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Insight③] 밀라노, 조용한 관능의 해부
‘콰이어트 럭셔리’가 만든 얼굴, 그 세공된 아름다움 고요한 얼굴 속의 긴장
[KtN 임우경기자] 2025년 S/S 밀라노 패션위크는 겉보기엔 조용했지만, 그 안에는 거대한 미적 전환이 응축되어 있었다. 격렬한 색조의 과잉도, 실험적 장식의 광기도 없었다. 대신 모든 것은 절제되고 정제되었다. 그러나 고요 속에서 감정은 더 짙어졌다. 밀라노는 ‘콰이어트 럭셔리(Quiet Luxury)’의 얼굴을 가장 정교하게 빚어낸 도시였다.
그 얼굴은 비어 있는 듯 보이지만, 결코 텅 비어 있지 않다. 미세한 톤 조정, 질감의 중첩, 그리고 감정의 여백은 밀라노 뷰티의 본질이었다. Fendi, Jil Sander, Etro, Ferragamo 등 이탈리아 하우스들은 전통적 감각과 절제된 관능을 교차시키며 ‘덜 말하는 얼굴’의 미학을 제안했다.
‘올드 머니 룩’과 뷰티의 질서
이번 시즌 밀라노 뷰티 트렌드는 명확히 ‘구성된 여백’의 전략을 택했다. 얇게 겹쳐지는 시스루와 맥시 실루엣이 지배하는 가운데, 피부는 자연광에 가까운 광택으로 마감되었고, 눈매와 립은 최대한 간결한 선으로 정리되었다. 이른바 ‘올드 머니 룩(Old Money Look)’은 더 이상 패션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을 통해 그 감각을 확장시켰다.
Jil Sander의 런웨이에서는 말간 피부와 정제된 브로우, 그리고 거의 보이지 않는 립 컬러가 고요한 균형을 유지했다. 질서와 절제가 미학으로 작동하는 순간이었다. Etro는 보헤미안 텍스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메이크업은 완전히 배경화시켰다.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얼굴이 옷의 연장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뷰티 전략은 ‘덜 보여줄수록 더 말한다’는 조용한 선언이기도 했다. 그것은 부의 과시가 아닌, 고도로 훈련된 미적 언어를 기반으로 한 도시적 세련됨의 표출이었다.
메이크업, 질감의 기획
밀라노에서 메이크업은 더 이상 색상의 문제가 아니었다. 질감의 문제였다. Ferragamo는 바삭한 만조니 소재와 함께, 얼굴에 시폰의 투명함을 얹듯 얇고 투명한 베이스를 구성했다. 눈두덩에 미세한 펄감이 번지듯 퍼졌고, 입술은 수분을 머금은 듯한 광택으로 정리되었다.
Fendi는 1920년대 아르데코와 시스루 드레스의 재해석을 통해 시각적 투명성과 감정의 흐름을 일치시켰다. 모델들의 얼굴에는 ‘화장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지 않는’ 피부 표현이 전면에 자리했다. 눈은 한 줄기 음영으로만 처리되었고, 입술은 체온의 색에 가까운 누드 컬러로 그 존재를 최소화했다.
런웨이의 질감과 메이크업의 질감을 일치시키는 전략이며, 동시에 밀라노 뷰티가 말하는 ‘보이지 않음의 전략’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결과였다.
감각의 균형, 산업의 미학
이번 시즌 밀라노의 럭셔리 하우스들은 뷰티 전략에서도 철저히 산업적 감각과 미학적 균형을 유지했다. 메이크업이 강조되기보다는 오히려 의상의 소재, 실루엣, 무드와 일관된 서사를 공유하도록 구성되었다. 패션과 뷰티를 각각의 브랜드 언어가 아닌 ‘하나의 미적 문법’으로 통합하려는 밀라노식 럭셔리의 전략적 선택이다.
Bottega Veneta는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레더 질감 중심의 컬렉션에 맞춰, 얼굴도 레더의 물성을 반영하듯 매트하면서도 리치한 피부결을 연출했다. 색조는 배제되었고, 오히려 소재와 조명의 각도에 따라 표정이 만들어지도록 설정되었다. 이는 시각적 조화와 산업적 확장성이 동시에 고려된 결과였다.
조용한 얼굴, 확장되는 전략
밀라노 뷰티는 이제 세계적으로 ‘뉴 럭셔리 뷰티’의 상징이 되고 있다. 덜어낸 색조, 조용한 광택, 촉각적 질감은 뉴욕과 파리, 서울의 색조 브랜드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아시아권 MZ세대 여성들 사이에서 ‘정제된 피부’, ‘숨 쉬는 컬러’, ‘노컨투어’ 흐름이 밀라노식 뷰티 언어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번역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요한 얼굴’이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를 구성한다는 점이다. 색상이나 디테일이 아닌, 질서와 결의의 조율이 결국 얼굴의 풍경을 바꾸는 것이다. 밀라노는 이를 가장 정제된 언어로 해석해낸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