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Insight⑤] 비영어권 콘텐츠의 약진과 플랫폼의 로컬라이제이션 전략

'Dear Hongrang'과 'Kuruluş Osman'이 이끄는 다극화된 콘텐츠 지형

2025-05-26     신미희 기자
Dear Hongrang. 사진=IMDB,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 2025년 글로벌 OTT 시장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뚜렷한 변화는 비영어권 콘텐츠의 체계적 부상이다. 한국, 터키, 중동, 라틴아메리카 등 지역 기반 콘텐츠들이 각국 플랫폼에서 상위권에 진입하며, 이제 스트리밍 경쟁은 단순한 영어 중심 글로벌 유니버스가 아닌, 다극화된 문화 콘텐츠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OTT 플랫폼이 더 이상 ‘보편적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특정 문화권을 정밀 타깃팅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재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Dear Hongrang'은 그 상징적인 사례다. 한국을 배경으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전통적 감수성과 현대적 미장센을 결합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7위에 오르는 성과를 기록했다. 한국 콘텐츠가 이제 '글로벌화된 K드라마'를 넘어, 자국 문화와 정체성을 깊이 있게 반영하면서도 해외 시청자에게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한 서사 구조를 구축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K-콘텐츠가 포맷화된 성공 공식을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 다시 '지역 정서'로 회귀하는 흐름을 반영한다.

Starz 플랫폼에서는 터키의 대표적 시대극 'Kuruluş Osman'이 TV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오스만 제국의 건국 서사를 담은 이 시리즈는 터키·중동권에서만 인기 있는 콘텐츠가 아니다. 유럽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스트리밍 사용자들에게도 높은 몰입도를 기록하고 있으며, Starz는 이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중동 및 유럽권 시장 확장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작품은 종교적 서사, 공동체적 리더십, 남성 영웅주의라는 정서 코드가 특정 문화권 안에서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Kuruluş Osman. 사진=IMDB,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비영어권 콘텐츠의 부상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Shahid 플랫폼에서는 중동 드라마 'Aser'와 'Leyla'가 각각 TV 부문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Amazon Prime에서는 콜롬비아 드라마 'Yo soy Betty la fea'가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처럼 지역 정서와 언어를 중심으로 구축된 내러티브가 플랫폼 내 '마이크로 대중성'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OTT 산업이 더 이상 '하나의 세계, 하나의 이야기'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결정적 증거다. 대신, 각 플랫폼은 정서적 공명과 문화적 친숙성을 기준으로 콘텐츠 큐레이션을 다각화하고 있다. 디즈니+, HBO Max, 넷플릭스 모두 자막 번역을 넘어 현지 더빙, 문화적 레퍼런스 반영, 로컬 캐스팅 등을 적극 도입하면서 콘텐츠의 문화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플랫폼의 전략은 단순한 번역이나 배급을 넘어서, 현지 시장을 겨냥한 오리지널 프로덕션으로 확장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 스페인, 인도, 브라질 등에서 로컬 콘텐츠 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Amazon과 HBO도 각각 남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자체 제작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로컬 콘텐츠는 더 이상 글로벌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아니라, 현지 사용자 확보를 위한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다극화된 콘텐츠 구조는 스트리밍 산업의 경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이제 콘텐츠 경쟁은 플랫폼 간 싸움이 아니라, 플랫폼 내 ‘지역별 전략’의 성패로 귀결된다. 글로벌 콘텐츠 하나로 전 세계를 장악하던 시대는 끝났다. 현재는 각기 다른 문화와 언어, 가치관을 반영한 콘텐츠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는가가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

'Dear Hongrang'과 'Kuruluş Osman'은 단지 인기 드라마가 아니다. 이 작품들은 OTT 플랫폼이 지역성과 글로벌 전략을 동시에 구축해나가는 방식을 상징하며, 미래 스트리밍 산업의 핵심은 더 많은 '현지성'에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