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Insight] 말레이시아 케이팝 차트에서 드러난 글로벌 확산의 세 갈래: 신인의 비상, 협업의 전환, 디지털 유통의 전략화

2025-05-27     홍은희 기자
사진=2025 01.17  YG엔터테인먼트, 베이비몬스터 K trendy NEWS DBⓒ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홍은희기자] 2025년 4월과 5월, 말레이시아 음악시장 위에 형성된 케이팝의 궤적은 단순한 인기의 증표를 넘어선다. 케이팝이라는 장르가 세계 대중문화 질서 속에서 어떻게 전략을 재구성하고 있는지, 그리고 다민족·다언어 사회인 말레이시아가 어떤 방식으로 수용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데 의미가 있다. 말레이시아 음악 시장에서는 세 갈래의 흐름이 뚜렷하게 관찰된다. 신인의 비상, 협업의 정서적 확장, 디지털 유통 전략의 구조화. 세 흐름이 교차하며 새로운 케이팝의 방향성이 제시되고 있다.

신인의 비상: 미야오, 베이비몬스터, ILLIT의 전략적 돌파

2024년 9월 데뷔한 미야오(MEOVV)는 4월 28일 발표한 ‘HANDS UP’으로 말레이시아 케이팝 송 차트 정상에 올랐다. 유튜브 조회수 1,000만 회를 불과 4일 만에 달성한 이 곡은 고도로 설계된 디지털 감각 기반의 마이크로 브랜드 전략을 입증한다. 지드래곤이 참여한 ‘핸즈업 챌린지’는 팬덤 기반 유희를 넘어서, 알고리즘 환경에 최적화된 소셜미디어 확산 구조를 작동시켰다.

베이비몬스터(BABYMONSTER)는 영어 싱글 ‘DRIP’을 중심으로 북미와 동남아시아 시장을 연결하는 투어 전략을 구사했다. 언어 선택과 무대 구성, 글로벌 쇼케이스를 전제로 한 활동 방식은 다국적 로컬 전략을 현실화한 사례로 주목된다. ILLIT은 Y2K 정서와 하이틴 무드를 숏폼 콘텐츠에 접목시켜 Z세대 여성 팬층의 정서에 정밀하게 접근하고 있다. 세 그룹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신인 개념을 재정의하며, 케이팝 산업 내부에서 세대교체의 결정적 전환을 예고한다.

협업의 정서화: 트와이스와 콜드플레이의 ‘WE PRAY’

말레이시아 아이튠즈 톱 송 차트 5위에 오른 ‘WE PRAY(TWICE Version)’은 콜드플레이와 트와이스가 함께한 협업곡이다. 원곡 ‘WE PRAY’에 트와이스가 한국어 가사로 참여하며, 언어와 문화를 넘은 연대와 정서적 메시지를 담아낸 점이 두드러진다. 트와이스 멤버들이 “희망과 평화의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직접 밝힌 발언은, 협업의 범주를 전략적 피처링에서 감정적 공명으로 전환시킨다.

콜드플레이의 내한공연 첫날인 4월 16일 최초 공개된 이 곡은 현장 관객과 글로벌 팬들에게 동시다발적인 인상을 남겼다. 한국어로 노래한 트와이스의 구절은, 단지 참여의 흔적이 아니라 감정의 중심축으로 작용하며, 정서적 실재로서의 한국어가 어떻게 세계 팬덤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입증했다. 협업이라는 형식이 문화 혼합이 아니라, 공통된 감정 경험의 생성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되고 있다.

디지털 유통의 전략화: 하이라이트와 알고리즘의 조응

하이라이트(HIGHLIGHT)는 8년 만에 발표한 여섯 번째 미니앨범 ‘From Real to Surreal - EP’로 말레이시아 아이튠즈 앨범 차트 정상을 기록했다. 데뷔 15년차 그룹이 이룬 성과는 단순한 복귀 효과를 넘어선다. 과거 팬덤의 축적된 감정, 지속된 관심, 그리고 알고리즘 기반 스트리밍 플랫폼의 추천 구조가 결합되며 형성된 결과다.

슈퍼주니어-D&E의 과거 앨범들이 동시에 차트 상위권에 대거 진입한 현상은 더욱 구조적인 분석을 요한다. 'The Beat Goes On', 'Countdown', 'Bout You' 등 이미 수년 전 발매된 앨범들이 리이슈 효과 없이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는 점에서, 케이팝의 유통 구조는 단일한 시간선상에 머무르지 않고 멀티 타임라인을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 디지털 소비는 ‘지금’만을 향하지 않는다. 축적된 기억, 반복되는 감정, 추천 알고리즘의 조합이 새로운 소비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다.

약한영웅2 박지훈 감정을 꾸미지 않았다…그냥 시은이었다 사진=2025 04.21  넷플릭스  편집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한국 드라마의 서사 확장: ‘약한영웅’과 현실의 감각

넷플릭스 말레이시아 TV 부문 1위를 기록한 ‘약한영웅 Class 2’는 학교폭력이라는 사회문제를 정제된 서사와 연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2022년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로 처음 선보인 이후, 시즌2가 2025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며 다시금 주목받았다. 과잉되지 않은 현실 묘사, 감정의 절제, 그리고 구조적 긴장감은 글로벌 시청자와 깊은 감정적 연결을 만들어냈다.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등 국내 제작사와의 협업을 통해 넷플릭스는 한국 드라마의 장르적 폭을 확장하고 있다. ‘계시록’, ‘사마귀’, ‘84제곱미터’ 등 2025년 주요 기대작은 그 범위를 사회비판, 액션 스릴러, 서정적 리얼리즘까지 넓혀가고 있다. OTT 플랫폼은 이제 단순한 배급 수단을 넘어, 한국 서사의 문법을 세계로 번역하는 실질적 거점이 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음악시장, 케이팝 전략이 교차하는 전환지대

말레이시아 케이팝 차트에서 확인된 흐름은 시장 점유율 이상의 시사점을 던진다. 신인의 비약, 협업의 감정화, 베테랑의 재조명, OTT 서사의 정착까지, 복합적 전략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 플랫폼, 언어, 팬덤의 역할은 재정의되고 있다.

한국어 콘텐츠가 감정의 언어로 받아들여지고, 베테랑의 과거 앨범이 다시 소비되며, 신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지금. 말레이시아는 더 이상 ‘확산지’가 아니라, 케이팝 전략이 재편되는 하나의 분기점이다. 연결성과 공감, 정서와 전략이 교차하는 이 지점에서, 케이팝의 다음 단계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