지, 모든 구성은 ‘얼굴’이라는 도시적 캔버스를 통해 재구성되었다.

이제 패션위크는 옷을 입히는 자리가 아니다. 도시의 정체성을 ‘형상화’하는 장이다. 파리는 절제된 꾸띄르의 외피 아래 부르주아 맥시멀리즘을 안착시키며 고전과 파격의 묘한 균형을 드러냈고, 밀라노는 발레코어와 시스루, 섬세한 질감의 믹스로 조용한 관능을 세공했다. 뉴욕은 해체적 테일러링과 실용적 감정을 결합해 젯셋족의 정서를 포착했고, 런던은 고스 발레코어와 낭만적 드라마를 통해 낯선 시적 얼굴을 등장시켰다.

도시성, 그 자체가 뷰티 코드다

런웨이 메이크업은 그 어느 때보다 도시의 문화 구조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었다. 파리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Valentino에서 선보인 부르주아 맥시멀리즘의 회귀였다. 골드 프레임 안에서 펼쳐진 음영 메이크업과 얇은 피부결은 절제된 꾸띄르의 격식을 유지하면서도, 다채로운 텍스처의 향연을 허용했다. 이는 파리라는 도시가 여전히 ‘격식과 개성’을 모두 포괄할 수 있다는 상징이었다.

밀라노에서는 오히려 말수가 적은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시스루 질감의 의상과 ‘콰이어트 럭셔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메이크업은 한층 더 미니멀하고 뉴트럴해졌다. 그러나 그 미묘한 농도 조절은 고도로 계산된 결과였다. Fendi, Etro, Jil Sander 등의 컬렉션에서 보인 살갗에 가까운 베이지톤 메이크업과 미묘한 펄 감각은 밀라노 특유의 정제된 감성의 시각적 완성물이다.

뉴욕은 실용성과 감성의 결합이라는 정체성을 가장 분명히 드러낸 도시였다. Proenza Schouler와 Coach의 컬렉션은 해체적 디자인과 재활용 소재가 주를 이뤘지만, 얼굴에는 오히려 리얼리즘을 중심으로 한 내추럴 메이크업이 도입됐다. 도시의 피로감, 감정의 농도, 스트리트 감각이 혼합된 텍스처는 미국식 뷰티가 실용을 어떻게 감성적으로 번역하는지를 상징한다.

런던은 단연 가장 극적인 뷰티를 실험한 도시였다. Simone Rocha, Richard Quinn은 고전 회화적 얼굴을 동시대의 고스 감수성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스모키한 붉은 블러셔, 구조적 헤어, 장식적인 아이 디테일은 정제보다는 서사의 과잉에 가까웠다. 이는 런던이 여전히 실험의 전위이자, 뷰티마저 문학적으로 접근하는 도시임을 입증한다.

 Simone Bellotti는 2025 봄/여름 컬렉션 ‘Counterpoint 3’를 통해 전통적 럭셔리 패션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사진= Ball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메이크업은 이젠 산업의 전략이다

도시별 메이크업 전략은 단순한 시각적 장식이 아니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은 이 ‘얼굴의 정치학’을 중심으로 자사 뷰티 라인을 각 도시와 연동해 배치한다. 샤넬, 디올, 에르메스 같은 브랜드는 파리에서 고급 원단과 질감을 매칭하는 피부표현에 초점을 맞췄고, 밀라노 기반 브랜드들은 본래의 조형미보다 ‘뉴 럭셔리’ 감성을 우선시하는 질서 없는 정제미를 택했다.

글로벌 색조 브랜드들 역시 도시별 리포트를 기획하고, 해당 시즌의 메이크업 무드에 맞춘 컬러 팔레트를 발매하고 있다. 이는 메이크업이 단지 룩의 완성 요소가 아니라, 도시의 미적 신념을 소비자와 연결시키는 전략 자산임을 말해준다.

K-뷰티, 도시별 코드에 대한 번역

이 변화는 K-뷰티 산업에게도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단일한 한류 콘텐츠에 기대는 방식은 더 이상 설득력을 잃고 있다. 글로벌 뷰티 소비자들은 이제 도시별 감성에 맞춘 미세한 해석과 로컬라이징을 요구한다. 파리형 뷰티는 절제된 꾸띄르 감성을, 밀라노형 뷰티는 감각적 여백을, 뉴욕형 뷰티는 감정 기반의 실용성을, 런던형 뷰티는 시적 파괴를 전제로 한다. "K-뷰티는 이제 이들 도시의 ‘언어’를 해독하고 번역할 수 있는 감각적 지도를 새롭게 그려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