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 Me’, 감정의 이미지와 한국 팝아트의 확장
배우미, 인사동 두고갤러리 초대전에서 감정의 조형언어를 묻다
[KtN 임민정기자] 서울 인사동 두고갤러리에서 2025년 6월 4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배우미 작가의 개인전 'You & Me'는 회화의 감정성, 대중기호의 재조합, 그리고 한국 팝아트의 진화 방향을 한 자리에서 보여주는 기획 전시다. 단순한 개별 작품 소개를 넘어, ‘감정의 시각언어’를 탐색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감정의 미학, 그리고 시선의 구조
'You & Me'는 감정이 발생하는 관계의 공간을 지시한다. 배우미는 ‘너와 나’라는 관계를 정서적으로 환기하는 동시에, 시선의 구조를 재배열한다. ‘바라봄’과 ‘응시’, ‘대화’와 ‘공감’이라는 감정 행위들이 평면 위에서 조형적 언어로 변환된다. 감정은 서사적이지 않으며, 언어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감정은 도형의 분할, 컬러 블록, 기호의 해체와 재구성 속에서 작동한다.
작가가 집중하는 감정은 고정된 정의가 아니라, 구조와 맥락에 따라 유동하는 역동적 개념이다. 근대 이후 철학에서 감정이 개별 감각이나 인식이 아닌,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운동으로 이해되어온 흐름과 맞닿아 있다.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는 감정을 단순히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고정된 감정 상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또는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계속 생겨나고 연결되는 흐름으로 보았다. 배우미의 회화도 같은 맥락에서 감정을 하나의 완성된 감정이 아니라, 서로 마주하고 이어지는 과정으로 그려낸다.
'Lovely', 붉은 감정의 시각화
작품 'Lovely'는 베티붑과 글로리아, 입술, 하트, 컵의 윤곽, 분할된 공간, 붉은 타이포그래피 등이 조화된 구조다. 전면의 컬러는 빨강이다. 단순한 ‘사랑’의 상징이 아니라, 감정이 시각적으로 압축된 신호로 기능한다. 베티붑은 20세기 초반 미국 대중문화에서 섹슈얼리티와 독립성을 동시에 상징했던 캐릭터다. 배우미는 아이콘을 그대로 차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베티붑을 구성하는 시선과 눈동자, 표정, 선의 굴곡을 해체하여 ‘감정의 조각’으로 다시 배열한다.
글로리아는 감정의 교차점을 구성하는 조형적 장치다. 베티붑을 향해 바라보는 글로리아는 또 하나의 ‘나’이자, 감정의 수신자이다. 화면 속 입술은 말하기 이전의 감각, 하트는 언어화되지 않은 관계의 신호이며, 컵은 감정이 담기는 그릇이자 소비되는 구조다. 타이포그래피는 감정의 해설이 아니라 감정 자체다. ‘Oh….!’, ‘Lovely!!’는 감탄이 아니라 감정의 시각적 리듬을 환기하는 장치로 읽힌다.
면분할 기법은 배우미 작업의 시그니처이다. 화면은 평면적이지 않으며, 각각의 면들은 서로 다른 감정의 층위를 형성한다. 이는 시각적 차원에서 감정의 복합성을 구현하며, 감정의 균열과 중첩을 동시에 보여준다.
'Smile', 유희와 치유의 조형 구조
'Smile'은 파란색을 기반으로 도라에몽의 요소를 기호처럼 활용한 작품이다. 도라에몽은 무엇이든 해결하는 만화적 환상의 상징이지만, 배우미의 회화에서는 기능적 의미를 벗어난 순수한 감정의 주체로 등장한다. 글로리아는 도라에몽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정면에서 보이지 않는다. 감정은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구조 속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텍스트 'Smile', 'Dream'은 감정과 시선, 기호 사이의 유희를 구성한다. 글로리아와 도라에몽은 ‘웃음’이라는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감정의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점선, 원, 회전판 모양의 이미지들은 감정의 리듬을 형성하고 있으며, 전체 화면은 감정이 유동적으로 재편되는 장치처럼 작동한다.
K-Art로의 확장, 감정 언어의 국제화
'You & Me'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다. 감정을 공공언어로 번역하는 회화적 실험이며, 한국적 팝아트의 국제적 확장 가능성을 예시하는 장치다. 배우미는 전통적 채색 기법이나 서사 중심 구도를 따르지 않는다. 대신 디지털 세대가 익숙한 아이콘, 감정 기호, 일상어를 작업의 문법으로 사용한다.
K-Art는 더 이상 한국적 전통이나 소재의 반복에 머무르지 않는다. 정체성을 담은 형식 실험, 글로벌 감성의 시각 언어화, 그리고 대중문화에 대한 비평적 개입이 결합된 미술이 주목받고 있다. 배우미의 작업은 이 흐름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유희와 구조, 감정과 이미지, 키치와 철학을 동시에 견인하는 작업은 한국 팝아트의 가능성을 확장하며, 감정 이미지 시대의 새로운 지점을 제시하고 있다.
감정의 시각화가 요청되는 시대
동시대 미술계는 다시 ‘감정’이라는 주제를 주목하고 있다. 기술 발전, 정서적 고립, 초연결 사회 속에서 감정은 시각적 교류의 핵심이 되고 있으며, 감정의 회화적 번역은 단순한 미감의 문제가 아닌 문화 구조의 반영이다. 배우미는 감정의 조형 언어를 재해석하고 있으며, 시각예술의 감정 전달력을 새롭게 측정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정서적 피로가 일상화된 시대에 감정을 다시 만지는 방식이며, 시선과 감정 사이의 균형을 탐색하는 예술적 실험이다. ‘너와 나’라는 단어는 더 이상 관계의 지시어가 아니다. 그것은 감정이 생성되는 구조, 회화가 도달할 수 있는 윤리적 거리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