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st Glam Insight②] 레이어링의 미학 – Z세대 여성복에서 ‘롱 오버 롱’이 살아나는 이유

2025-06-04     임우경 기자
WGSN은 최근 여성 및 청소년 소비자들이 활용한 #Layering 태그 게시물의 수가 1년 새 97%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사진=@nadiaelok 인스타그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지금, Z세대는 겹쳐 입는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실루엣을 늘리고, 분위기를 쌓고, 감각을 켜켜이 얹는다. 레이어링은 하나의 스타일을 넘어, 정체성을 구성하는 방식이 되고 있다.

겹쳐 입는 방식이 아니라, 겹쳐 사는 감각

2025년 여성복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실루엣 변화는 단연 ‘롱 오버 롱’이다. 셔츠 위에 긴 자켓을 걸치고, 스커트 아래 팬츠를 덧댄다. 단정한 겸손을 유지하면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방식으로 구조를 다시 쌓는다. 단순한 보온이나 유행의 문제가 아니다. 이 스타일은 지금의 젊은 세대가 감각을 다루는 방법이다.

WGSN은 최근 여성 및 청소년 소비자들이 활용한 #Layering 태그 게시물의 수가 1년 새 97%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스타일링 트렌드가 아니라, 복식 감각의 근본적인 전환이다. 특히 TikTok, Instagram을 중심으로 한 영상 콘텐츠 속에서 ‘겹쳐 입기’는 정체성과 취향, 그리고 실용성을 한데 엮는 하나의 언어로 기능하고 있다.

‘롱 오버 롱’과 ‘스커트 오버 팬츠’가 말하는 것

히잡과 맥시스커트, 셔츠 드레스와 오버사이즈 자켓, 스커트와 와이드 팬츠. 지금의 ‘롱 오버 롱’은 단정함의 외피 안에 실험성과 경쾌함을 품고 있다. 실루엣을 단정하게 유지하면서도 공간감과 중첩을 활용해 개성을 드러낸다.

‘스커트 오버 팬츠’는 활동성과 단정함 사이의 긴장을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전략적 조합이다. 특히 이동이 잦고 환경 변화에 민감한 도시형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며, 기능성과 감각이 만나는 경계에 위치한다.

이러한 방식은 전통적 겸손함을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기호와 정체성을 자유롭게 녹여내는 Z세대 특유의 소비 전략이다. ‘드러내지 않지만 감추지도 않는’ 방식, 그것이 지금의 레이어링이다.

‘스커트 오버 팬츠’는 활동성과 단정함 사이의 긴장을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전략적 조합이다.  /사진=@nadiaelok 인스타그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팝 컬러와 젤라토 톤의 균형 감각

2025년 S/S 시즌, WGSN은 ‘젤라토 파스텔’과 ‘도파민 브라이트’의 혼합이 주요 컬러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레이어링에 색상을 더하면 실루엣이 감정을 담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차분한 그레이와 파우더 베이지 톤 위에 레몬 옐로와 퍼플핑크 같은 색을 배치하거나, 뉴트럴 톤을 바탕으로 선명한 블루를 얹는 구성은 감각적 균형을 만든다. 이는 단순한 컬러 플레이가 아니라, 절제된 정체성 위에 감정을 덧입히는 방식이다.

Z세대는 감정도 계층화한다. 레이어링은 그들의 내면이 어떤 색으로 구성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각적 언어다.

반투명 소재는 계절을 지우고, 감정을 덧씌운다

레이어링의 완성은 소재에 있다. 시폰, 오간자, 튤과 같은 반투명 원단은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가벼움과 구조감을 동시에 갖는다. 한 겹 더 얹는 동시에 옷의 흐름과 움직임을 시각화한다.

단일 구조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은 실루엣뿐 아니라 촉각과 질감까지 확장된다. 시폰으로 구성된 오버셔츠 위에 면 소재의 아우터를 걸치거나, 오간자 스커트 안에 니트 팬츠를 배치하는 방식은 Z세대가 감정을 입는 방식 그 자체다.

한 벌의 옷은 하나의 기능만 하지 않는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옷은 기능, 분위기, 감정, 태도까지 동시에 설명하는 매개체다.

콘텐츠 플랫폼은 스타일의 실험장이자 학습장이다

TikTok은 더 이상 정보만을 소비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Z세대는 TikTok에서 자신과 닮은 스타일을 발견하고, 다른 문화권의 레이어링을 참조하며, 자신의 룩을 실험한다.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hodanyousuf, 동남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nadiaelok, 인도계 유럽 스타일을 선보이는 @ml.hassan은 수십만 팔로워를 보유하며, Z세대의 새로운 스타일 감각을 이끌고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룩은 단지 옷이 아니라, 지금 시대의 윤리와 태도를 입은 방식이다.

이러한 인플루언서 기반 콘텐츠는 지역이나 종교를 넘어서, ‘겸손한 패션’을 보다 다층적인 미학의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지금의 레이어링은 전략이다

2025년, 레이어링은 ‘겹쳐 입는 방식’이 아니라 ‘겹쳐 사는 방식’이다. Z세대는 실용성과 정체성, 겸손함과 개성 사이의 균형을 실루엣으로 조율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자신만의 스타일링 언어로 정제해낸다.

‘롱 오버 롱’은 단지 한 시기의 유행이 아니다. 지금 이 세대가 패션을 통해 세계와 관계 맺고,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겹겹이 쌓인 그들의 옷차림에는 생각의 층위, 감정의 레이어, 사회적 태도가 동시에 깃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