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Insight②] 보테가 베네타, 공예는 문화가 될 수 있는가 – 장인의 손에서 브랜드 언어로

‘Craft is our Language’, 그 언어는 누구를 위한 말인가 브랜드 신화의 구조와 문화 권력에 대한 비판적 시각

2025-06-03     임우경 기자
가죽 끈을 수직·수평으로 정교하게 엮는 고난도의 수작업으로, 보테가 베네타는 지난 50년간 이 ‘손의 노동’을 반복해 왔고, 이를 브랜드의 시그니처로 정립했다. /사진=보테가베네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가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 가죽 위빙 50주년을 맞아 대형 글로벌 캠페인을 공개했다.

‘Craft is our Language’라는 표어 아래 사진, 영상, 도록 출간 등 다층적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줄리안 무어(Julianne Moore), 스트레이 키즈의 아이엔(I.N), 작가 자디 스미스(Zadie Smith), 감독 다리오 아르젠토(Dario Argento) 등 각국 예술계 인사 20여 명이 참여했다.

보테가 베네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공예를 언어로 삼는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장인의 손에서 시작된 제작 기술’이 어떻게 하나의 브랜드 언어로 전화(轉化)되는지, 그 과정에는 미적 감각이나 감성의 층위를 넘어, 문화 권력의 구조와 상징 자본의 조직 방식이 내포되어 있다.

보테가 베네타는 지난 50년간 이 ‘손의 노동’을 반복해 왔고, 이를 브랜드의 시그니처로 정립했다./사진=보테가베네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공예의 시각화 – 노동을 이미지로 치환하는 브랜드 전략

인트레치아토 기법은 1975년 도입되었으며,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Veneto) 지방의 가죽 수공예 전통에서 유래했다. 가죽 끈을 수직·수평으로 정교하게 엮는 고난도의 수작업으로, 보테가 베네타는 지난 50년간 이 ‘손의 노동’을 반복해 왔고, 이를 브랜드의 시그니처로 정립했다.

이번 캠페인은 인트레치아토의 ‘엮임’을 단순한 제작 방식이 아니라, ‘연결과 교환의 상징’으로 해석해 시각적 이미지로 재구성한다. 22명의 글로벌 인물이 등장하는 포트레이트 시리즈는 제품을 단순히 착용하는 수준을 넘어, 손짓, 표정, 눈빛 등 비언어적 신호로 ‘공예의 정서’를 언어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화 과정은 대부분 상징의 전시에 집중하며, 노동의 맥락과 현실적 조건은 이미지의 배경 너머로 밀려난다.

장인은 브랜드 신화의 도구가 되고, 노동은 감각적 이미지로 재편된다./사진=보테가베네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장인의 시대’는 누구의 시대인가 – 하이패션의 공예 호출과 감상 구조

최근 하이패션 브랜드들은 ‘공예’를 적극적으로 호출하고 있다. 에르메스는 말안장 제작법을 꾸뛰르 컬렉션으로 확장했고, 샤넬은 20여 개 메티에다르(Métiers d’Art) 공방을 수직계열화해 브랜드 미학의 중심에 놓았다. 루이 비통은 장인의 손을 광고 내레이션에 차용하고, 디올은 아틀리에 재단 장면을 고해상도 카메라로 클로즈업한다.

공통점은 노동 그 자체보다는, 노동의 흔적을 감상 대상으로 전유(專有)하는 시선의 정교화다. 장인은 브랜드 신화의 도구가 되고, 노동은 감각적 이미지로 재편된다.

보테가 베네타 또한 공예의 기술적 설명보다는 느낌, 정서, ‘전통 계승의 아름다움’ 같은 추상적 수사를 내세운다. 이러한 구조에서 공예는 실제 제작 조건, 숙련 시스템, 인력 양성의 현실과의 연계성은 드러나지 않는다. ‘공예’는 제품의 질감을 형성하는 기술이라기보다, 브랜드 정체성의 감정적·문화적 정당화 장치로 기능한다.

장인은 브랜드 신화의 도구가 되고, 노동은 감각적 이미지로 재편된다./사진=보테가베네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브랜드 언어의 정치학 – 선택과 배제의 구조

보테가 베네타는 “우리는 언어를 직접 만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그 ‘언어’가 누구의 경험과 계층을 전제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부재하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아이엔, 줄리안 무어 등 각자의 해석은 어디까지나 브랜드가 허용한 틀 내에서 이루어진다.

‘Craft is our Language’라는 슬로건은 예술과 문화의 보편성을 전제하는 듯 보이나, 실제로는 고도로 조직된 선택과 배제의 구조 위에 위치한다. 누가 공예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누구의 손이 브랜드 가치로 변환되는가, 어떤 노동은 미화되고, 어떤 노동은 삭제되는가라는 질문이 필연적으로 제기된다.

보테가 베네타의 이번 캠페인은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 정체성을 ‘문화적 언어’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이다. /사진=보테가베네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공예의 감정화와 하이패션의 문화 권력

보테가 베네타의 이번 캠페인은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 정체성을 ‘문화적 언어’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감정적 이미지로 치환된 노동, 하이패션 브랜드의 문화 독점, 공예를 미감으로 환원하는 방식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공예가 진정한 ‘언어’가 되려면 브랜드의 시선이 아닌, 실제 제작자의 시선이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 하이패션이 공예를 호출할 때,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기술이나 감정보다 권력 관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