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기획]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비자금 의혹과 기업 리스크의 구조

총수의 귀환 대신 법정에 선 이유 오너 리스크의 구조적 반영, 태광그룹의 현재와 미래

2025-06-01     박준식 기자
전 태광인은 5C를 바탕으로변화와 혁신의 기업문화를 조성하는데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진=태광 홈페이지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다시 법 앞에 섰다. 2025년 5월 2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이 전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이번 소환은 단순한 형사 사건이 아니다. 그룹의 지배구조, 오너십, 내부 통제, ESG 경영 체계 전반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단일 기업의 위기를 넘어선 구조적 의미를 지닌다.

검찰이 주목한 비자금 조성 방식은 전형적인 ‘허위 겸직–급여 환수’ 모델이다. 그룹 임원들을 계열사에 허위로 등재한 뒤, 실제로는 근무하지 않은 임원 명의로 급여를 지급하고 이 자금을 다시 회수해 비자금으로 전용한 구조다. 계열사 자금을 통한 골프연습장 공사비 대납(8억6000만 원 상당), 법인카드 사적 사용(약 8000만 원 규모)도 함께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회장 지시’라는 고리, 그리고 책임의 좌표

수사의 쟁점은 단순히 불법 자금 조성 여부가 아니다. 핵심은 비자금 조성의 주체와 책임자, 즉 이 전 회장이 해당 행위의 기획자이자 수령자였는지를 가리는 데 있다.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은 “회장 지시에 따라 비자금을 조성했고, 직접 상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태광그룹 측은 “비자금 조성은 김기유 전 의장의 개인 비위”라며, 당시 경영에서 물러나 있던 이 전 회장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두 주장 모두 내부 진술과 회계자료라는 ‘수치의 언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사정당국은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전 의장을 공범으로 판단하고, 내부 회계장부, 계좌 내역, 금융정보분석원(FIU) 통보 자료, 그리고 디지털 포렌식 분석 자료 등을 통해 최종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범죄 성립 여부를 넘어서, 그룹 내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대주주의 재가 없이 수십억 원 단위의 자금이 임의로 집행될 수 있는지, 전임 경영진 단독으로 비자금 운용이 가능했는지 여부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의 단초가 된다.

오너 리스크의 구조적 반영 – 태광그룹의 현재와 미래

사건의 파장은 경영 전반에 드리운다. 가장 큰 타격은 ‘불확실성’이다. 12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 사실상 보류되었고, 주요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실적 역시 하락세다. 오너의 법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금융권과 시장의 신뢰도는 급속히 후퇴했다.

지배구조 개편과 ESG 경영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 그룹은 최근 내부 감사 기준을 강화하고,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추진하고 있지만, ‘사후 약방문’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영 복귀가 좌절된 총수 대신 누구에게 실질적인 책임과 권한이 있는지를 묻는 시장의 시선은 더욱 냉정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이호진 전 회장을 소환 조사. 사진=2024.02.05  검찰 / 편집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법적 책임과 경제적 신뢰 사이

태광그룹은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 입장에서 “이호진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 있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책임의 중심을 김기유 전 의장에게 돌리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그룹 내 주요 인사와 자금 결재, 계열사 전략 결정이 대주주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진행되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과거 전력도 무게를 더한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421억 원대 횡령과 9억 원대 법인세 포탈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고, 2019년 형이 확정됐다. 기업 내부에서의 시스템적 통제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보기도 어렵다.

한국 대기업의 오너십 모델에 대한 경고

이번 사건은 ‘기업가 정신’의 문제이기 이전에,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태광그룹 사례는 한국 재벌의 지배구조가 여전히 총수 중심의 경직된 시스템 위에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실적보다 중장기적 거버넌스의 안정성을 더 중시하는 흐름으로 전환 중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범죄 혐의’가 아니라, 오너 리스크가 기업 전체에 어떤 구조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수사의 종착지는 법정, 기업의 종착지는 신뢰

검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이호진 전 회장의 추가 소환 및 불구속 기소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향후 재판에서는 자금 조성의 지시 여부, 사용처, 공모 관계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FIU 통보에서 포착된 자금 흐름을 토대로 추가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호진 전 회장이 법정에 서는 동안, 태광그룹은 실질적 지배구조 개편과 신뢰 회복이라는 또 다른 법정에 서게 될 것이다. 이 두 법정의 판결은 단지 개인의 죄와 벌을 넘어, 한국 대기업의 ‘책임 있는 오너십’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다.

전 태광인은 5C를 바탕으로변화와 혁신의 기업문화를 조성하는데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진=태광 홈페이지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리포트

이호진 전 회장이 계열사 자금 유용과 허위 급여 지급을 통한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그룹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검찰은 이 전 회장을 공범 관계로 본다. 이번 사건은 태광그룹의 경영 리스크, 지배구조 개편, ESG 이행 등의 구조적 문제를 동반하며, 총수 중심 경영 모델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법적 책임과 시장 신뢰의 균형을 어떻게 회복할지, 향후 재판과 그룹의 대응이 주목된다.

태광그룹 계열사 

아래는 2025년 기준 태광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사업 분야별로 보기 쉽게 정리한 목록이다.

섬유·석유화학

태광산업

대한화섬

태광화섬(상숙)유한공사

금융

흥국생명보험

흥국화재해상보험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티캐스트

씨네큐브

한국케이블텔레콤(KCT)

IT·서비스

티시스(TSIS)

티알엔(TRN)

레저·기타

태광CC

휘슬링락CC

교육·문화·사회공헌

일주·세화학원(세화고, 세화여고, 세화여중)

일주학술문화재단

세화예술문화재단

태광그룹은 주요 계열사 외에도 일부 서비스·건설 부문의 비상장 계열사를 운영 중이다. 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은 태광산업이 최대주주로 있는 티알엔(TRN)이 담당하고 있으며, 각 계열사의 구체적인 사업 영역과 법인 구조는 태광그룹 공식 홈페이지에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