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Insight②] 파리, 절제된 과장의 미학

2025 S/S 파리 패션위크와 부르주아 맥시멀리즘의 뷰티 귀환 파리의 얼굴, 다시 ‘맥시멀’하다

2025-05-25     임우경 기자
Alessandro Michele의 Valentino에서 선보인 2025년 봄/여름 컬렉션은 패션계를 넘어 뷰티 트렌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순간이었다.  사진= Valentin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2025년 S/S 파리 패션위크는 뷰티 산업에 하나의 선언이었다. 절제된 꾸띄르를 기반으로, 파리는 다시 ‘부르주아 맥시멀리즘’을 호출했다. 이는 단순히 복고적 미학의 회귀가 아니다. 고전의 격식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의 불확실성과 감정의 과잉을 동시에 수용하는 복합적 미학이 파리라는 도시의 얼굴에 다시 등장했다는 뜻이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Valentino 데뷔는 그 서사의 중심에 있었다. 구찌 시절의 긱 시크(Geek-Chic)를 전유한 미켈레는, 이번 파리 컬렉션에서 19세기 부르주아의 미학을 재조립했다. 강렬한 드레이핑, 번쩍이는 레이스, 유려한 실루엣과 함께, 메이크업은 텍스처가 살아 있는 피부 표현과 강한 음영, 절제된 립 포인트로 구성됐다. 얼굴은 이야기의 무대였다. 미켈레는 패션과 뷰티가 분리되지 않고 동일한 서사 구조를 공유한다는 것을, 파리의 중심에서 증명했다.

뷰티의 언어, ‘구성된 고전’

파리의 뷰티 미학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철저히 구성된 고전(classical construction)이다. Dior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고대 여전사의 서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여성을 강인한 주체로 그려냈다. 메이크업은 유광을 제거한 매트 베이스, 날렵한 눈매, 차가운 톤의 립으로 구성되어 신화적 여성상을 구조화했다. 얼굴은 더 이상 꾸밈이 아니라 주체화된 힘의 표상이었다.

Balmain은 더욱 과감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환상(Illusions of Beauty)’이라는 테마 아래, 모델의 얼굴에 글리터와 비즈를 덧입힌 초현실적 뷰티 룩을 선보였다. 마치 메이크업 그 자체가 드레스처럼 기능했다. 얼굴은 여기서 현실과 상상의 경계, 정체성과 환영의 중첩지대였다.

샤넬은 반대로, 움직임과 섬세함에 주목했다. 그랑 팔레에서 열린 쇼에서는 시폰, 깃털, 트위드 등의 소재가 주는 물성에 맞춰, 메이크업도 바람결 같은 터치로 구성됐다. 미세한 펄감과 레이어링된 베이스는 얼굴의 흐름을 강조했고, 은은하게 번지는 블러셔와 소프트 핑크 립은 샤넬이 말하는 ‘자유로움의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KtN 신미희기자] 2025년 봄/여름 시즌, 올리비에 루스테잉(Olivier Rousteing)은 발망(Balmain)을 통해 패션과 예술, 그리고 인간성을 직조해냈다. / 사진= Balmai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팝, 얼굴의 확장성

이번 시즌 파리에서는 K팝 아티스트들의 존재감 또한 눈에 띄었다. Saint Laurent, Miu Miu, Loewe 등의 프론트로에 앉은 한국 아티스트들은 단순한 셀럽이 아니라 도시가 기획한 ‘뷰티 퍼포먼스’의 일부였다. 럭셔리 하우스들은 이들의 이미지와 결합해 도시의 정체성을 확장했다. 이는 더 이상 글로벌 마케팅의 도구로서의 셀럽이 아닌, ‘도시의 미학적 스포크스퍼슨’으로서 기능하는 구조다.

특히 파리 런웨이에서 목격된 뷰티 전략은 K-뷰티에게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절제와 과장의 조율, 구조적 음영, 개성과 품격이 공존하는 얼굴. 이는 단순히 제품 레벨의 문제를 넘어, 미학적 번역 능력과 도시별 감성 수용도의 영역이다. K-뷰티 브랜드가 이 구조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프렌치 꾸띄르 감성’에 대한 표면적 차용이 아니라, 파리라는 도시의 얼굴을 재해석할 수 있는 시각 언어가 필요하다.

파리 뷰티, 다시 중심으로

2025년 파리는 다시 뷰티의 ‘기준점’으로 복귀했다. 글로벌 럭셔리 하우스들이 구조적 미학과 감성의 공존을 구현하는 공간으로 파리를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이 도시가 가장 강력한 미적 해석력을 가진 도시라는 것을 입증한다. 특히 이번 시즌은 ‘파리 스타일’의 고유성보다, 그것이 다양한 시대성과 사회 감정을 수용하며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절제된 과장’이라는 아이러니는 결국 파리가 구현하는 뷰티 언어의 본질이다. 그것은 격식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감정과 내러티브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만이 가능한 전략이다. 2025년 S/S, 파리는 그 전략을 다시 한 번 성공적으로 완성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