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A] 감정의 고도를 그리는 회화, 'I'm flying!'이 도달한 새로운 정서의 위상

감정은 표현이 아니라 구조다. 배우미의 'I'm flying!'은 감정의 상승을 시각적으로 조직한 회화적 기계다.

2025-06-03     임민정 기자
I'm flying!90.9×72.7Acrylic on canvas 2025. 사진=배우미 작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 팬데믹 이후 동시대 회화는 감정에 대한 복권을 요구받고 있다. 과거 서사 중심의 회화가 무너진 자리에 정서의 파편과 회복의 조형이 들어섰고, 작가들은 정서를 단지 묘사하는 수준을 넘어 감정 그 자체를 구조화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배우미 작가의 2025년작 'I'm flying!'은 바로 그 경계에서 작동하는 작품이다. 감정은 감각의 파동이 아니라, 화면 위에 구성된 조형의 질서로 자리잡는다.

꿈의 무게를 지닌 구조 – 작품 분석

90.9×72.7cm 크기의 캔버스 위에 펼쳐진 이 회화는 글로리아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도상적 내러티브와 강력한 구조 언어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하단에 배치된 고딕 계열의 두꺼운 레터링은 감정의 기반을 형상화하며, 상단에 흐르는 필기체는 희망의 곡선을 암시한다. 전면에 등장하는 덤보와 글로리아는 공중비행이라는 테마를 통해 '이탈' 혹은 '도약'이라는 감정의 방향성을 구체화한다.

작품은 단순한 귀여움이나 위로의 이미지에 머물지 않는다. 구도적으로 수직의 면분할을 통해 정서적 질서를 시각화하고, 색면은 은은한 분할 톤으로 구성되어 감정의 충돌이 아니라 조화를 유도한다. 회화 안에서 비행은 허상이 아니라 정서의 고도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글로리아는 감정의 대상이 아닌, 감정을 구동하는 시각적 엔진이다.

정서 회화의 새로운 조건 – 철학적 맥락과 현대 미술의 경향

들뢰즈와 가타리가 제시한 '기계적 연결' 개념은 이 작품을 해석하는 데 적절한 프레임을 제공한다. 감정은 개별적인 상태가 아니라 하나의 생성 과정이며, 이질적인 요소들이 연결되면서 흐름을 형성한다. 'I'm flying!'은 바로 그 연결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회화다. 감정은 구성되고 조립되는 구조이며, 글로리아와 덤보는 이 연결을 매개하는 정서의 기호로 기능한다.

동시대 미술 트렌드 속에서 'I'm flying!'이 갖는 위치 또한 주목할 만하다. 글로벌 미술계는 팬데믹 이후 '회복', '회귀', '유년의 감성'이라는 키워드로 회화적 관심을 옮겨왔다. 그러나 배우미의 작품은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를 다루지 않는다. 유년의 캐릭터를 차용하지만, 그 배치를 통해 정서를 미래지향적 서사로 재조립하며, 감정의 구성을 위한 하나의 시각적 설계로 접근한다. 감정은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조립되는 것이다.

전시와의 맥락적 접속 – 'I'm flying!'의 전략적 위치

갤러리A의 온라인 전시는 '정서와 시선의 인터페이스'를 테마로 설정하고 있다. 'I'm flying!'은 전체 기획 안에서 명확한 축을 담당한다. 회화가 감정을 저장하는 그릇이 아니라, 감정을 생성하고 조직하는 기계로 작동하는 사례를 보여준다. 특히 감정의 전이를 시각적으로 어떻게 유도할 수 있는가를 실험하는 구성은 온라인 전시의 디지털 특성과도 상응하는 지점을 형성한다.

작품 속 구성은 감상자에게 직관적 감정을 유도하기보다, 감정의 구조에 대한 인지를 요구한다. 이는 단순한 위로의 이미지 소비에서 벗어나, 감정을 하나의 구조로 성찰하게 만드는 시각적 실천으로 기능한다.

작품 정보

작품명: I'm flying!
작가: 배우미
크기: 90.9×72.7
재료: 아크릴 온 캔버스
제작연도: 2025