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Insight④] 정부지원 58.6%, 그러나 기업 생존율은 여전히 낮다

지속가능한 브랜드인가, 일회성 과제인가 – 정책은 누구를 위한 시스템인가

2025-05-30     임우경 기자
[KtN 기획] 꽃, 몸, 이미지의 제국: 미스 소희, 구조를 설계한 디자이너. 사진=YELIM PUBLISHIN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2024년 디자이너패션산업 현황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8.6%가 과거 정부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유사 문화산업 분야에 비해 높은 수치다. 그러나 생존율은 이에 비례하지 않는다. 전체 브랜드 중 절반 가까이가 창업 5년 미만이며, 3년 미만 기업도 22.5%에 달한다. 지원금은 많았지만, 성장 구조는 보장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러한 수치는 정부지원이 ‘진입’을 가능하게 했을지는 몰라도, ‘지속’을 가능하게 하지는 못했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현행 정책이 디자이너의 생태계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일회성 과제 중심의 설계로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과 홍보, 가장 필요한 영역은 반복된다

디자이너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한 지원 분야는 생산(42.1%)과 홍보(19.9%)였다. 이는 수년간 반복된 결과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소량 생산 인프라 확보와 소비자 인식 확대가 생존의 핵심이다. 그러나 정부지원 프로그램은 여전히 전시회 참가, 수주회 연계, SNS 콘텐츠 제작 등 개별 프로젝트에 집중된다.

단기성과 지표에 최적화된 지원은 브랜드의 정체성이나 창의성 지속보다, 행정 효율과 예산 집행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로 인해 실질적 도움이 되는 ‘장기적 인프라 구축’은 항상 후순위로 밀려난다. 디자이너의 언어는 프로젝트 단위로 소비되고, 그 프로젝트가 끝나면 브랜드는 다시 고립된다.

정책은 현장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정책과 현장 간 괴리는 수치로 드러난다. 전체 디자이너 브랜드 중 홍보대행사를 활용한 경험이 있는 기업은 14.3%에 불과하다. 대다수 브랜드가 직접 SNS 콘텐츠를 제작하고, 마케팅 전략을 설계한다. 그러나 정부지원 홍보 프로그램은 대부분 대행사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디자이너는 브랜드를 설명할 언어와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실질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리소스를 갖고 있지 않다. 정책이 이들을 지원하려면, 먼저 ‘누가 브랜드를 이야기하는가’라는 질문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외주 구조에 의존하는 정책은 창의성을 전시하는 데는 성공할 수 있으나, 창의성을 키우는 데는 실패한다.

생존율을 높이는 정책 설계는 어떻게 가능한가

2025년 현재, 디자이너패션산업에 필요한 것은 일회성 과제 중심의 지원이 아니라, 브랜드 생태계 중심의 지원 구조다. 브랜드가 창업 3년 차에 어떤 생산 문제를 겪고, 5년 차에 어떤 유통 구조에 진입하며, 7년 차에 어떤 브랜딩 위기에 봉착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정책적 리터러시가 요구된다.

생존율 제고는 지원 금액의 크기보다 지원 구조의 지속성에 달려 있다. 브랜드 성장의 단계별 문제를 분석하고, 그에 따른 설계형 지원을 운영해야 한다. 생산-유통-홍보-수출-브랜딩까지 연계된 시스템이 없다면, 개별 지원은 결국 ‘버티기 수단’에 머물 뿐이다.

‘지속가능 브랜드’가 아니라 ‘지속가능 시스템’이 필요하다

디자이너 브랜드는 창의성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고밀도 산업이다. 개별 브랜드의 독립성과 정체성이 존중될 때, 산업 전체의 다양성이 확보된다. 그러나 지금의 정책 구조는 디자이너를 ‘지원 대상’으로만 취급하며, 이들이 산업의 주체로 기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2025년의 디자이너패션산업은 생존 그 자체가 브랜드의 과제가 되어버린 시대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지원이 아니다. 지속가능성을 설계하는 법, 다시 말해 실패를 견딜 수 있는 산업 구조다.

정부지원이 브랜드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존재한다면, 그 방식은 이제 전면적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창의성을 구조로 보장하지 못하는 정책은, 예산은 소비해도 산업은 남기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