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Insight⑤] Glossier부터 Rhode까지 – 창업자 브랜드는 어떻게 인수 대상이 되는가

뷰티 산업의 세대 교체는 브랜드보다 창업자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2025-06-06     임우경 기자
Rhode의 인수는 최근의 인수 트렌드는 창업자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강력한 콘텐츠 자산을 핵심적인 계약 요소로 간주하는 경향을 뚜렷하게 나타낸다.  /사진= @haileybieber 인스타그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E.l.f. 뷰티의 Rhode 인수는 글로벌 뷰티 산업에서 ‘창업자 브랜드 인수’ 전략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2020년대 이후 가속화된 창업자 중심 브랜드의 자산화 흐름이 구조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Glossier, Rare Beauty, Summer Fridays, Florence by Mills 등 주요 브랜드들도 이와 유사한 궤적을 그려왔다. 이들의 공통점은 창업자가 브랜드의 정체성과 운영 전략을 주도하고, 콘텐츠-커뮤니티-커머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설계를 통해 시장과 소통해왔다는 데 있다.

브랜드의 중심, ‘창업자의 얼굴’

Rhode의 헤일리 비버, Rare Beauty의 셀레나 고메즈, Glossier의 에밀리 와이스, Florence by Mills의 밀리 바비 브라운은 모두 브랜드의 ‘얼굴’이자 전략 설계자다. 단순한 유명인이 아닌, 제품 기획·비전 설정·커뮤니케이션 전반에 관여하는 창조적 주체로 기능한다. 뷰티 산업이 더 이상 기능적 차별성이나 유통 전략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소비자는 제품 성분보다 브랜드의 이야기, 기술력보다 공감 가능한 인물을 통해 신뢰를 구축한다. 창업자는 단순한 운영자가 아니라, 브랜드의 감정적 기반을 설계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인수의 조건: 기술이 아닌 커뮤니티

Rhode의 인수 조건 중 핵심은 헤일리 비버가 Chief Creative Officer로 잔류하며 브랜드의 방향성을 계속 주도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소유권 이전이 아닌, 창업자의 감각과 철학을 보존하는 조건부 인수, 즉 ‘정체성의 인수’라 할 수 있다.

Glossier 또한 2024년 에스티로더와의 매각 협상에서 브랜드 커뮤니티의 자율성과 지속성을 보장받는 것을 핵심 조건으로 내세웠다. Rare Beauty는 아직 인수 협상 단계에 들어서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셀레나 고메즈의 운영 참여 여부가 향후 거래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가 더 이상 제품군 확장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서사와 커뮤니티 자산을 계승·유지하는 전략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저가 색조 브랜드로 시작한 E.l.f. 뷰티의  Rhode의 인수는 이러한 전략적 움직임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사진=  e.l.f.cosmetic.,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글로벌 흐름: 스타트업 뷰티의 자산화 공식

현재까지 등장한 주요 사례를 정리하면 2022년 설립된 Rhode는 헤일리 비버가 직접 운영하는 DTC(Direct-to-Consumer) 중심의 SNS 기반 브랜딩 전략으로 빠른 성장을 이뤄냈고, 최근 E.l.f. 뷰티에 인수되었다. Glossier는 2014년 에밀리 와이스가 창업해 ‘콘텐츠→커뮤니티→제품’이라는 독특한 성장 공식을 확립했으며, 현재 대형 화장품 기업과의 인수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Rare Beauty는 2020년 셀레나 고메즈가 론칭한 브랜드로, 정신건강 메시지를 핵심 브랜딩에 내세우며 독립 운영을 이어가고 있으며, Florence by Mills는 배우 밀리 바비 브라운이 2019년에 선보인 브랜드로, Z세대를 타겟팅하고 비건 제품군을 강조하며 글로벌 협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Summer Fridays는 2018년 마리나 스프라게와 동료들이 인플루언서 기반 스킨케어 전략으로 론칭해, 현재는 다양한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모두 창업자의 개인 정체성과 커뮤니티, 그리고 소셜 미디어 기반의 브랜드 세계관 구축을 통해 단기간에 시장에서 주목받는 성공 사례로 자리잡았다. 

브랜드가 아닌 세계관을 사고파는 시대

오늘날 글로벌 뷰티 산업은 더 이상 단순히 '성공한 제품 브랜드'를 찾지 않는다. 대신, 공감 가능한 서사와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 그리고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창업자의 세계관을 선택한다. 이는 곧 브랜드 자체보다 브랜드를 만든 사람과 그의 감정 시스템이 자산으로 간주되는 시대라는 의미다.

Rhode의 인수는 이러한 흐름의 대표 사례일 뿐이다. 다수의 창업자 브랜드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자산화 가능한 감정 시스템’으로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인수만 반복할 경우, 브랜드는 곧 시장에서 감동을 잃고 소멸할 수 있다.  지금의 뷰티 산업은 브랜드가 아니라, 창업자를 산다. 그리고 그 창업자가 만든 세계관은 자본이 가장 탐내는 고부가가치 감정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뷰티 산업의 다음 성장 동력은 제품이 아니라, 공감 가능한 사람과 그 사람이 설계한 세계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