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ontent Insight③] 성숙과 성장의 분기점 – K-콘텐츠 장르별 재편 신호와 플랫폼 전략
[KtN 홍은희기자] 2025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K-콘텐츠는 인지도와 소비 빈도 면에서 이미 안정된 문화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장르별로 보면 성장의 곡선은 완전히 다르다. 성숙기에 접어든 콘텐츠와 잠재 성장 콘텐츠 간의 온도 차는 명확하며, 콘텐츠 이용의 미래 지형 또한 재편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년 인도네시아 K-콘텐츠 소비자 동향조사’는 콘텐츠 장르와 플랫폼 구조의 재정렬이 필요하다는 경고로 읽힌다.
절대 강자의 한계 – 포화된 K-POP과 드라마
K-POP은 응답자의 86.7%가 순고객추천지수(Net Promoter Score, NPS)에서 긍정 평가를 준 장르로, 전체 콘텐츠 중 가장 높은 선호도를 기록했다. 드라마(83.3%)와 영화(79.9%)도 뒤를 이으며 여전히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최근 1년간 이용 증가율 지표에서는 정반대의 양상이 드러난다. K-POP은 전체 응답자 중 67.5%가 ‘이용이 증가했다’고 응답했으나, 향후 1년간의 이용 증가 전망은 3.02%에 그쳤다. 드라마는 8.45%, 영화는 9.36% 증가에 그쳤으며, 이미 시장 안착과 높은 이용률을 기록한 장르의 상대적 한계가 확인되었다.
성숙기에 진입한 콘텐츠는 안정성과 충성도를 확보했지만, 새로운 소비층을 유인하거나 급격한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내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다.
저평가된 콘텐츠의 반격 – 게임·웹툰·VR의 상승 흐름
가장 주목할 변화는 게임과 웹툰, VR/AR 등 비주류 장르에서 나타났다. 게임의 경우 최근 1년간 이용 증가 평균은 2.25에 불과했으나, 향후 1년간의 예상 이용 증가율은 14.67%로 급등했다. 웹툰은 11.44%, VR/AR은 10.39%의 증가가 예측되었다.
이 콘텐츠들은 현재 절대 이용률은 낮지만, 향후 이용자 확대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장르로 분류된다. 특히 웹툰과 VR 콘텐츠는 숏폼 소비, 몰입형 경험, 모바일 중심 소비 구조 등 인도네시아 Z세대의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아직 주요 플랫폼에서의 공급량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오히려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콘텐츠 장르의 양극화 – 선호도와 성장률의 괴리
선호도 조사와 이용 전망을 종합해 보면, 콘텐츠 장르의 시장 내 위치는 양극화되고 있다. K-POP과 드라마는 여전히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으나, 이용자 수의 증가 여지는 제한적이다. 반면 웹툰, VR/AR, 게임 등은 낮은 현재 지표에도 불구하고 향후 성장 기대치가 급등하고 있다.
이 구조는 콘텐츠 공급자의 전략 전환을 요구한다. 절대적 인지도에 기대기보다는, 저성장 영역에서 탈피할 수 있는 창의적인 기획력과 플랫폼 유통 전략이 요구된다. 콘텐츠 산업의 미래는 단일 장르 중심의 수직 구조가 아니라, 장르 간 교차, 하위 취향의 발굴, 몰입형 경험의 다양화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의 분기 – 스트리밍, 유튜브, 소셜미디어의 역할 분화
장르별 플랫폼 이용 패턴은 콘텐츠 생태계의 또 다른 경로를 암시한다. 드라마와 영화는 여전히 넷플릭스 등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이 강세를 보이지만, K-POP, 애니메이션, 패션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기반 소비 비율이 높았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유튜브가 48.7%로 가장 높았고, 패션 콘텐츠의 경우 소셜미디어에서의 소비 비중이 44%로 집계되었다. 콘텐츠 장르별 소비 플랫폼이 분화되고 있으며, 단일 플랫폼 중심의 전략은 점차 효력을 상실하고 있다.
Z세대는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보면서도 동시에 유튜브로 리믹스 콘텐츠를 소비하고, 틱톡에서는 특정 장르의 해시태그를 통해 취향 기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콘텐츠 공급자는 콘텐츠 유형과 플랫폼의 ‘맞춤 조합’을 설계해야 하며, 유통 경로의 혼합 전략이 핵심이 된다.
비용, 언어, 과잉 – 성장의 보이지 않는 장벽
콘텐츠 소비의 확장에는 장르 간 구조 외에도 외생 변수들이 존재한다. 응답자 중 35.2%는 ‘높은 구독 비용’을, 34.6%는 ‘언어 장벽’을 주요 불편 요인으로 지목했다. 콘텐츠 과잉 공급에 대한 피로감도 16.4%로 나타났다.
플랫폼별 가격 정책, 자막·더빙의 현지화 전략, 알고리즘 중심의 노출 방식 개선은 콘텐츠 확산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콘텐츠 제작과 유통이 문화적 충돌을 최소화하는 구조로 재편되지 않는 한, 성장 가능성은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구조적 진단 이후 필요한 것은, 전략적 대이동
이번 조사는 콘텐츠 시장 내부의 이중 구조를 드러낸다. 주류 콘텐츠의 안정과 비주류 콘텐츠의 잠재력 사이에서, 전략의 대이동이 요구된다. 콘텐츠 기업은 기존 강자의 유지가 아니라, 신흥 장르의 선점과 플랫폼 분화에 대한 준비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은 각 장르에 최적화된 유통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정책 당국은 콘텐츠 로컬라이징과 글로벌 확산 사이 균형을 맞추는 규범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
콘텐츠 산업은 더 이상 ‘한류’라는 단어로 단순 정리할 수 없는 거대한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다. 그 안에서 어떤 장르가 살아남고, 어떤 플랫폼이 도약할지는 단기 소비 데이터가 아닌 구조적 통찰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